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fic Kepemilikan Shinyu] Diam di Perpustakaan!

Episode 1_Tempat Terbaik Kedua di Dekat Jendela

“반하은. 너 공부 하고있는거 맞아?”

 

엄마 목소리가 방문 밖에서 또 들렸다.

나는 문제집 위에 엎드린 채로 눈만 굴렸다.

 

샤프는 손에 들고 있었지만, 사실 아까부터 같은 문제만 네 번째 읽는 중이었다.

 

“책상에 앉아서 해. 침대에 누워서 하지 말고.”

“앉아 있어.”

“너 지금 엎드렸지?”

“……CCTV 달았어?”

 

문이 벌컥 열렸다.

엄마는 내 방을 한 바퀴 훑더니 한숨부터 쉬었다.

 

그 한숨이 너무 익숙해서, 이제는 문 열리는 소리만 들어도 자동으로 어깨가 굳었다.

 

“시험 얼마 안 남은 애가 이게 뭐야. 집에서 집중 안 되면 도서관이라도 가.”

“아, 알겠어.”

“말만 알겠다고 하지 말고 진짜 가.”

 

결국 나는 문제집 두 권, 필통, 노트, 충전기를 가방에 쑤셔 넣었다.

엄마가 따라 나오기 전에 현관문을 닫고 나왔다.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내 얼굴엔 귀찮음이 한가득이었다.

 

도서관은 집에서 걸어서 십오 분 정도 걸렸다.

늘 지나가기만 했지, 제대로 앉아서 공부해본 적은 없었다.

오늘부터 시험 때 까지만 신세 좀 지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조용한 공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조심스러워졌다.

열람실 문을 열자, 형광등 빛이 반듯하게 책상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중간 자리들은 거의 차 있었고, 안쪽으로 갈수록 사람이 적었다.

그리고 그때, 한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통창. 그 밖으로 나무랑 하늘이 넓게 보이는 창가 자리.

명당 자리가 남아있었다.

 

나는 빠르게 걸어갔다.

가방을 내려놓고 의자에 앉는 순간, 조금 마음이 풀렸다.

 

좋은데? 뷰도 좋고, 책 냄새도 좋고, 사각사각 공부하는 소리가 화이트노이즈로 공부도 잘 될 것 같아.

집에서는 엄마가 계속 들어오고, 동생은 게임을 하거나 깔깔거리고, 나는 계속 거실과 내 방을 왔다갔다해서 집중도 잘 안 됐는데.

 

음, 좋아. 조용하고. 깔끔하고, 아늑하고.

 

나는 곧장 문제집을 펼치고 타이머를 켰다.

25분 공부, 5분 쉬기.

인터넷에서 본 공부법이었다.

 

인터넷에서는 이걸로 전교 1등도 한다던데, 나는 일단 25분 동안 안 졸기부터 목표였다.

그렇게 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한 지 일주일쯤 됐을 때였다.

나는 꽤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내 자리처럼 생각하게 됐다.

 

물론 진짜 내 자리는 아니다. 도서관 자리에 이름표가 붙어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을 낸 것도 아니니까.

그렇지만 사람 마음이 좀 그렇다.

늘 비어있네, 하고 매일매일 앉게되면, 마치 내 자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

 

그날도 나는 늘 그렇듯 열람실 문을 조심히 열고 안쪽 창가로 걸어갔다.

 

그런데, 누가 앉아 있었다.

내가 일주일 동안 앉았던 그 자리.

 

정확히는 통창이 제일 잘 보이고, 콘센트도 가깝고, 에어컨 바람도 심하게 안 오는 그 자리.

누군가가 이어폰을 낀 채 책을 보고 있었다.

 

햇빛을 받아 갈색으로 반짝이는 머리가 살짝 내려와 있어서 얼굴은 잘 안 보였다.

책상 위에는 문제집이 반듯하게 쌓여 있었고, 타이머가 작게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걸음을 멈췄다. 내 자리!

순간적으로 너무 억울해서 입술을 꾹 눌렀다.

내 자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조용히 숨을 내쉬고 그 옆자리에 앉았다.

의자를 빼는 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나서, 앉아 있던 남자애가 살짝 고개를 들었다.

 

그때 얼굴이 보였다.

신...유? 같은 학교 교복이었고, 명찰이 있었다.

 

 

얼굴은 한 번도 본 적 없는데, 이름은 족히 들어 알고있었다.

키 크고 조용한데 눈에 잘 띄는 애라고.

 

아무렴 나한테는 자리를 뺏은 장본인일 뿐이다.

나는 시선도 주지 않고 앉자마자 괜히 문제집만 빠르게 펼쳤다.

