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o Sulap
[Kartu Hoseok] - Bunga Es 3 <Selesai>


호석의 집에서 함께 지낸지 어느덧 한달이 넘어가고 있었다.

호석은 회사에 출근하고 여주는 봉사활동에서 찍었던 사진들을 출품해서 공모전에서 대상도 받았다. 상금 300만원으로 주말에는 여행도 다녀오며 그와의 추억들을 잔뜩 카메라에 담았다.

그와의 하루하루는 늘 새로웠고. 반짝였고ㅡ 떨렸다.


까만밤-

함께 침대에 누운 여주가 그와 마주하며 바라보았다.


문여주
호석아.


정호석
응.


문여주
내가 너 진짜 좋아해.

호석이 피식 웃으며 여주의 이마에 짧게 입을 맞췄다.



정호석
알지. 나는 사랑하는데.

어둠에 익숙해진 시야에 반짝이는 그의 눈동자가 담겼다.

그가 좋다.

그의 흘리듯 터져나오는 낮은 웃음소리도. 기분좋게 만드는 방정맞은 웃음소리도 좋다.

말할때 묵직하게 나는 목소리도. 놀라서 튀어나오는 하이톤도 좋다.

무표정한 그의 표정도 좋고. 웃을 때 휘는 반달눈도 좋다.

호석이의 모든게 좋다.


문여주
나 안아줘.

애교스럽게 말하며 웃는 여주를 잠시 바라보던 호석이 가만히 팔을 뻗어 그녀를 안아왔다.



정호석
왜 그러지 오늘?


문여주
.....왜?



정호석
애교가 많은데?

귓가에 울리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여주는 그를 더 꼭 끌어안았다.

너무 좋아. 네가-.





언제나와 같은 아침이었고 일상이었다.

분명.

그랬다.



하루종일 아무연락이 없는 핸드폰에 호석은 몇 번이나 하던 일을 멈추고 액정을 확인했다.

핸드폰이 고장났나? 아니면 바쁜 일 있나?

전화도,문자도 갑자기 뚝 끊겨버린 연락에 호석은 초조하게 시간을 확인하며 퇴근시간만 기다렸다.

내가 뭐 잘못한거 있었나? 삐졌나??

아니면 무슨 일 있나? 사고는 아니겠지?

불안한 마음에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여주에게 전화를 걸어봤지만 전원이 꺼져있다는 음성메세지만 들려올 뿐이었다.


철컥-!


불이 꺼진 집이 낯설다.



정호석
여주야-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호석이 거실의 불을 켰다.

뭔가 비어보이는 거실 풍경에 호석이 방 문을 열었다.


정호석
.......

무엇이 바꼈는지 인지하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다.

벌컥, 옷장문을 열어본 호석은 미친듯이 집안을 돌아다니며 여주의 흔적을 찾았다.


정호석
여주야! 문여주!!

화장실에도. 거실에도. 주방에도.

그녀의 물건들이 싹 사라져 있었다.

마치 원래 혼자였던 것처럼. 그녀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마법처럼.

그렇게.

문여주

그녀가.



사라졌다.



여주가 사라진지 3년이 지나간다.

처음 한달은 무슨일이 생긴거 아닐까 걱정하며 백방으로 그녀를 찾아다녔고.

1년쯤 시간이 흘렀을때는 그녀에게 화가 났고.

나 갖고 놀았던 거냐고. 내가 그렇게 쉬워보였냐고.

우리 관계가 그렇게 우스웠냐고.

술만 마시면 그녀를 욕했다.

그렇게라도 원망을 풀어내지 않으면 견딜수가 없더라.


하지만 그렇게 속에 있는 분노를 모두 끌어내서 토하고 나면.

어김없이 텅 빈 집. 텅 빈 마음에 한참을 울었다.

내가 더 잘할게, 돌아와 여주야.

거짓이어도 좋고ㅡ 무슨 변명이라도 다 속아줄테니까. 그냥. 내 옆에만 와줘.

내 옆에만 있어줘.


우연이라도 우리, 좀 만나자.



그렇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세번 지나갔을 무렵, 호석의 집 앞에 작은 택배 상자가 놓여있었다.

발신인은 적혀있지 않은 그 상자를 보자마자 직감했다. 여주다


호석은 집에 들어와 아무렇게나 가방과 겉옷을 벗어던지고는 택배상자를 뜯었다.

심장이 쿵쾅거려서 숨을 쉬는 박자가 자꾸만 엉켰다.

잘게 떨리는 손에 주먹도 몇 번을 쥐었다 피며 상자를 열자 그 안에는 호석의 사진들과 편지들이 들어있었다.


[그리운 호석이에게.


호석아.

어떤 말로 시작해야 될지 모르겠다.

미안하다고 해야할까. 용서해달라고 해야하나. 많이 놀랐을텐데.

음....있잖아ㅡ 나 암이래.

지금은 병원인데. 너에게는 반짝였던 기억으로만 남고 싶어서ㅡ 예쁘고 맑았던 모습으로만 남고 싶어서. 그래서 도망쳤어.

차라리 날 원망하고 미워하고ㅡ 그렇게 너에게서 잊혀지는게 덜 아프지 않을까. 네가 더, 잘 버틸수 있지 않을까.

그래놓고 이렇게 편지를 쓰고 있는 나는.

여전히 네가 그립고 네가 보고싶다고 말하는 나는,

되게 이기적이다. 미안해... ]



정호석
아아.....

호석은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소매로 닦아내며 편지들을 펼쳤다.

이미 글자가 번진채로 마른 편지지를 마주할때마다 왈칵, 울음이 터졌다.


너 아팠구나.

그런데도 나한테 말도 없이 혼자 견뎠어?

왜. 왜그랬어, 여주야.


정호석
아흑.......!

무너졌다.

편지 가득 담긴 그녀의 마음에. 그녀의 슬픔에. 곳곳에 번져 있는 그녀의 눈물자국에.

그녀가 고통속에 자신을 그리워하는 동안, 자신은 그녀를 향한 원망이나 쏟아내며 분노했던 시간들이 바보같아서 견딜수가 없었다.

환하게 불이켜진 거실. 상자 속 사진들은 온통 웃는 얼굴 뿐인데.



그녀의 마지막 편지를 열었다.

그 안에는 가장 반짝이던, 우리의 처음.

밤하늘 아래 함께 찍은 사진이 들어있었다.


스물 여덟, 너를 만났고.

스물 아홉, 너와 함께 가장 찬란한 20대의 마지막을 보냈다.

넌 늘 말했지, 불꽃같다고ㅡ

까만 밤하늘에 찬란하게 빛나고 사라지는 불꽃처럼 우리의 사랑은 순간이었지만 영원일거야.

나는 네가 있어서. 너를 만나서.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내 마지막도, 너의 기억이 있어서 슬프지 않고 너를 떠올리며 웃을 수 있어.

이쁜 호석이.

천사같은 호석이.

그 처음을 영원히 간직할께.

안녕, 나의 첫사랑.

그리고 내 전부였던-



내 마지막 사랑. 안녕-





[매직샵] - 문여주님의 의뢰가 완료되었습니다.







[작가의 말] 2편과 3편 두편 올라갔으니까 건너뛰시면 안되욤~~~><♡

"겁나 슬픈 새드엔딩"을 원하셨는데ㅠㅠ 다들 울어주세요!! 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