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TEEN Mingyu Wonwoo/Minwon] Peringatan Hujan Lebat

Peringatan Hujan Lebat Episode 1

“야, 김민규.”

빗소리 사이로 들리는 목소리에 민규는 결국 걸음을 멈췄다.

편의점 비닐봉투를 든 채 뒤를 돌아보자, 횡단보도 건너편에 검은 후드집업을 눌러쓴 전원우가 서 있었다.

신호등 불빛이 빗물에 번져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저 특유의 느릿한 목소리는 몇 년이 지나도 착각할 수가 없었다.

민규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스토리 핀 이미지

“미친, 너 아직도 비 오는 날만 되면 사람 불러내냐?”

“안 나오면 죽을 것 같아서.”

장난처럼 말했지만 전원우는 원래 저런 식이었다.

죽겠다는 말을 너무 아무렇지 않게 해서 더 사람 기분 이상하게 만드는 타입. 민규는 한숨을 삼키며 우산을 들고 길을 건넜다.

가까이 다가가자 전원우 어깨며 머리카락이 다 젖어 있었다.

“우산은?”

“없어.”

“편의점 바로 뒤에 있는데?”

“귀찮았어.”

“넌 진짜 여전하다.”

민규가 우산을 기울여 주자 전원우는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왔다.

너무 익숙한 거리감이라 순간 민규는 말문이 막혔다.

스무 살 이후 연락이 끊긴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전원우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그의 옆에 서 있었다.

둘은 한동안 말없이 걸었다. 장마 냄새가 가득한 골목 사이로 운동화가 젖는 소리만 이어졌다.

민규는 괜히 비닐봉투를 달그락거리다가 결국 먼저 입을 열었다.

“근데 너 한국 언제 왔냐.”

“두 달 됐어.”

“두 달?”

“응.”

“와, 진짜 너무하네. 두 달 동안 연락 한 번 안 하다가 갑자기 새벽에 전화해서 나오라 하면 내가 바로 나오냐?”

전원우는 잠깐 민규를 내려다봤다. 빗물 맺힌 안경 너머 눈이 묘하게 휘어졌다.

 

“나올 줄 알았는데.”

“……”

“너 원래 나 못 지나치잖아.”

민규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인정하기 싫은데 틀린 말도 아니었다.

학창 시절에도 전원우는 늘 저랬다. 혼자 다 망가질 듯 굴면서 꼭 마지막엔 민규 앞에만 나타났다.

그리고 민규는 결국 매번 붙잡혔다.

골목 끝 작은 공원 정자에 도착하자 전원우가 먼저 걸음을 멈췄다.

비를 피하려고 올라선 정자 안은 눅눅했고, 오래된 나무 냄새가 났다.

“그래서 갑자기 왜 연락했는데.”

민규 말에 전원우가 젖은 안경을 벗었다. 셔츠 소매로 대충 물기를 닦아내는 손끝이 차갑게 보였다.

“꿈꿨어.”

“뭔 꿈.”

“네가 나 버리고 가는 꿈.”

민규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야, 우리가 무슨 전애인이냐?

말을 왜 그렇게 해.”

“근데 기분 더럽더라.”

“……”

“눈 떴는데 네가 너무 보고 싶었어.”

툭 떨어진 말에 정적이 길게 내려앉았다. 빗소리는 여전히 시끄러운데 이상하게 귀 안쪽은 조용했다.

민규는 시선을 피한 채 젖은 머리를 쓸어넘겼다.

전원우는 예전부터 저랬다. 사람 숨 막히게 만드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꼭 진심 같아서 더 문제였다.

“너 술 마셨냐.”

“안 마셨어.”

“근데 왜 이렇게 이상한 소리 해.”

“이상해?”

전원우가 고개를 기울이며 웃었다.

민규는 그 표정을 아는 것 같았다.

고등학교 옥상에서 몰래 담배 피우던 애들이 지나가길 기다리며 둘이 이어폰 나눠 끼고 앉아 있던 날, 전원우가 처음 저 표정으로 물었었다.

‘너 나 좋아하냐?’

그때도 민규는 아무 대답 못 했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전원우가 천천히 민규 쪽으로 다가왔다. 젖은 후드 끝에서 물방울이 뚝 떨어졌다.

“김민규.”

“…왜.”

“이번엔 도망가지 마.”

숨이 턱 막혔다.

민규는 자기도 모르게 뒤로 한 발 물러났지만, 전원우는 놓치지 않겠다는 사람처럼 그의 손목을 가볍게 붙잡았다.

 

차가운 손인데 이상하게 뜨거웠다.

“나 이번엔 진짜 오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