 

쳇.

속으로만 아주 작게 말했다.

 

 

공부를 시작하려는데, 옆에서 타이머 버튼 누르는 소리가 났다.

나는 나도 모르게 시선만 살짝 굴려 그 애 책상 위를 봤다.

 

타이머 시간이 32분쯤 남아 있었다.

원래 나보다 늦게 오던 거 아니었나.

 

사실 내가 그동안 아예 본 적이 없는 건 아니었다.

나는 항상 저 자리에 앉았고, 한 시간쯤 지나면 옆자리에 신유가 앉곤 했다.

 

말을 해본 적은 없었다.

그냥 옆자리 사람.

공부할 때 페이지 넘기는 소리가 크지 않고, 볼펜을 딸깍거리지 않고, 가끔 손등으로 턱을 받치고 문제를 오래 보는 사람.

그 정도였다.

 

 

근데 오늘은 내가 오기 전에 와 있었다. 심지어 30분 정도 일찍 온 것 같았다.

혹시 자리 안 뺏기려고?

 

나는 문제집 맨 위에 날짜를 쓰다가 샤프심을 부러뜨렸다.

 

쪼잔하다.

 

생각해놓고 바로 양심이 찔렸다.

진짜 내 자리도 아닌데, 혼자 뺏겼다고 생각하는 내가 더 웃겼다.

 

그래도 기분이 이상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옆자리에서 신유가 조용히 필기를 했다. 글씨 쓰는 속도가 느린 편이었다. 한 글자씩 또박또박.

나는 괜히 내 글씨가 삐뚤빼뚤해지는 걸 보고 노트를 살짝 가렸다.

공부해야지. 정신 팔리지 말자.

 

-

 

25분이 지나고 타이머가 작게 울렸다.

나는 급하게 버튼을 눌렀다.

소리가 크진 않았는데, 열람실에서는 작은 소리도 크게 느껴졌다.

 

힐끔 옆을 보니 신유는 여전히 책을 보고 있었다.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판기가 있는 복도로 나갔다.

도서관 복도는 열람실보다 숨 쉬기가 편했다. 좀 더 시원한 느낌이었고, 사람들도 꽤 떠들썩했다.

 

나는 자판기 앞에 서서 한참 고민하다가 복숭아 아이스티 캔을 눌렀다.

캔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고, 나는 허리를 숙여 캔을 꺼냈다.

 

따악.

 

손톱으로 캔을 따는 순간, 옆에서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옆자리 그 남자애였다.

 

나는 너무 자연스럽게,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말했다.

 

“어, 내 자리!”

 

말하고 나서 바로 입을 다물었다.

 

아차. 마시는척, 캔으로 입을 재빠르게 가려봤지만 남자애는, 그러니까 신유는 걸음을 멈췄다.

그 애는 눈만 살짝 내리깔고 나를 봤다.

 

 

“자리?”

 

목소리가 낮았다.

생각보다 더 낮고, 조금 느렸다.

 

나는 캔을 든 손에 힘을 줬다.

차가운 물기가 손가락에 묻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응.”

“원래 내가 앉던 자리…… 뺏은 사람.”

 

말해놓고 진짜 미쳤나 싶었다.

도서관에서 처음 말하는 애한테 한다는 말이 자리 뺏은 사람이라니.

나는 급하게 덧붙였다.

 

“아니 뺏은 건 아닌데. 내 자리도 아니고. 그냥 내가 혼자 그렇게 생각한 거고. 그러니까 네가 잘못했다는 건 아니고.”

“…….”

“근데 네가 원래 나보다 늦게 왔잖아.”

 

신유의 눈이 아주 조금 커졌다.

 

“알고 있었어?”

“뭐를?”

“나 언제 오는지.”

 

이번에는 내가 할 말이 없어졌다.

아니, 그걸 그렇게 물으면 좀 이상하잖아.

나는 캔을 괜히 입가에 가져갔다가 다시 내렸다.

 

“옆자리에 앉으니까 보이지.”

“아.”

“그리고 오늘은 30분 일찍 왔잖아.”

“그것도 봤네.”

“타이머가 보였어.”

 

 

신유가 아주 작게 웃은 것 같았다. 소리까지 난 건 아니었다. 그냥 입꼬리가 살짝 움직였다.

 

“자리 안 뺏기려고 그런 거 아니야.”

“내가 뭐라 했어?”

“방금 자리 뺏은 사람이라고 했잖아.”

“그건…… 말이 그렇게 나온 거고.”

 

호록, 캔을 한 모금 마셨다.

달고 차가운 맛이 목으로 넘어갔다.

