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20화. 불씨


"왜 그래요? 훈지씨"





"아..아니에요. 

 근데 나 지금 출발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오전에 일찍 스케줄 있어서, 

 샵에 다녀 오려면 지금 출발해야 돼요."





"어서 가요. 그럼...

그런데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어쩌죠?"





"괜찮아요. 컨디션은 나쁘지 않아요."





그는 배웅하러 문 앞에 선 내 앞으로 오더니,

팔을 등뒤로 감싸 내 등을 토닥였다.





순간 놀라 뒷걸음질을 칠 뻔 했지만,

따뜻한 인사였다.





그가 출발한 후,

식탁 위를 치우고 휴대폰을 확인했다.





대표에게서 온 메시지가 있었다.





[너무 이른 아침부터 연락해서 미안.

 오늘 VIP 시사회가 있어서 초대해 주려고...

 미리 물어본다는 걸 깜빡하고 있었네..]


 [시간이랑 장소 보낼께.

 이따 괜찮으면 꼭 와..

 기쁜 소식 전할 것도 있어!!]





'오늘? 기쁜 소식?'





시사회 시간이 이르지 않아서, 

일을 하다가 가면 될 듯 싶었다. 





[우와~~

그때 구교환 배우 좋아한다고 했더니 

진짜 초대해 주는 거야?

시사회 처음 가 봐 ㅎㅎ 기쁜 소식은 뭘까?

이따 봐~~]





답장을 보내고 난 후, 

시사회 시간에 맞추기 위해 오늘 할 일을 시작했다.





일을 마무리 한 후,

집으로 돌아와 외출 준비를 했다.





'잠깐만...아까 내 휴대폰을 보고 중얼거린 게 

 혹시 대표가 보낸 문자를 본 걸까...'





시사회가 열리는 극장에 도착했다.



차를 가지고 오지 말라는 대표의 말에 

지하철을 탔는데 오래 간만에 이동하면서 

책도 읽고, 음악도 들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극장에 도착하여 시사회를 하는 층으로 올라갔다.





"어!! 정아야 여기!!

 오늘 마침 다른 약속이 없어서 너무 다행이다.

 당일에 얘기해서 못 오면 어쩌지 했는데...

 갑자기 얘기했는데 와 줘서 고마워."





"초대해 줘서 내가 더 고맙지.ㅎㅎ"





"뭐..마실래? 아이스 라떼?

 아니면 팝콘 먹을래?"





"나는 라떼 마실께, 고마워.

 같이 갈까?"





"아니야. 잠깐 여기 있어.

 빨리 갔다 올께!!"




그가 커피를 사러 간 사이,

예상치 못한 사람을 만났다.





"어..선생님!!"

 



"훈지씨!!"





"선생님, 혹시 시사회 온 거에요?"





"네, 맞아요. 

대표님이랑 전에 저녁 먹을 때 

구교환 배우 좋아한댔더니

오늘 시사회 초대해 줘서요."




그 때, 대표가 커피를 들고 돌아왔다.





"어? 훈지 왔네? 

여기 라떼~ 훈지도 뭐 마실래?"





"아니요. 됐어요."





"그럼, 먼저 들어갈래?

 나 정아한테 할 말이 좀 있어서..."





훈지씨만 들여 보내면 기분 나빠 할 것 같아,

나는 대표를 재촉했다.





"뭔데? 그냥 빨리 말해 봐"





"아...참..훈지 앞이라 좀 창피한데...

 하긴..어차피 훈지도 알게 되겠구나..



 그날 네 말 듣고 많이 생각해 봤는데.

 다시 공부 시작해 보려고...



 네가 영어 공부 도와준다고 한 게 의지가 많이 됐어.

 네가 한 말 지켜야 한다! 유정아"





"와...너무 잘 생각했다.

 진심으로 기뻐.."





난 정말 기쁘면서도

훈지씨의 표정을 자꾸 살피게 되었다.





"그래서 말인데, 

훈지야 너 영어 선생님 바꿔야겠다."





"선생님을 왜 바꿔요?"





"정아가 그 때 번역 시작해서 바쁘다 했는데,

 내 수업까지 하려면 

네가 정민 쌤한테 수업 받는 게 좋을 것 같아.


내가 정민 쌤한테 수업 받기는 좀 그렇잖아.

그리고, 정아가 도와 준다는 말에 

내가 용기를 낸 거니까.."





친구의 결정이 기쁘긴 했지만,

몹시 난처한 상황이 되었다.





"이따 영화 보고 저녁도 먹고 가.

 알았지 정아야?

 내가 살 책들도 좀 알려 주고.."





"어..책들은 내가 골라 보고 준비해 놓을께.

 멋진 결심에 대한 내 선물."





"저도 오늘 스케줄 다 끝났는데 

 저녁 같이 먹을래요.

 저도 사주세요. 대표님."




훈지씨가 대화에 끼어 들었다.



"너도 가게? 

 아...알았어 그럼 같이 먹지뭐."





구교환 배우를 직접 보고, 

영화도 너무 재미있었지만

시사회 내내 영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영화를 보고, 근처 중식당으로 향했다.

메뉴를 주문하고, 

원형 식탁에 앉은 내 앞의 두 남자를 

번갈아 쳐다 보는 것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사실...정아 너한테 줄 게 있어.

나한테 그런 진심어린 조언을 해 준 사람이 

있었나 싶더라...

그래서 그 고마운 마음을 꼭 표현하고 싶었어."







"어? 이게 뭐야? 

 이럴 거 까지는 없는데...정말로.."





그가 작은 상자를 하나 꺼내어,

식탁 위 정중앙에 올려 놨다.





"그럼 내 오피스텔에서 수업하면 어때?" 

<21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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