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81화. 재회

sophie97
2026.07.28Dilihat 10
그렇게 줄리앙이 호텔로 돌아갔다.
나는 김대표의 전화를 기다리다
소파에서 깜빡 잠이 들었다.
한두 시간쯤 흘렀을까...
전화벨 소리에 눈을 떴다.
"여보세요?
태형씨, 병원이야?
훈지씨는 어때?"
"어, 병원이야.
이제 열도 내렸고, 링거 맞고 있어.
너희 둘은 나랑 대체 무슨 인연이길래
교대로 병원에 데리고 와야 되는 거야?"
"이제 완전히 괜찮은 거지?"
"어...괜찮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거 같다고 하더라고.
면역력도 많이 약해져 있대."
"그러게 왜 내 연락처를 알려준 거야.
서로 모르고 지냈으면
이렇게까진 안 됐을 텐데..."
"무슨 연락처?
내가 네 연락처를 훈지한테 알려 줬다고?
아니야...내가 왜 그런 긁어부스럼을 만들겠어."
"태형씨가 알려 준 게 아니라고?
그럼 훈지씨가 내 번호를 어떻게 안 거야?"
"나야 모르지..."
"나는 어제 훈지씨한테 전화가 왔길래,
태형씨한테 내 번호를 들은 줄 알았어.
"나는 아니야.
네 번호 알려 주면 분명히 전화할 텐데...
뭐하러 알려줘.
네가 훈지 피해서 간 것도 아는데."
"그러네...
어쨋든 오늘 새벽부터 너무 고생했어, 태형씨.
고마워..."
"고맙긴...훈지가 남도 아니고.
나는 이제 매니저랑 교대하고
들어가서 좀 쉬어야겠다.
다음에 또 통화해.
너도 놀랐을텐데 좀 쉬고."
태형씨와 통화를 끝내고 한결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내 번호를 어떻게 알게 된 거지?'
훈지 씨에 대한 걱정을 덜고 나서야
어젯밤 호텔로 돌아간 줄리앙이 떠올랐다.
나는 바로 외출 준비를 하고,
그가 머무르고 있는 호텔로 향했다.
평소 같으면
일요일 오후가 되어서야 호텔을 나섰을 텐데,
그는 이미 체크아웃을 마친 뒤였다.
그가 얼마나 마음이 상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를 안고 왔기에
잠시 실망스러웠지만,
이내 그를 따라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훈지씨를 잊게 해 줄 사람은 줄리 밖에 없어.
이번에는...내가 그를 꼭 붙잡아야 해...'
호텔을 나와 택시를 잡았다.
집에 들러 여권만 챙긴 뒤, 곧장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가장 빠른
파리행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
다행히 세 시간 뒤 출발하는 비행기에
빈 자리가 있었다.
어쩌면 그와 같은 비행기를 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항에 도착한 후에,
줄리앙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줄리 지금 어디에요?"
"나는...지금 공항이에요.
오늘 아침에 호텔에서 나왔어요.
다행히 오늘 비행기에 자리가 있어서
예약을 변경했어요.
미안해요.
이번 주는 내일까지 함께 있어 주지 못 해서..."
"미안한 건 줄리가 아니라 나에요...
줄리가 호텔 체크아웃 한 거 확인하고
나도 공항으로 왔어요.
이번 주말은... 파리에서 데이트 해요. 우리."
"지금...공항이라구요?
정말이에요?
정말 나 때문에 공항까지 따라 왔다는 거에요?"
"정말이에요.
지금 공항이에요.
줄리는 어디쯤에 있어요?"
"나는 벌써 출국장으로 들어와 있어요.
몇 시 비행기에요?
"잠깐만요..12시에요."
"나는 10시 비행기라 곧 탑승해요.
파리 공항에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을께요."
"알겠어요. 그럼 파리에서 봐요."
그렇게 줄리앙과 통화를 하고 나서
나도 곧 출국장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출국장 면세점 안에서
그에게 줄 작은 선물을 하나 골랐다.
드디어, 12시에 출발하는 파리행 비행기를 탔다.
파리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그가 내게 다시 마음을 열어 주기를 내내 빌었다.
착륙 후,
그와 통화를 하고
만나기로 한 장소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저 멀리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비로소 마음이 놓이기 시작했다.
가까이 다가가서 활짝 웃고 있는 그를 안았다.
"와~~화 낼 만하네.
이렇게 정아씨가 나를 찾아서 파리를 다 오고!
먼저 안아 주고!"
"미안해요.
내가 바보 같았어요.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이제야 깨달았어요."
줄리앙은 항상 나를 유리병 안듯이
조심스럽게 그리고 살포시 안곤 한다.
훈지씨와 또 다른 면이기도 했다.
줄리앙의 집으로 향하면서
그가 말했다.
"부모님 뵙는 건...나중에 해요. 우리...
내가 조금 성급했던 거 같아요.
당신한테 부담을 준 거 같아요."
"아니에요.
나 줄리 부모님 만나뵙고 싶어요.
괜찮아요. 부담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정말 괜찮겠어요?
무리하지 않아도 돼요.'
"진짜 괜찮아요. 걱정하지 말아요.
아, 맞다!
아까 면세점에서 줄리 주려고
선물 하나 샀어요."
나는 가방 속에서 그에게 주려고 산 선물을 꺼냈다.
"선물? 뭔데요?
와! 향수네요?
이거 내가 좋아하는 향인데, 어떻게 알았어요?"
"줄리한테 항상 나는 향이니까 알았죠.
줄리가 좋아하니까 나도 좋아요."
"이렇게 행복하니까 나 조금 불안해지려고 해요."
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줄리앙의 말은
우리가 만나는 동안
그가 지금처럼 행복했던 적이 많지 않았다는
고백처럼 들렸다.
마음이 아팠다.
"촬영하다가 작은 사고가 좀 있었어." <82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