Pengakuan Romantis dari Iblis Rubah Tam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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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이게 아닌데


말랑공 씀.









   화창한 봄날. 따스한 봄바람이 연화의 볼을 간질였다. 벌써 봄이구나. 연화가 작게 읊조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얀 구름들이 봄바람을 타고서 옅게 흘러가는 것이 보였다.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에는 화단을 가꿔야지, 라고 연화는 생각했다. 연화는 꽃을 좋아하는 소녀였다. 화단을 가꿀 때면 절로 나오는 콧노래에 꽃도 산들거렸다.




   예전부터 소중하게 가꿔온 화단 앞에 선 뒤 물뿌리개를 집어들었다. 이젠 물만 뿌려주는 일만 남았다. 물만 뿌려준다면 화단 속 꽃들은 이슬이 맺혀 더욱 아름답게 빛날 것이다. 마치 여명의 빛처럼. 연화가 한껏 들뜬 마음으로 물뿌리개를 화단 쪽으로 가까이 댔을 무렵이었다. 갑자기 쿵, 하는 굉음과 함께 화단은 우르르 무너져내려갔다. 그리고 그 위로 누군가가 떨어졌다.




   그 누군가는 다름 아닌 사람처럼 보였다. 사람의 형체를 하고서 하늘서부터 뚝, 하고 아니, 쿵, 하고 떨어졌다. 그것도 연화의 화단 위로. 그녀는 너무 놀라기도 했지만 그동안 가꿔왔던 화단이 단번에 무너져내려 허망함이 몰려오기도 했다. 그래도 사람이 하늘에서 떨어졌는데, 화단에 부딪혔는데, 사람 걱정을 먼저 해야지, 라고 생각이 들 때였다.




   잠깐. 사람이 왜 하늘에서 떨어져……? 요정도 아니고…? 너무나도 뒤늦게 알아버린 사실. 연화는 잠시 망각했다. 사람은 하늘에서 갑자기 툭, 하고 아니, 쿵, 하고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허공에서 버티다 떨어질 수 없는 생물이라는 것을. 만약에 어떻게 해서 떨어진다고 한들 이 높이에서, 심지어 화단에 떨어졌는데 살아있을리가 없다. 만약 살아있다면 그것은 사람이 아닌 거겠지.




   “아야……”




   젠장. 그가 아야, 거리며 일어났다. 심지어 하늘에서 떨어졌으면서 무슨 실수로 코 박으며 넘어진 것 마냥 일어났다. 그는 사람이 아닌 것이다. 연화는 너무나도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닫고 눈을 잔뜩 동그랗게 뜬 채로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누구세요…? 누구신데 갑자기 제 화단에 떨어지신 거예요?”




   그는 제법 아픈지 옅은 신음을 흘리며 한 손으로 허리를 붙잡고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곤 고통을 호소하느라 떨구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그의 눈과 연화의 눈이 마주했다. 그의 마음에 연화가 봄바람을 타고 흘러들어오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연화에게 그는 그저 자신이 가꾸던 화단에 쿵, 하고 떨어진 침범자였을 뿐이었다. 그는 홀린 듯 연화를 한참이나 멍하니 바라보았다. 만약 연화가 그에게 달린 여우의 귀와 꼬리를 보고서 놀라지 않았더라면 그는 여명이 질 때까지 그녀를 쳐다봤을지도 모른다.




   “대체 그 꼬리랑 귀는 뭐예요? 뭐 이 근처에서 코스프레라도 하세요? 아니, 근데 코스프레를 하면 원래 이렇게 하늘에서 뚝… 아니, 쿵, 하고 떨어지나요?”




   “질문이 너무 많은데, 아가씨. 하나만 대답해 줄게요.”




   “당신은… 대체 정체가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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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우 요괴, 라고 하면 믿으시려나?”




   연화는 지금 장난하냐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쳐다봤다. 여우 요괴? 정말 소설에나 나올 법한 단어였다. 그런 단어가 연화를 납득이 가게 만들어 줄 수 있을리가 없었다. 그는 아, 맞다, 여긴 인간계였지, 라고 생각하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나 고뇌에 빠졌다는 의미였다. 그가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을 본 연화는 잠시 생각했다. 정말로 여우 요괴인가…? 하긴, 하늘에서 그렇게 떨어졌는데 멀쩡한 것 보면 인간은 아니겠네.




   “그건 그렇다 치고, 그쪽이 멀쩡하니 말씀을 드리자면 제 화단 어떻게 하실 거예요? 완전 엉망이 됐어요.”




   그는 잠시 고민하는 듯 보이더니 이내 연화에게 제 얼굴을 가까이 들이댔다. 그가 생각한 건 다름 아닌 미인계. 그가 인간계로 떨어지기 전 살았던 곳에서는 그의 미인계가 언제나 통했었다. 이목구비도 또렷하고 얼굴 선은 또 얼마나 굵고 잘생겼던지. 그 얼굴에 넘어가는 것도 참 당연했다. 그러나 연화는 그렇게 간단하게 넘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연화의 반응은 어쩌라고, 였다.




   “……어쩌라구요.”




   “이게 아닌데.”




   그 순간 그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무료했던 제 인생에 한줄기의 빛처럼 여명이 다가왔음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