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ere catturato

(28) 후희 Clean 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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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로잡히다. (28) 후희 


정국은 그런 해주의 반응을 끊임없이 살피며 조금씩 속도를 맞춰주었다. 자신을 너무 다정히 대하는 정국을 보며 해주는 약간 울컥한 기분도 들었던 것 같다. 이 남자 믿어도 되는 걸까...? 아직 까지는 내가 너무 외로워서...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너무 두려웠다. 하지만 두려운 마음이 느껴지려고 할 때마다 느껴지는 자극이 해주를 생각에 집중하지 못했다. 



.   .   .



얼마간 잠이 들었을까...? 나는 바깥에서 달그닥 거리는 소리에 깼다. 옷을 대강 걸치고 눈을 비비며 나오니 전정국이 주방에서 뭔가를 하고 있었다.



"뭐해...?"


"어? 일어났어..? 안 그래도 슬슬 깨울까 했는데.."



뒤돌아보는 정국이 손에 냄비가 있었다. 와.. 안 쓴 지 백만년은 된 것 같은데... 저걸 어디서 꺼내서 썼지...? 나는 약간 부끄럽고 창피했다. 



"그리고 너는 기집애가 집에 양념 하나 없냐..?"


"뭐래...? 
 아주 내 주방 살림을 속속들이 다 열어보셨구만...?"



정국이가 아무것도 없던 나의 주방에서 밥을 해놨다. 라면 끓여먹는데 쓰던 밥솥에는 막 지어진 따끈따끈한 쌀밥이 있었고, 막 내려놓은 냄비에는 된장 찌게가, 그리고 냄비 옆에는 금방 사온 듯한 김치와 가지런히 잘린 김이 그릇에 담겨있었다. 거실 탁자에 앉는 정국이의 어께 너머로 조리대에는 정국이가 막 사온 듯한 4키로짜리 쌀푸대 하나, 토막난 야채들, 된장, 고추장 등이 보였다.



"내가 무에서 유를 창조했지.

집 앞에 슈퍼가 있어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저녁차리는 건 어려웠을 것 같다."


"... 야 너 진짜 대단하다... 인정.. 
내 주방에서 밥을 보는 날이 오다니..."



나는 수저들을 꺼냈다.  하나씩 사기가 귀찮아서 그릇도 수저도 두벌씩있는 세트로 사놨는데 천만다행이었다. 지금 그릇도 수저도 없었다면... 와 아찔하다..



"해주야, 어서와서 앉아.. 밥먹자.."


"와... 고마워..

가스렌지 켜는 것도 귀찮아서 라면도 밥솥에 끓여먹는데... 
니 덕에 내 밥솥에 밥을 하는 날이 오네..."



그래, 인정할 건 인정하자. 솔직히 감동적이었다. 따듯한 밥을 한숟갈 떠서 먹으니 마음 속으로도 따듯한 기운이 퍼지는 것 같았다. 전정국은 수퍼에 멸치다시팩이 없었다며 투덜거렸지만, 나는 그냥 내 주방에서 누군가가 밥을 해줬고 그 밥을 먹는 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따듯해졌다. 물론 맛도 있었다.



"이렇게 있으니까 너네 집에 1주일 있었던 거 생각나네... 
 그 때만큼 이 밥도 맛있어"


"우리 해주.. 많이 피곤하구나.. 우리집에서 한 밥이 더 제대로 였던 것 같은데.. 내가 다음에는 좀더 맛있게 해줄께..ㅎㅎ"



밥을 먹는 정국이는 신나 보였다.



"정국아, 너 말이야... "


"응?"


"언젠가는 다시 같이 1주일 지내볼래...?
 이번엔 우리집도 좋구.."


"너 나 부려먹으려고 그렇지..? 이 살림살이 제대로 없는 집에 내가 있으면 뭐가 달라질 줄 알고..?"


"와, 어떻게 알았어? 나 사실 지금 너무 신기해.. 
 우리집 주방에서 밥이 나오는 날이 오다니 진짜 신기함.."



진심이 담긴 내 말에 피식 전정국이 웃었다.  



"그래.. ㅋㅋㅋ 좋다.
 내가 언젠가는 이 집에 1주일 살면서 탈바꿈 해줄께.."


"욜 좋은데 전정국..

 미리 고마워..
 1주일 잘 부탁할께ㅋㅋㅋㅋ..."



밥 먹고 설거지를 하는 중이었다. 정국은 내 거실이 지저분했는지 이것저것 정리를 하고 있었다.



"겉옷은 어디에 걸까?"



정국이가 소파 팔걸이에 걸쳐두었던 가을용 코트를 들고 말했다.



"나 그냥 아무데나 벗어 두는데...  
 보기 좀 그러면 옷걸이에 걸어줘~"


"내일도 이거 입고 나가?"


"어.. 나 옷 사는 취미가 없어서, 옷이 별로 없어.. ㅎㅎ
 내일도 그냥 입고 가려고... 

거기 잘보이는 곳에 걸어주면 내일 내가 알아서 입고 갈께"



정리가 끝나고 전정국이랑 과자에 맥주라도 마실까 했는데, 정국이는 몸관리 차원에서 과자는 안먹는다고 거절했다.

나란히 앉아서 티비를 조금 보다가 정국이는 나가야하는 시간이 된 듯 이것저것 챙겨입기 시작했다.



"이제 가려고..?"


"오늘 저녁부터 내일 하루종일 근무라.. 
 말했잖아, 무슨 일 있으면 내가 달려간다고... 

서에 가서 나도 대기타야지."



이렇게 간다니 못내 아쉽지만, 사실 나도 내일 새벽에 나가야하긴 한다. 어느새 신발을 신고 현관에 서있는 정국이를 꼭 안아줬다.



"하긴 나도 내일 새벽에 나가야하네.. 아쉽지만 잘 들어가~"


"그래~ 갔다와서 보자고.. 
 우리 되도록이면 현장에서는 만나지 말자. 
 너도 마주치지 않게 현장에서 서둘러서 빠져나와.. 알았지?"


"나도 동감.. 잘 들어가고 갔다와서 보자.."



멀리 배웅은 하지 않았다. 밖에서는 둘이 같이 있는 것이 보이면 안 될 것 같아서 집 현관에서 우리는 헤어졌다. 현관문을 열고 나서기 전, 정국이가 한번 더 나를 폭 안아줬다. 정국이가 문을 열고 나간 뒤 나는  밖에서 엘리베이터 소리가 날 때까지 왠지 현관에 그냥 서있었다. 우리 관계 괜찮은 걸까.. 이젠 정국이가 나에게 친구 이상의 선을 넘어버렸다. 

그래도 아까 돌아서는 정국이 등이 듬직해보였다.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달려와 주겠다니.. 무슨 왕자님이나 기사 같잖아.. 물론 그런 일은 생기지 않는게 가장 좋겠지만.. 그냥 뭐랄까 믿는 구석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었다.


.   .   .


아까 해주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정국은 거실을 정리하는 척 해주의 겉옷 안감을 살짝 뜯고는 안에 뭔가를 달아놓았다. 
해주가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정국은 안심이 되지 않았다. 더구나 해주의 스파이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이정도는 서에서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정국은 서류가방을 구석에 잘 세워놓고 겉옷은 옷걸이에 잘 보이게 걸어두고는 거실 정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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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야기는 작가 머릿속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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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머릿속에 지진정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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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다음주 부터 주말에 2편씩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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