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k nakal

그 일이 있고 나서부터 내 바람대로 전정국을 만나지 못했다.

오늘 아침에도 우연히 만났지만 무시하며 지나갔고, 매 쉬는 시간마다 찾아오지도 않았다. 많이 기분이 상했나, 생각하다가도 별로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마주치지 않을 테니까.

그럴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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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린

“여주야!”

정여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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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린

“이번 쉬는 시간에는 전정국 안 오나 봐?”

2교시 쉬는 시간, 웬 모르는 애가 갑자기 전정국이 안 찾아온다면서 말을 걸었다. 전정국이 어제 얼마나 눈에 띄었으면 저 애까지 다 알까.

정여주

“아…. 응. 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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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린

“여주야 근데, 전정국이 왜 너 찾으러 오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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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너 이름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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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린

“어…? …. 조혜린이야.”

최수연 얘는 말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름을 왜 물어보는지. 나는 아무도 모르게 수연이에게 눈짓으로 하지 말라고 했다.

정여주

“……. 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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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린

“그 여주야…. 전정국이랑 친하게 지내지 마.”

혜린이는 그 말을 시작으로 자신과 전정국이 중학교 때 친했다는 것, 전정국은 중학교 때 완전 싸가지없었다는 것, 애들 삥 뜯었다는 얘기, 선생님께 욕했다는 얘기 등등 사람이 듣기 거북할 정도로 전정국의 뒷담을 깠다.

이 얘기가 계속돼서 조금 지치기 시작될 즘, 갑자기 교실문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열렸다. 그리고 어떤 남자애가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조혜린의 멱살을 잡았다.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조혜린의 얘기를 들었나 보다. 그래서 화가 났을 테고. 그럼 이 잔뜩 화가 난 남자애는 아무래도 전정국의 친구겠지. 나는 일단 이 남자애를 진정시키기 위해 잠깐만, 하고 혜린이의 멱살로부터 남자애의 손을 떼려고 했다.

내가 그의 손을 잡는 게 그는 싫었나 보다. 손대기도 전에 뿌리쳐 멱살 잡은 손을 놓았다. 뭐 잘 된 일이지. 그 남자애는 한참 동안 말이 없다가 몇 초가 지나고 입을 열었다.

“…. 혜린아 뭐해?”

이 남자 애도 혜린이를 아나보다. 그래. 모르고서야 이렇게 멱살을 잡을 리가 없지. 혜린이는 자신이 잡혔던 멱살 부분을 잘 정리하고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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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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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ㅋㅋㅋ. 네가 드디어 미쳤구나. 지가 한 짓을 전정국한테 떠넘겨?”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내가 지금까지 들었던 전정국의 행실은 모두 저 혜린, 아니 조혜린의 행동이었다고 하네. 저 남자애의 말을 들으면서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나는 조혜린의 말을 들으면서 속으로 온갖 욕을 다해댔는데. 사과하지 못할망정 조혜린의 뒷담에 빠져들었고, 그동안 나에게 잘해준 전정국보다 만난 지 몇 분 안된 조혜린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조혜린은 이 남자애의 말이 맞는지 듣고 아무 말이 없었다. 그녀의 행동에 저 남자애는 더욱더 화난 듯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래서 뭐? 하는 표정으로 그 남자애를 응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상황을 모두 지켜봤으면서 그만하라고 말 한마디도 꺼낼 수 없었다. 무슨 고등학생 한 명이 화났다고 주면 공기가 이렇게 냉랭해지는지. 저 애를 건들다가는 나도 죽겠구나 생각했다. 치고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끼어들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야. 그만해.”

저 남자애의 친구인듯한 남자애가 갑자기 들어오면서 잔뜩 화가 나있는 저 남자애의 손을 잡고 말렸다. 근데 실루엣을 보니 익숙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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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뭐 하는 거야 지금. 남의 반 와서.”

박지민 image

박지민

“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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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하…. 가자. 종쳐.”

전정국은 이 말을 뒤로 저 아이를 데리고 갔다. 둘은 싸웠는지 둘의 분위기는 안 좋아 보였고, 우리 반은 다시 조용해졌다. 물론 웅성웅성하긴 했지만. 조혜린은 수업종이 치기 전에 반에서 나갔고, 수업 시간 내내 돌아오지 않았다.

