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넥도 단편모음~

뱀파이어

이한은 우연히 봐버렸다.

늦은 밤, 아무도 없는 복도를 지나가던 중이었다.

열려 있던 음악실 문틈 사이로 태산의 모습이 보였다.


“…한태산?”


대답이 없었다.


이한이 문을 조금 더 열었다.

그리고 그대로 굳었다.

태산이 창가에 서 있었다.

달빛에 비친 얼굴은 평소보다 창백했고, 고개를 들었을 때 보인 눈은—


붉었다.


“……뭐야.”


이한의 시선이 태산의 입가로 내려갔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날카로운 송곳니.


“설마…….”


그 순간 태산이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마주쳤다.


“…김이한.”


낮고 차가운 목소리.

이한은 반사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너……”


태산의 표정이 굳었다.


“봤어?”


“…….”


대답하지 못했다.


그 짧은 침묵으로 충분했다.

태산이 천천히 이한에게 다가왔다.

이한은 그대로 돌아서 달아났다.

복도를 지나 계단을 내려가고, 현관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뒤에서 들리는 발소리는 이상할 정도로 빨랐다.


“김이한.”


“……!”


뒤돌아보는 순간, 태산이 바로 앞에 서 있었다.


“잡혔네.”


“너…너..뱀파이어였어?”


태산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이한을 잠시 바라보다가 말했다.


“우리 집 가자.”


“싫어.”


“그럼 여기서 얘기할래?”


“…….”


태산이 한 걸음 다가왔다.


“사람들 많은데.”


이한은 주변을 둘러봤다.

아무도 없었다.

그때 태산이 이한의 팔을 잡았다.


“가.”


“잠깐, 태산아—”


“조용히 해.”

태산은 그대로 이한을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나 갈래.”


이한이 현관 쪽으로 돌아섰다.


철컥.

문손잡이를 잡기도 전에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어딜.”

“…….”


이한이 천천히 돌아봤다.

태산이 서 있었다.

붉은 눈으로 이한을 내려다보면서.


“비켜.”


“싫어.”


“한태산.”


“너 지금 나가면 안 돼.”


“왜.”


“알잖아.”


태산의 시선이 이한의 상처난 손목으로 향했다.

이한은 본능적으로 손목을 뒤로 숨겼다.


“……그렇게 가리지 마.”


“왜.”


“거슬려.”


태산이 가까이 다가왔다.

이한은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고, 결국 등이 문에 닿았다.

태산의 손이 올라왔다.

그리고—


휙.


이한의 넥타이를 잡아당겼다.


“……!”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졌다.

이한은 숨을 죽였다.

태산의 눈이 바로 앞에 있었다.


“도망가지 마.”


“……무서워.”


“그래.”

태산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무서워해야지.”


그 말에 이한의 표정이 굳었다.


태산은 넥타이를 잡은 손에 조금 힘을 줬다.


“네가 뭘 봤는지 잊었어?”

“…안 잊었어.”

“그럼 얌전히 있어.”

“싫어.”

“…….”


태산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말 안 듣네.”


이한은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태산이 손으로 넥타이를 다시 당겨 시선을 돌렸다.


“나 봐.”


“….”


“눈 피하지 말고.”


이한이 천천히 태산을 바라봤다.

태산은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이한의 목덜미 근처를 바라보다가, 다시 눈을 마주쳤다.


“하…….”


낮은 숨소리.


“진짜 미치겠네.”

“……왜.”

“계속 냄새 나잖아.”


이한의 얼굴이 굳었다.

태산은 결국 넥타이를 놓았다.

하지만 물러나지는 않았다.


“오늘은 여기서 자.”


“뭐?”


“싫으면 알아서 해.”


태산이 차갑게 돌아섰다.

몇 걸음 가다가 멈춘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근데 문은 잠글 거야.”


“…….”


“네가 도망 못 가게.”


이한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철컥.

현관문이 잠기는 소리가 집 안에 울렸다.




+제 뇌는 썩었어요.. 산앤한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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