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buah tuksedo yang bagus dan gaun yang elegan.
#_02


그날 이후로 우리는 암묵적인 휴전 속에서 지내고 있었다.


지민
밥 안 먹냐.

-
배 안고파.

나에게서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면 박지민은 다시 뒤돌아 제 할 일을 했다.

전쟁을 한 적은 없지만 전시상황이나 다름 없던 분위기에 비하면 지금은 많이 나아진 거다.

나는 내 방에.

박지민은 거실에.

딱 이렇게가

우리들의 도화선에 불을 지피지 않고 숨 쉴 수 있는 처방전이었다.

그리고 나는 한동안 혜리와 정연 언니의 배신감 가득한 눈초리를 받아줘야했다.

-
아직도 화 안 풀렸어..?


혜리
이제 화 안났거든.

입술은 반이나 나왔는데 화는 안 났다고 말하는 모습에 되려 웃음이 나왔다.


혜리
너도 하고 싶어서 한 결혼도 아닌데..


혜리
내가 뭐라고 말하냐..

시무룩하게 샤프를 잡고 책장을 넘겨보는 혜리에게 에너지바를 건넸다.


혜리
이거 뭐야?

-
내 간식.

-
먹고 기운 내라고.

혜리는 에너지바를 멍하게 바라보다가 다시 내 쪽으로 건넸다.


혜리
너가 먹고 다녀야지 왜 날 줘..

-
내 간식이니까 난 맨날 먹어. 그니까 너 먹어. 아침 안 먹었잖아.

혜리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에너지바를 터서 입에 가져갔다.

그러다가 불현듯 눈이 커지더니 내 팔을 잡아 흔들기 시작했다.


혜리
너! 그럼 보검이는? 너랑 보검이랑..

-
...

박보검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얼굴 표정이 굳어진 게 내 스스로도 느껴졌다.

정략결혼이란 것이 본래.

당사자들의 의견은 아무런 효력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연애는 하고 있는지

남자친구는 있는지

좋아하는 사람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은 있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고

알게 되어서도 안 되는 것이다.

개인의 사생보다 다수의 공생의 이익을 위해 무조건 희생되어야만 한다.

현실에서도 수많은 정략결혼이 이루어지지만

언론은 드러내지 않는다.

기업을 지켜줘야 하니까.

나는 희생되지 않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생각으로만 끝날 줄은 몰랐다.

-
보검이. 정리 해야지.

내 말에 혜리의 얼굴에 걱정이 한가득 걸리고야 말았다.


혜리
너랑 보검이 둘 다 그렇게 좋아하는데 정리하는 게 어디 쉬워?


혜리
야. 그냥 결혼 ㄲ..

-
혜리야. 이거 생각 보다 어려워.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거였으면 나 이렇게 힘들어하지도 않아.

냉담한 목소리에 혜리가 고개를 숙였다.


혜리
옆에서 내가 다 마음이 아파서 못 봐주겠다..


혜리
에휴..

정리해야만 하는 상황이 맞다.

첫사랑이랑 결혼할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그런 건 로맨틱하고 낭만에 젖은 신파극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지

현실에서 그런 한 쌍을 만나기란

그런 한 쌍이 되는 것은 더더욱

하늘의 별따기라는 걸 모를만큼 멍청한 나이가 아니었다.

아빠
/오늘 세미나 있다는 거 잊지 않았지? 지민이랑 같이 오거라./

선약이 있는 혜리를 먼저 보내고 혼자서 학교식당에 왔다.

배식을 받고 자리에 앉자마자 수신한 메세지의 내용에 휴대폰을 거의 던지다시피 옆에 치워두고 숟가락을 들었다.

미리 약속이 있는지 없는지 묻지도 않는다.

그냥 시간을 비워두라는 식이었다.

괜한 밥에 화풀이를 하는 것처럼 공격적으로 수저를 움직이고 있는 사이

내 바로 앞에 밥접시 하나가 더 놓였다.


보검
안녕.

-
...

돈까스가 절반이나 없어졌을만큼 먹고 있을 무렵이었다.

보검이도 돈까스를 가져왔다.


보검
왜 혼자 있어?


보검
같이 먹자.

분명히 이제 보검이와는 멀어져야 하는 게 맞았다.

친구도 아니고.

서로 좋아하는 걸 알면서

내 처지에

내 상황에

이렇게 보검이와 함께 할 수는 없었다.

남자친구 같은 사람 생겼다고.

그런 사람 생겼다고 말해야 하는데


보검
왜? 나 뚫어지게 쳐다봐?


보검
오늘도 잘생겼어?


보검
카페라떼 시켰어. 잘했지?

-
여억시 박보검. 내 취향 너무 잘 알아.

-
오늘따라 더 잘생겨보이잖아~


보검
그래?


보검
좋네.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보검
너 핫소스 좋아하길래 챙겨왔어. 먹어.

-
어? 어. 고마워. 굳이 안 가져와도 되는데..

별거 아니라고 날 보고 웃으면서 고개를 젓는 모습에 보검이에게 내야 할 말이 가시처럼 목에 걸리는 기분이 었다.

막힌 목에 이렇게 된장국이라도 떠 먹어야했다.


보검
오늘 저녁에 영화보러갈래? 마블 영화 나왔는데.


보검
엄청 재밌대.

오늘 저녁은 세미나가 있었다.

각 기업 중진들과 그 자녀들도 장신구처럼 딸려나오는 자리일 텐데

그렇기 때문에 빠지기라도 한다면 후에 돌아올 질타와 책망이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 약혼을 가장한 혼인까지 성사시킨 집안에서 그 자제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무성한 수풀처럼 번질 스캔들과 찌라시들이 눈 앞에 번득이는 것 같았다.

-
나 오늘 저녁에 약속 있어. 미안.


보검
아..


보검
약속 있었구나.


보검
그럼 꼭 오늘 아니어도 스크린 내려가기 전에 보면 되니까 주말에 보는 건 괜찮지?

-
혜리랑 정국이도 있는데..셋이 보러가.

-
선약이 있었다는 말을 듣고 나서부터 시무룩해진 보검이는 셋이 영화를 보러가라는 말에 돈까스로 내리고 있던 시선을 내 눈으로 옮겨 들었다.


보검
너 화났어..?

미동 없이 쳐다보는 눈동자에 내 얼굴에 열이 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여상스럽게 숟가락을 들었다.

-
화는 무슨..

-
그냥 나는 시간이 안 될 것 같으니까 애들이랑 같이 가라는 말이었지.


보검
...


보검
그래..

-
미안한데 나 오후에 약속이 있어서 오늘은 먼저 일어날게.

-
천천히 마저 먹고 가?

못다 먹은 음식들을 한 데 모아 급히 일어났다.

최대한 급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도록 노력했지만

진짜 그렇게 보였을지는 나도 알 수가 없었다.

집에 가자마자 냉장고부터 열었다.

이렇게 갑갑할 땐 냉수가 가장 좋았다.


보검
찬 물 안 좋아.

내 손에서 물컵을 뺏어간 박보검이 본인 텀블러에 담긴 물을 따라서 내 앞으로 건넸다.


보검
물은 미지근하게 먹는 게 좋대.


보검
너 손도 차면서.

냉수 한 잔 마시는 순간까지 박보검이 생각나다니.

미칠 노릇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