어제, 옥상으로 올라간 나는 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광경에 환장하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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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야. 미쳤냐?;;”

내 목소리가 안 들렸는지 박지민과 민윤기는 처음 보는 얼굴의 애들과 웃으며 바닥에 부어져 있는 기름에 불을 붙이려고 라이터를 켰다.

“ㅋㅋㅋㅋㅋㅋㅋㅋ미친 새끼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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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야!!!”

나는 기름에 불을 붙이려고 하는 지민이의 손목을 잡아 라이터를 떨어뜨리게끔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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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정신 나갔어? 미쳤어? 뭐 하는 거야, 개미친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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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어, 정국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서 와 정국아ㅋㅋㅋㅋㅋㅋㅋ. 너도 여기 와서 봐. 재밌는 거 보여줄게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개 웃긴데.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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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미쳤냐 진짜? 야 학교에 불지를 생각이냐? 정신병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냐. 어?”

내 말이 끝나자 갑자기 싸해졌다. 애들의 말소리는 멈췄고 민윤기도 피던 담배를 멈추고 나를 바라봤다. 박지민은 눈에 초점이 없는 모습으로 나를 죽일 듯이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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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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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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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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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박지민은 갑자기 귀신에 홀린 사람마냥 살짝 웃은 뒤에 미친 듯이 웃더니 또 갑자기 정색하며 말을 꺼냈다. 그동안 잘 지내다가 갑자기 왜 이러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다시 말해봐. 정신병자? 내가 정신병자 같은 소리를 했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다시 말해보라고 씨발련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사람은 박지민이 아니다. 물론 박지민은 맞다. 그리고내가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하긴 했지만 나와 초등학교때부터 친구였던, 온갖 일탈은 다 했지만 마음씨만은 착했던 박지민이 아니다. 지금 지민이의 정신상태가 많이 이상한 것 같다. 눈빛부터가 다르다.

이대로 두면 정말 위험해질 것 같아서 나는 민윤기한테 선생님께 잘 말씀드려 달라고 하고 바로 박지민을 데리고 주변 정신병원으로 갔다. 아니, 거의 끌고 가다시피 했지. 얘가 몸집이 작아서 다행이다.

박지민은 몸에 힘이 없는지 대기하는 내내 내 어깨에 얌전히 기대었다. 정신병원 오기 전까지 나 때리고 난리였으면서 지금은 힘이 다 떨어진 건가. 대기시간은 이제 4분 정도 남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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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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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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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왜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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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뭐…. 내가…정신병자여서 정신병…원 온 거…냐?”

많이 상처받았나 보다. 진료받기 전에 사과라도 해야겠다 생각해서 진짜 진짜 오글거리지만 어쩔 수 없이 사과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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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미안해. 정신병자라고 한 것도, 정신병원 데리고 온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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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됐어…. 네가 뭘 알…어.”

그런데 잠깐. 아까부터 박지민의 숨소리와 말하는 말투가 많이 이상했다. 숨이 가쁜지 말하는 중간중간에도 계속 헥헥거리고. 진짜 내가 모르는 무슨 일이 있었나. 빨리 우리 차례가 되어야 할 텐데.

“박지민 환자 들어가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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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야 가자.”

나는 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 박지민을 겨우 일으켜서 진료실로 데리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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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안녕하세요….”

“…교복? 학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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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아…네…. 고등학교 2학년입니다.”

티는 안내지만 엄청 긴장하고 있었다. 정신병원에 난생처음 오는 거일뿐더러 나 때문에 온 것이 아닌 박지민 때문에 내가 보호자로 오는 거라 더 떨렸다.

의사선생님께서는 지민이의 증상, 언제부터 이랬는지, 지민이에게 직접 질문을 하시기도 하고, 뇌 검사도 해보고, 약물복용 검사? 기억 안 나는데 아무튼 그 검사도 했다. 박지민은 검사 내내 숨을 가빠르게 쉬었고 몸에는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가 있었다.

“자. 그럼 봅시다. 우리 지민 친구의 증상이 뭐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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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아…. 박지민…이라고요…. 지민 친구라고…부르지 말라…니까?”

“네, 박지민씨. 알겠어요.”

에피소드를 하나 풀 지면 박지민은 검사 내내 자신을 지민 친구라고 부르는 의사선생님께 지민 친구라고 부르지 말라고, 박지민이라고 온갖 짜증을 냈다. 정신병원에서는 익숙한 일인지 의사선생님은 능력껏 지민이를 달래주셨고.

