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alu bersama selamanya


06

오늘은 일을 마치고 퇴근할 때 비가 왔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엄마는 항상 우산을 챙겨가라고 하셨다.

비가 오지 않는 아침이어도, 엄마가 우산을 쥐여 준 날이면 그날은 항상 비가 왔다.

하지만 오늘 엄마는 비가 안 오는 날처럼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예보없이 내리는 소나기 같은 건가?

여주
“어떡하지? 우산 없는데?”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그냥 가방을 머리에 대고 뛰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여주
“엄마한테 전화해야 하나?”

그때 기적처럼 건물 앞으로 아저씨가 지나가는 게 보였다.

나는 이게 왠 대수냐, 싶어서 아저씨를 불렀다.

여주
“아저씨! 여기요!”

그래도 그 말이 자기를 부르는 건 줄은 잘 알아듣고 내 쪽을 보았다.

여주
“아저씨! 나 오늘 우산 없는데 좀 씌워주시면 안 되요?”

그 말에 아저씨는 말 없이 건물 쪽으로 오더니 우산을 씌워주었다.

여주
“아저씨는 그래도 착하네요. 막 안 씌워주고 가는 건 아닐까 싶었는데.”


성운
“너 너무 나를 비하하는 거 같다?”

여주
“그런건 아니죠. 이렇게 우산도 씌워줬는데?”


성운
“그렇지? 나 안 좋게 말하면 그냥 길 한복판에 놓고 가버린다?”

여주
“안 할거니까 걱정 안 해도 되요.”

여주
“ 아, 그런데 여우라는 말 듣고 그런 생각은 하긴했어요.”

여주
“ 구미호 컨셉으로 지은 별명이 아니라고 했잖아요.”

여주
“ 그럼 왜 여우라고 지었을까, 하고 생각해봤는데요.”

여주
“아무래도 여우는 다른 동화같은데서 남을 속이고 장난치고 거짓말하고 막 그러잖아요.”

여주
“ 혹시 그런쪽에서 붙여진 이름이에요?”


성운
“아니. 동화들은 다 잘못된거야.”


성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인간들이 계속 여우를 악역으로 놓더라고.”


성운
“ 그리고 나는 오히려 거짓말 같은거 잘 못하는 성격이야.”


성운
“ 그래서 때로는 선의의 거짓말도 못해서 미움을 사기도 했지.”

여주
“내가 보기에 아저씨는 좋은 사람같아요.”

여주
“아니, 사람이 아니었지. 여튼 좋은 분인 것 같아요. ”

여주
“저는 빈말 못하는 사람이 좋더라고요.”

여주
“그런 사람이면 이 사람이 진짜 나한테 미안해하는지, 고마워하는지, 사랑해하는지 잘 알 수 있잖아요.”

여주
“빈말 잘하는 사람이라면 진짜 이사람이 진심을 말하는지 모르겠어서 신뢰가 안 가더라고요.”


성운
“진짜? 안 좋은 것도 다 사실대로 말해버리게 되어도 괜찮지는 않을거잖아.”

여주
“때론 당근이고 때론 채찍이잖아요.”

여주
“그냥 충고나 조언받는 셈 치고 있는거죠.”

여주
“사람은 너무 좋은 환경에서 살면 안 되거든요.”

그말에 아저씨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성운
“넌 진짜 뭔가 다른 것 같다.”

여주
“왜요?”


성운
“다들 나보고 여우라면서 못 믿고 피하는게 대부분이거든.”


성운
“다들 나를 싫어했는데 너는 좋다고 했잖아. ”


성운
“ 그런 말 한건 너가 처음이야.”

여주
“그럼... 붉은 여우라는 별명은 안 좋게 지어진거에요?”


성운
“처음엔 그런 의도가 아니었지. 성격을 보고 지은게 아니니깐.”


성운
“그런데 다들 오해를 하기 시작하더라고.”

그 말을 끝으로 긴 침묵이 이어졌다.

나는 침묵을 좋아하지 않지만 방금 내가 먼저 꺼낸 얘기가 아저씨에게는 꺼내고 싶지않은 이야기였음을 깨닫고 말없이 걷기 시작했다.

시간이 좀 지나서는 분위기를 좀 돌리고 싶어서 다른 얘기를 꺼냈다.

여주
“ㄱ..그런데요, 아저씨.”

여주
“오늘 똑같은 옷 입고왔네요? 빨간색.”


성운
“오늘 내가 너 만날지 어떻게 알았겠냐? 당연히 생각 안 하고 나왔지.”

여주
“그럴수도 있겠네요, 뭐. 제가 한번 봐줄게요.”

여주
“그런데 오늘 기분 안 좋은 일 있어요?”


성운
“그건 갑자기 왜?”

여주
“비오잖아요.”


성운
“그게 왜?”

여주
“도깨비 기분에 따라서 날씨가 바뀌잖아요.”

그말에 아저씨는 뭐가 웃긴지 계속 웃어댔다.

이게 왜 웃긴거지? 도깨비 기분으로 날씨가 변한다는사실을 말한건데..

여주
“왜 웃어요?”


성운
“웃기니까 웃겠지.”

여주
“웃긴게 아닌데요 전혀?”


성운
“너가 봤을땐 그렇겠지.”

여주
“제가 봤을땐 왜요?”


성운
“난 도깨비가 아니니깐.”

도깨비가 아니라니? 지금까지 자기 입으로 도깨비라고 해놓고선?

지금껏 도깨비라고 확신하고 왔던 터라 도대체 무슨 일인지 내 머리로는 어떤 추측도 할 수 없었다.

여주
“아니 아저씨가 도깨비라고 했잖아요. 갑자기 왜 말을 돌려요?”


성운
“난 도깨비라고 한 적 없는데? 너가 추측하고 너가 믿었던거지.”

여주
“이상하다… 분명 내가 말했을 때 맞다고 한 것 같은데..”


성운
“그런적 없어. 그냥 그 말 뒤에 딸려온 물음에 답했을 뿐이지.”

여주
“아닌데..?”


성운
“맞아. 보여줄까?”

그러고는 우산을 잡지 않은 손을 들어 어찌어찌 손동작을 해댔다.

무언가를 꺼낸것 같기도 하고, 무언가를 읊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자 손 주위에 빛이 났다.

그 빛은 이내 커지더니 나와 아저씨를 감쌌다.

아저씨는 내 손을 잡았다.

그것도 예고없이 갑자기 덥석 잡았다.



성운
“자, 손 꽉 잡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