 

신유는 자판기 앞에 서서 물 버튼을 눌렀다.

캔 대신 투명한 생수병이 툭 떨어졌다.

그 애는 물을 꺼내고도 바로 가지 않았다. 뭐지, 할 말이 더 남았나?

 

“그 자리 좋아해?”

“어?”

“창가.”

 

나는 잠깐 대답을 망설였다.

좋아한다고 말하면 진짜 내 자리 주장하는 애 같고, 아니라고 말하기엔 이미 너무 티를 냈다.

 

“그냥…… 좋잖아."

"흐음?"

“그리고 밝고.... 창도 크고. 답답하지 않아서 좋아.”

“응.”

“근데 진짜 내 자리라는 뜻은 아니야.”

“알아.”

 

너무 담담하게 말해서 오히려 민망했다.

나는 빈 캔을 버리려다가 아직 반이나 남은 걸 보고 다시 손에 쥐었다.

 

신유는 생수병 뚜껑을 열었다가, 한 모금도 안 마시고 나를 봤다.

 

“내일도 와?”

“아마.”

“몇 시쯤.”

“왜?”

“그냥.”

 

그냥이라는 말치고는 너무 질문 같았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또 먼저 오려고?”

“그럴 수도 있고.”

“진짜 쪼잔하다.”

 

 

말하자마자 신유가 이번엔 확실히 웃었다.

아주 크게는 아니고, 입술 사이로 바람 빠지는 소리처럼. 비웃는건가? 이녀석.

 

“응. 그럼 나 쪼잔한 사람 할게.”

 

나는 대답을 못 했다.

신유는 물병을 한 번 흔들더니 열람실 쪽으로 먼저 걸어갔다.

나는 복도에 혼자 남아 캔을 내려다봤다.

 

얼음도 없는데 손이 계속 차가웠다.

 

-

 

그 다음 날.

나는 평소보다 십 분 정도 일찍 도서관에 도착했다.

 

이유는 없었다. 정말로 없었다. 딱히 의식하지 않았다고.

그냥 어제 이상한 대화를 한 뒤로, 오늘 그 자리에 누가 앉아 있을지 조금 궁금했을 뿐이었다.

 

열람실 문을 열고 안쪽으로 걸어가자마자 통창이 보였다.

그리고 신유도 보였다.

역시나 그 애는 먼저 와 있었다.

 

내가 앉던 창가 쪽 자리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작게 한숨을 쉬었다.

 

에라이. 더 일찍 와야하나.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신유가 고개를 들었다.

 

나를 확인한 그 애는 아무 말 없이 자기 책과 필통을 옆자리로 옮겼다.

의자가 아주 살짝 밀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멍하니 봤다.

신유가 가방까지 옆으로 당겨놓고, 창가 쪽 의자를 손끝으로 톡 쳤다.

 

 

“자.”

"어엉?"

“네 자리.”

 

 

나는 대답해야 하는데, 바로 말이 안 나왔다.

재빠르게 자리를 옮겨버린 신유를 내려다봤다. 안 앉아? 라고 말하는 듯 나와 시선을 맞춘 뒤 다시 책으로 시선을 옮겼다.

 

가만히 서있기도 뭐해, 조심히 의자를 빼고 앉았다.

 

“……내 자리 또 뺏으러 온 줄."

“언젠 정해진 자리는 없다면서?"

"아니, 뭐...."

"쪼잔하다고 생각했지?"

"뭐? 아니야!"

 

언성이 살짝 높아지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아차싶어서 고개를 숙여 사과를 했다.

큼큼, 목소리를 다듬으니 신유가 먼저 말을 걸었다.

 

"그 자리 좋아한다며."

“좋아한다고까진 안 했는데.”

“밝아서 좋다며.”

 

신유는 다시 책을 펼치며 말했다.

 

“그럼 거기 앉아.”

 

나는 샤프를 꺼내다가 손을 멈췄다.

창밖으로 햇빛이 길게 들어왔다.

 

책상 위에 내 필통 그림자가 생기고, 옆자리 신유의 손끝에도 같은 빛이 닿아 있었다.

 

이상한 애다.

 

나는 문제집 첫 장을 펼쳤다.

 

이상한 애야.

 

끄적끄적 뭔갈 쓰는척을 하긴했지만, 글자가 눈에 들어오진 않았다. 무슨 책을 폈는지도 모른다.

 

옆에서는 신유의 타이머가 조용히 시작됐다.

나도 따라서 타이머를 눌렀다.

 

25분.

처음으로 그 시간이 조금 빨리 지나갈 것 같았다. 집중은 안 된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