“검사 결과 나왔는데요, 듣고 충격받지 마세요. 마음의 준비하시고 들어야 할 것 같아요. 죽는 거 아니니 안심은 하시고요. 불안해 보이네요.”

아 어떻게 아셨지. 나는 무슨 시한부라고 하는 줄 알고 눈물부터 나올뻔했다. 다행히 시한부가 아니라는 말을 듣고 나서 불안감에 가득 차 있었던 마음속이 텅 비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의사선생님의 표정은 많이 심각해 보였고, 증상 결과를 어떻게 듣든 간에 생각보다 심각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민친ㄱ, 아니 박지민 씨는 몸에 LSD가 투약됐어요.”

LSD?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투약되었다고 하면 약 같은 거인가. 그럼 박지민이 약을 했다는 건가. 나는 왠지 모르게 두려워졌다.

“LSD는 향정신성의약품의 일종인 강력한 환각제에요. 이 LSD는 매우 다양한 환각 경험을 유발하는데, 시각과 청각 왜곡이 가장 흔해요. 지민, 아니 박지민 씨가 시각 청각 왜곡 같네요.”

“여기 사진 보이시죠? 박지민 씨 눈 감고 뇌 스캔 한 겁니다. 위쪽이 정상 뇌고요. 아래쪽이 박지민 씨 뇌에요. 눈을 뜨고 있는 정상상태보다 더 많은 뇌 부위가 시각 처리에 사용하죠.”

“쉽게 말하면 소리를 볼 수 있다던가, 뭐 색깔을 들을 수 있다던가. 말이 안 되는 얘기잖아요. 하지만 환각 증세를 보이게 되면 이 말은 정말 당연한 거거든요.”

박지민이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하기는 한다. 하지만 약을 할 줄은 상상도 못했고 나는 이런 박지민에게 정말 실망했다. 얘와 계속 친구관계를 둬야 할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의사선생님의 말씀은 아직 끝나지 않은 듯했다. 여기서 더 들어버리면 박지민을 멀리할 것 같아 듣지 않으려고 했지만 치료방법을 알려줄 수도 있을 것 같아 듣기로 했다.

“그리고…. 박지민 씨는 살짝 소시오패스기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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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네…?

“아까 정국 씨가 증상 얘기할 때 미친 듯이 웃으면서 불을 붙이려고 했다 했죠? 보통 사람들은 환각 증세를 보이면 엄청나게 불안한 기색으로 행동하거든요.”

“하지만 박지민 씨는 소시오패스기가 있어서 웃으면서 행동한 듯합니다. 심한 건 아니니 약물치료하면 금방 없어질 거예요."

“평소에는 안 나타나지만 화나거나, 아니면 이런 식으로 약물을 투여했을 때 나타나는 것 같아요. 화나게만 안 하면 일상생활엔 문제없어요.”

나는 왜 여태까지 이걸 몰랐을까. 초등학교 때부터 친해서 많이 다투고 싸우고 토라졌는데, 왜 그땐 박지민이 괜찮았을까. 결단 지을 수 있는 건 이거밖에 없었다. 박지민은 지금까지 나와 싸우며 한 번도 화난 적이 없다는 것을.

1시간 동안 박지민의 증상 설명도 듣고 박지민의 간단한 약물치료도 다 끝내 이제 갈 시간이 되었다.

“이틀 뒤에 또 오세요. 치료한 것이 효과가 있는지 확인해봐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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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네. 감사합니다.”

“잘 가요.”

지금 시각은 5시 35분. 우리는 병원에서 나오고, 나는 박지민을 집까지 데려다주기로 했다. 혼자서는 잘 걷지도 못할 것 같아 보였다.

전정국 image

전정국

“다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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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어.”

박지민은 짧은 답을 한 뒤, 집으로 들어갔다. 나는 왠지 모를 걱정에 박지민 방에 불이 켜진 것까지 확인한 다음에 집으로 갔다.

집으로 가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소시오패스는 보통 사람을 사귈 때 자신에게 이익이 있는 사람과 사귄다는데 박지민도 그럴지,

얘가 나중에 커서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다닐지. 머릿속에는 이런저런 걱정과 함께 집으로 도착했다.

오늘의 베스트 작품이 안뜨네요? 저만그런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