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endula [BL/Chanba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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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쿠공뇽현이
2020.10.08Visualizzazioni 46
"손 대지 마세요."
찬열이 손을 건네자 백현이 그걸 탁 쳐냈다.
잠시 멍하니 있던 찬열이 쓴 미소를 지으며 손을 거두어갔다.
"신첩이 저번엔 놀라 그랬을 뿐. 폐화와 손 끝 하나 닿고싶지 않습니다."
"아직도 제가 미우십니까."
"아니요. 미움의 정도가 아닙니다. 폐하가 싫습니다. 폐하를 사랑한 내가 너무 안쓰럽고 후회스럽십니다. 폐하를 증오합니다."
입에서 쓰디쓰고 비린 핏물이 감도는것 같았다.
혀로 사람을 베어낸다는것이 이런것일까.
기다리세요. 저는 열려있으니, 기다리고 주위도 둘러보면서. 천천히 오세요. 본 것을 제게 말해주시려면, 많은것을 보셔야지요.
"제가..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꽃이라도 안길 생각일랑 마세요. 신첩은 아직도, 폐하가 두렵습니다. 무섭습니다."
스쳐가는 바람에 살갗이 아리고 쓰렸다.
"..정말 전으로 돌어갈 수는, 없는겁니까."
"그 방도는, 폐하께서 찾으셔야지요."
"그게, 그게 무슨,"
"날이 추워 신첩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기회를 주는 그 말에 찬열이 그러쥔 주먹이 바르르 떨렸다.
후궁의 기온이 조금 높아졌다.
"절대. 다시 놓치지 않을겁니다."
* * *
"매일 찾아오기라도 하면. 와서 눈에 비추기라도 하면. 언제든 열려있는 것을."
오랜만에 백현의 당의 아랫자락이 하늘거렸다.
홍옥과 자수장으로 만든 꽃모량 반지가 눈에 반사되어 반짝인다.
* * *
"아.."
"팔을 드시지요."
으으으으움!
고개를 휙휙 저은 백현이 어색하게 웃었다.
흑장미가 화려하게 수놓인 붉은 드레스가 눈앞에서 치렁거렸다.
"아이.. 저,정상궁.."
"화국에서 보내주신 것인데, 한번 입어보셔야지요."
백현이 곰살스레 웃으며 엉덩이를 슬금슬금 뒤로 옮겼다.
"황후폐하~"
궁녀들에게 들려진 백현이 바둥거렸다.
"내가 몸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서,"
"얼마전에 다 나으셨다며 말 타고 놀지 않으셨습니까."
그렇다.
궁에 갇혀있기엔 타고난 성격이 활달했기에 귀여운 조랑말을 데려와 황후궁을 발칵 뒤집었었다.
"그, 곧 합방이!"
"폐하와 합방을 하시는 겝니까?!"
"아, 아니.. 벗기게.."
반짝 빛나던 어린 궁인들의 얼굴이 시무룩해지고, 백현의 옷고름을 풀었다.
"황후폐하, 팔을 조금만 더 들어주시지요."
"아, 그. 꼭 입어야 하는가."
"치수가 맞아야 하지 않습니까. 곧 화국방문을 하셔야 하니, 미리 입어보셔야지요."
"화국방문?!"
"결혼기념일을 축하하신다며 연회를 여신다고 합니다."
"그래.. 정상궁 마음대로 하게.."
정상궁이 고개를 끄덕이자 바로 궁녀들이 머리를 내렸다.
유채기름이 좋으시다 하셨지요. 붉은색이 좋다 하셨지요. 하며 보닛을 씌웠다 핀을 달았다 난리를 쳐댔다.
결국 결정된것은 반으로 땋은 머리를 틀어올리고 나비핀으로 고정, 그 위에 검고 붉은 장미가 수놓인 보닛을 씌웠다.
"아직도 할게 남았는가.."
빨간구두에 손톱까지 새로 물들이고서야 치장은 끝이났다.
"아니, 눈 뽑히겠다. 뭐 이리 화려한지.."
화려함의 끝을 달리는 치장에 백현이 이마를 짚었다.
"금일은 이정도만 하시지요. 나중에는 제대로 해드리겠습니다."
"뭐가 또있어?"
"화국에서 스타킹에 코르셋도 있고 별걸 다 보내주셨습니다. 입어보실게 한참이에요."
백현의 턱이 빠질듯 벌어졌다.
"그만.. 벗기게.."
"후궁 한번 돌아보셔야지요!"
"이.. 차림세로?"
"폐하의 모국이시니, 분명 좋아하실겝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