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mpulan cerita pend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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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서로가 서로에게.


말랑공 씀.




*본 글의 소재는 영광스럽게도 이제약간김태형사랑해 님께서 주신 소재입니다.




 해가 아직 중천일 무렵 그와 나는 병원의 정원을 산책하려고 밖으로 나선다. 그는 카메라를 챙기고, 나는 스케치북과 연필, 지우개를 챙기고 나선다. 물감도 챙길까,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짐이 너무 많아질 것 같아 포기한다. 짐이 너무 많아지면 손에 들 것이 많아지고 그와 손도 맞잡지 못 할 테니깐.


 눈이 묻은 낙엽들과 누군가 닦았는지 깨끗한 벤치. 나와 그는 그 벤치에 앉는다. 서로 체력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 몸이 약해서 잠시 숨을 돌리며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신다. 그는 카메라를 들어 하늘을 찍는다. 새하얀 구름을 품은 새파란 하늘. 그리고 그 속에 숨어있는 태양과 희미하게 존재하는 달. 그는 그 모든 풍경을 카메라 속에 담는다. 찰칵, 찰칵. 나는 무엇을 그릴까 잠시 둘러보다가 얼어있는 분수대를 발견한다. 나는 사진 찍는 데에 집중하고 있는 그를 보곤 뿌듯한 웃음을 지어 보인 뒤 그의 어깨를 조심스레 툭툭, 친다.


 “왜요?”


 “저희 저 분수대로 가요.”


 “좋아요.”


 그는 내 말에 흔쾌히 대답하곤 분수대 쪽으로 향한다. 발걸음이 조금 빠른 그를 내가 힘겹게 따라가는데, 그가 귀신같이 눈치채고는 속도를 조금씩 내게 맞춘다. 나는 그의 배려에 좀 더 편하게 걸을 수 있게 된다. 그는 그런 설레는 배려를 하고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군다.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구는 그의 얼굴을 보며 걷는다. 눈이 와서 길이 미끄러울 거라는 생각도 하지 못 한 채 말이다. 나는 결국 눈길에 미끄러져 휘청이고 만다. 그때, 그는 너무 놀라하며 나를 재빠르게 잡아 준다. 내가 휘청이는 것을 보고 너무 놀란 탓인지 그가 내 허리를 감싸 안은 자세가 되어버린다. 그와 내 얼굴이 너무 가까워 서로의 숨결이 서로의 살갗에 부드럽게 닿는다. 그와 내 귀는 점점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아, 멋대로 안아서 미안해요, 동백 씨. 그냥 잡아 주려고 했는데 저도 모르게 너무 놀라서 그만…”


 그는 붉어진 얼굴 탓에 나와 눈을 마주치지도 못 하며 말한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좋다. 나 또한 그처럼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기에.


 “괜찮아요. 덕분에 넘어지지 않았는걸요.”


 그와 나는 어색해진 공기를 들이마신다. 그러곤 그는 감싸 안은 내 허리에서 손을 떼며 내게서 조금 멀어진다. 나는 그가 내게 멀어질수록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다 이내 그의 손을 맞잡는다. 그가 조금 놀라며 나를 바라본다.


 “또 넘어질까 봐…… 아, 이러면 같이 넘어지려나요?”


 내가 사슴같은 눈망물에 계속 손을 잡고 싶다는 말을 담고서 그를 쳐다보자 그는 스윗하게 웃으며 내게 말한다.


 “같이 넘어져 줄게요.”


 “하하, 그게 뭐예요, 윤기 씨.”


 그는 그저 달달한 미소만을 머금는다.


 차갑게 얼어있는 분수대에 도착했음에도 그는 내 손을 놓을 줄을 모른다. 곧 있으면 놔주겠지, 하고 생각한 지 몇 분이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손을 계속 잡고 있는 것도 좋지만 그림도 그려야 하고 무엇보다도 그와 함께 그림을 그리고 싶기에 내가 먼저 손을 잠시 놓는 게 어떠냐고 말한다. 그는 화들짝 놀라며 아, 저희 아직도 손을 잡고 있었군요, 어쩐지 기분이 좋더라, 라고 대답한다. 그 말에 나는 너무 설레서 어안이 벙벙해진다. 아무 말도 못 하고 입만 떡 벌리고 있자 그가 하하, 웃으며 내게 그림을 가르쳐 달라고 말한다.


 나는 그에게 그림을 가르쳐 주기 위해 분수대 앞에 있는 벤치에 앉는다. 그 또한 내 옆에 바짝 앉는다. 내 무릎 위에 스케치북을 올려놓고는 연필로 얼어있는 분수대를 그리며 묘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그는 너무 어려워하는 듯 보인다. 왠지 그런 그의 모습이 귀여워 나도 모르게 웃음을 피식 흘려보내고 만다. 그는 내 웃음에 왜 웃냐고 물었고 나는 그의 물음에 너무 귀여워서요, 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그는 입을 미세하게 삐쭉 내밀고는 안 귀여운데, 라고 중얼거린다.


 “너무 귀여운데요? 윤기 씨.”


 “저보다는 동백 씨가 더 귀엽죠.”


 “헐, 그 발언, 너무 설렜어요.”


 그는 달달한 미소를 머금으며 내 머리를 살짝 쓰다듬는다. 그러곤 멍하니 얼어있는 분수대를 바라본다.


 “…동백 씨.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네, 뭔데요?”


 “왜 얼어있는 분수대를 그리고 싶었어요?”


 “음…… 그냥…… 시간이 멈춰 있는 것 같아서? 물이 나오다가 얼어버린 게 마치 시간이 멈춰 있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그리고 싶었어요.”


 사실 저는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어요. 이대로 시간이 흘러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이별에 점점 더 가까워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윤기 씨.


 그에게는 차마 말하지 못 하고 그저 속으로만 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