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ccolta di racconti brevi

Tempo limit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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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
















"지민아~ 박지민~!"



언제 잠들었는지 해가 져가는 줄도 모르고 책상에 엎드린 채 자고 있었다. 나를 깨우는 여주의 목소리에 잠이 깼을까? 고개를 드니 나를 바라보는 여주의 모습은,



"저녁 먹자, 지민아."



정말 예뻤다.



"여쭈우우..."



지민은 여주를 끌어 안더니 고양이 마냥 부비적 거렸다. 여주는 간지럽다며 그만 하고 밥이나 먹자고 지민을 끌고 나왔다.



"짠~ 맛있겠지!?"



칭찬을 기대하는 눈빛을 무한으로 발사하는 여주에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지민은 함박웃음을 짓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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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여보 밖에 없어ㅎㅎ"



그 누구보다 서로를 사랑하는 이 커플. 결혼을 5개월 앞두고 동거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행복은 길게 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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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 말기입니다."



여주가 시한부 판정을 받은 날부터 비극이 시작되었다.



"여주야..."

"왜."

"병실에 계속 있으니까 너무 심심하지? 나랑..."

"곧 죽는 사람이 심심할 게 뭐가 있는데."




여주는 변했다. 사랑스럽게 짓던 미소는 볼 수 없었고, 차갑고 싸늘한 여주는 내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놨다.



"여주야, 난 누가 뭐라 해도 널 사랑해. 그러니까..."

"허... 야, 난 곧 죽어. 내가 죽으면 넌 다른 여자한테 가겠지. 제발 그 뻔한 거짓말 좀 그만해."

"여주야!!"

"시끄러워."



여주는 등을 돌렸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버린 채 나를 외면했다.



너 이런 애 아니었잖아... 우리... 사랑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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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쯤 지났을까. 모든 게 지쳤다. 하고 싶은 거 다 하라며 용돈을 주고, 나랑 아무 대화를 나눠주지 않아도 옆에 앉아서 간호를 했다.



감당하기 힘든 병원비에 사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용돈까지. 나 혼자서 벌어오는 월급 가지고는 너무나 버거웠다.



하루에 한 끼를 챙겨 먹는 것도 내겐 사치가 되었다. 내 사정을 알기는 알까. 여전히 사랑하는 너를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있는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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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야, 나중에 이거 먹어."



지민은 여주가 좋아하는 타르트를 사 왔다. 문제는 여주가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다는 거. 얼굴 한 번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내가 오면 늘 이불을 뒤덮어 써버린다.



얼굴이라도 보여주지. 아님 대화라도 나눠주지. 네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곤 칼날처럼 날카로운 말뿐이야.



"언제까지 찾아올 생각이야. 매일이다 왜 이렇게 귀찮게 해!!"



아프다. 너의 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리고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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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그래. 미안하다."



지민은 머리를 쓸어넘기고는 병실을 벗어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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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가 더 지났을까. 지민은 여주를 찾아가지 않았다. 그저 틈틈이 용돈을 보내는 게 다였다.



돈을 쓰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난 그저 병원비와 용돈을 위해 야근까지 하면서 돈 버는 기계가 된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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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되는 거지."

"아..."



지민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뱉은 말에 놀랐다. 이러면 안 되는데. 그녀 곁에 남아 있는 사람은 나뿐인데. 왜 이렇게 빨리 끝나버렸으면 하는지.



"아니야... 이건 아니야..."



자신을 자책하고 또 자책한다. 분명 사랑하는 그녀인데. 사랑했던 그녀인데...



도대체 언제 날 놓아줄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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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2개 포장해 주세요."



오랜만에 야근을 하지 않고 일찍 일이 끝났다. 오랜만에 소식 하나 없던 여주를 보러 가기로 했다. 여주가 좋아하는 간식을 사서 말이다.



"오늘도 화내려나..."



병실 문 앞에 선 지민은 들어가기가 망설여졌다. 2주 넘게 그녀를 보지 않았고, 더 이상 무슨 대화를 나눠야 될지도 모르겠기에. 어색함만 공존할 거 같기에...



"여주 너 지민이한텐 얘기했어?"



안에서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니. 얘기할 리가 없잖아."

"진짜 미쳤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어떻게 걔한테 얘기를 안 해!?"

"알잖아... 내 목적."



내 친구이자 여주 친구인 김태형 목소리였다.



"말이 돼? 걔가 너를 얼마나 끔찍하게 아끼는데, 어떻거 걔한테 그런 짓을 해...?"

"난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어. 나 때문에 지민이 인생까지 망치고 싶지 않아... 날 미워해도 되니까, 이제 그만 날 잊고 살아갔으면 좋겠어."

"너 이러는 거 걔가 알게 되면 어쩌려고 그래."

"그니까 안 걸려야지."



태형은 어이없다는 듯 여주를 쳐다봤다. 눈물 많은 여주가 여태까지 안 들켰다는 거에 신기할 노릇이기에.



"걔가 준 돈은 하나도 못 쓰겠더라. 그래서 계속 모아두고 있어. 나중에 돌려줘야지. 하고 싶은 거 하라고. 나 때문에 굶어서 살도 많이 빠졌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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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뻔히 아는 네가..."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아... 죽기 싫어, 태형아..."




여주의 떨리는 목소리. 
태형은 이를 악 문채 눈물을 삼켰다.



"전화 와서 잠시 받고 올게."

"응."



태형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런데,




"박지민...?"



박지민은 태형을 지나쳐 여주에게 다가갔다. 여주는 급하게 이불을 뒤덮어 썼고.



"이불 치워."

"내가 오지 말라고 했잖아. 왜 또...!!"



지민은 거세게 이불을 치워버렸다. 그러자 얼굴을 감싸버리는 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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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내가 너 없이 잘 살 거 같아?"



여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멈추지 않는 눈물에 멈추려고 애쓰지만 소용이 없었다.



"으흑... 윽... 왜 다시 온 거야... 내가 어떻게 버텄는데..."

"누가 뭐래도 넌 내 하나뿐인 아내야."



지민은 여주를 끌어안았고, 여주는 미안하다며 엉엉 울었다. 오랜만에 서로에게 전해지는 온기는 그 어떤 때보다 따뜻했다.



"미안해 지민아..."



이 둘의 끝은 짧았다. 하지만 이 둘의 사랑은 영원했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지민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고, 여주는 마지막 날까지도 예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지민은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여주의 미소를 볼 수 있었다.



여주야, 내가 없는 그곳에서라도 부디 행복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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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빠른 전개죠? 길게 했다간 작정을 하고 길게 쓸 거 같아서 참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