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ere catturato

(24) La sua situazi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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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로잡히다 (24) 그의 사정


연구소에서 주로 밥을 혼자 먹었었는데, 요즘은 정호석과 지호선배와 셋이 종종 모여서 먹는다. 정호석은 알면 알수록 참 밝은 아이였다.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서는 칼같은 면이 있긴 했지만, 대체로 긍정적이고 밝았다. 덕분에 소개팅 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지호씨와도 어색하지 않게 런치메이트가 되어서 같이 밥을 먹게 되었다.

 혼자 밥먹던 때에는 이래저래 시간이 많은 점심시간이었는데, 요즘은 호석이의 수다타임이 끝나면 꼭 커피를 챙겨먹어야 하는 지호씨 때문에 나의 점심시간이 바빠졌다. 아 이런 인싸 같은 점심.. 익숙해지고 싶지 않은데.. 마음 속 깊은 곳에 불편함은 잠시 접어두고 두 사람에게 오늘도 끌려다니고 있었다. 


오늘도 점심시간에 호석이와 지호선배와 같이 밥을 먹던 중이었다. 



"해주씨, 저 이번 주말 부터 좀 한가할 것 같은데, 시간 어때요?"


지호선배는 지난번 소개팅 에프터 이후 나와 제대로 된 데이트를 못하고 있어서 연구실 밖에서 만날 날을 꼽고 있었던 것 같다. 정국이에게 조금 미안하지만, 일단 약속은 잡아야겠다.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내가 양심이 캥길 게 뭐가 있나 싶지만, 암튼 정국이에게 뭔가 좀 미안하다. 

그나저나 이번주 주말은 사냥제가 있는 날이었다. 바쁜 일이란게 이렇게 시간을 맞춰서 끝나다니... 이러면 심증이 더 굳어질 수 밖에 없다. 휴... 마음이 무거웠다.



"이번주 주말은 좀.. 
 제가 선약이 있어서, 다음주 주말에 그럼 봬요.. 

제가 영화라도 예매할까요? 저는 사실 영화 같은 거 잘 몰라서.. 지호선배 관심 가는 거 있으면 같이 봐요"



내 말에 지호씨 표정이 약간 어두어졌다가 다시 밝아졌다. 지호선배는 내가 영화를 보자는 말에 기뻤는지 좋아하며 연구실로 돌아갔다. 그렇게 지호씨와 헤어지고, 호석이와 연구실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뭔가 할 말이 있다는 호석이 나를 붙잡았다.



"선배, 저는 사실 해주선배가 오소리라서 왠지 나쁜 사람일 줄 알았어요."


"아니 왜..?"


"그냥요.. 

 제가 만나본 오소리들은 다 성질이 더럽고 불친절했거든요. 
악한 오소리들도 많구요..

그런데 안 그런 오소리도 있다는 거 이제 알겠어요"



호석이의 때 아닌 고해성사에 좀 당황스러웠다. 



"호석씨, 내가 성질을 숨기고 살아서 그렇지 성질 더러운 오소리는 맞는 것 같긴 한데 이를 어쩌냐..?"


"그게 아니고.. 제가 만난 오소리들은 대부분 되게 악했어요. 
 악인이었거든요.. 

 해주선배는 뭐랄까.. 

 악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세상을 긍정적으로 살려고 하는 그런 느낌이 들어요.."


"고맙네~ 날 좋게 봐줘서.. ㅎㅎ
 앞으로 더 긍정적으로 살아보려고 노력할께.."



왠지 싱거운 고백에 웃었다. 그러다가 문득 정호석이 날 쫒아왔던 주말이 생각났다. 지금이 바로 물어볼 타이밍이었다. 



"그러고 보니, 
 너 혹시 어느 주말엔가 날 쫒아다닌 적 있지 않아...?"


"아... 저.. 그게..."



내 말을 듣자마자 정호석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죄송해요 선배님..! 제가 그 땐 선배를 오해하고 있었어요...."



정호석이 갑자기 무릎을 꿇으며 사죄를 했다.



"그 땐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



가만 보니 연구소 복도에서 나눌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아 호석이를 데리고 건물 밖 벤치에 데리고 갔다. 점심시간이 이미 끝난 시간이어서 건물 밖에는 다행히 사람들이 없었다.



"그래서, 무슨 오해였는데? 난 괜찮으니까 한번 이야기해봐.."


"저어... 선배 오해말고 들어요..

 저 어릴때, 오소리에게 납치 당한 적이 있어요... ㅜㅠ 그래서 그 일이 무슨 일이었는지, 그 배경을 쫒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오소리들이 어떤 모임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선배도 연관이 있는 줄 알고 오해했어요..

 제가 그 모임에 가고 있는데 선배가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따라갔었는데, 왠지 저와 목적지가 같은 것 같아서.. 계속 쫒아갔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선배가 골목으로 사라지고... 그 친구분이 선배를 부축하는 걸 봤어요.. 그리고 나중에 그 때 몸이 안 좋아서 그랬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선배 그 때 병가도 내셨잖아요.. 

그때 제가 쫒아간 거 모르는 줄 알았는데 죄송해요... 
정말 죄송헤요....."



오소리 모임이라... 나는 이야기를 들으며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얘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 



"아 전정국...? 그 때 몸이 좀 안좋아져서 쓰러지긴 했었지... 
 그나저나 납치 당한 배경을 쫒고 있다니 무슨 얘기야?"



이야기를 나눠보니 놀랍게도 호석은 진수를 알고 있었다. 

오소리였던 진수와 같은 학교 선후배 사이인 호석은 술 자리에서 진수의 말실수로 그를 의심하게 되었고, 컴퓨터도 꽤나 잘하는 호석은 진수의 이메일을 해킹했다고 했다. 그리고 사냥제 같은 비밀 모임을 알게 된 것이다. 

진수가 나에게는 메일을 보낸 적이 없어서 망정이지... 나와 연락한 적이 있었다면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보니 진짜 얘도 무서운 애잖아? 정신이 아찔했다. 

호석은 도리어 진수와 친했던 나에게 아는 게 없냐고 물었고, 나는 호석에게 전혀 아는 게 없다고 나도 깜짝 놀랐다며, 시치미를 떘다.



"요즘 진수를 통 만날 수가 없더라고... 
 연락도 안되고..."


"경찰에 잡혀갔을 거에요.. 제가... 신고 했거든요.."



호석의 얼굴이 무척 어둡고 쓸쓸하게 바뀌었다.



"잘했어.. 신고..

 이런 일을 니가 직접 해결하려고 하면 안되지.. 그건 너무 위험해. 니가 감당하려고 하지 말고 경찰에게 맡겨..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잖아"


"그래야할 것 같아요..
 누굴 의심하려다보니 한도 끝도 없이 의심하게 되어서...
 한동안 정말 힘들었던 것 같아요. 

선배에게도 왠지 그래서 미안해요. 선배를 의심했었거든요..  여튼... 선배 용서해줘서 고마워요"


"그래, 너도 고생했어"



호석 어께를 토닥여주는데, 문득 마음이 무척 찔렸다. 호석이가 납치된 적이 있었구나.. 얘도 어떻게 보면 생존자네... 다시 한번 이 모임을 깨부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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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머릿속에 지진정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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