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ndela Pajangan Khusus



강여주
아, 짜증 나.


박지민
여주 씨만 짜증 나는 거 아닙니다.

낮게 깔린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지민이 벌써 와 있었다. 왜 진즉 안 알려줘서 사람 놀라게 만들어?


강여주
그래서, 나도 모르는 새에 또 날짜까지 잡아버렸다 이 말인가요?


박지민
어쩔 수 없었던 거 여주 씨도 잘 아시지 않나요? 그쪽 부모님께서도 원하신 일이었어요. 아, 벌써 사돈 관계까지 맺으셨던 건 아시나요?

수많은 질문들에 머릿속이 혼잡해졌다. 내가 이딴 결혼을 왜 해야 하는 것이고, 고작 가족의 대를 잇기 위해 내가 희생되어야 한다는 게 정말이지 짜증났다. 점점 어지러워지는 머리를 붙잡고 지민에게 말했다.


강여주
빨리 가요. 촬영장까지 가려면 시간 꽤 걸리겠네요.


강여주
진짜 별로다.

프릴이 더럽게 많은 웨딩 드레스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저딴 걸 왜 내가 입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도 아닌데. 아, 그래. 간섭. 간섭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뭐든 해야지.


박지민
예쁘네요.


강여주
제가 좀 그렇죠?


박지민
아뇨. 드레스가.

저게 진짜 맞고 싶나.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나를 보는 모습이 정말 더러워 보였다. 누가 보면 원수 사이인 줄 알겠네. 전화기가 징징 소리를 내며 울리자 화면을 켰다. 아, 강태현 개자식.


강태현
< 곧 갈게. 아버지께서 주소 찍어 주셨어.

세상에 이런 일이.

필요한 역/???
신부 분이 신랑 분 옆으로 조금만 붙으실게요!

한껏 내리쬐는 햇빛, 짜증 나는 기분, 초면 옆에 붙는 수치, 그리고 커피를 마시는 강태현 자식. 싹수도 없게 제 동생이 웨딩 촬영을 하느라 짜증 나는데 저는 혼자서 커피를 쪽쪽 잘도 마셔? 사후에 염라대왕한테 곤장질이나 당해라.


강태현
야, 강여주. 꾸며 놓으니까 예쁘다?


박지민
여주 씨는 항상 예쁘죠, 뭐. 꾸며도 안 꾸며도 예쁜 게 여주 씨잖아요.

저것들이 아주 더위에 찌들어서 환장했구나. 속으로 욕을 하며 피팅 룸으로 향했다. 이게 마지막 촬영이었단 것이 참 다행이었다.


강여주
강태현, 왜 안 가냐···?


강태현
살다살다 결혼 전에 신혼집을 으리으리하게 준비해둔 사람은 처음이라. 조금만 구경하다 갈게.

저, 저. 아오, 말을 말자. 당당하게 헤실헤실 웃고 지민과 수다를 떠는 강태현이 미친 것처럼 보였다. 저럴 사람이 아닌데. 한가하게 차까지 마시며 대화하는 둘을 응시하며 소리쳤다.


강여주
오빠라고 봐주는 거 뭐 없어. 다 나가!

회장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KY그룹 막내 딸, 부자의 딸, 돈이 많은 애. 모든 게 나를 졸졸 따라다니는 수식어였다. 그런데, 이제 하나가 더 붙겠지.

'유부녀'.


필요한 역/???
신부 입장!

강태현, 아니 오빠와 나란히 걸으며 저 앞까지 도착할 때 생각했다. 저 사람이랑 언젠가 이혼을 하게 되겠지. 어쩌면 내가 저 사람에게서 도망칠지도.

모든 진행 순서가 어지럽고, 지루하기만 했다. 조용히 그 진행 순서에 따르다 보니 어느샌가 결혼식이 끝나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남들은 버라이어틱하게, 또는 정열적이게 보냈을 결혼 첫날 밤에, 나는 숨죽여 울었다. 이딴 결혼은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아무것도 모를 아이 때에도, 이런 결혼 생활을 원한 적은 없었으니까.

고작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는 것도,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던 것 같았다.

필자
안녕하세요! 부장입니다.

필자
어쩌면 조금은 정열적이게, 조금은 더럽게, 조금은 침울하게 하는 사랑이 이 글에 어울릴 것 같아 한번 이런 스타일로 써봤어요. 다들 어떠셨는지 모르겠네요.

필자
마지막 계약 때문에 계약서 내용은 파기하라는 분들이 정말 많으셨던 걸로 기억해요. 하지만 이 계약으로 얽히고 섥히고, 또 꼬이는 둘의 사랑을 끝까지 지켜봐 주셨으면 정말 좋겠어요.

필자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께 항상 감사합니다. 코로나19 조심하시기 바라며, 이상 부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