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운마도학원

편입 신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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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여기가 청운마도학원이라는 거지.”



나는 멍하니 코앞의 거대한 교문을 올려다보았다. 낡아빠진, 그러나 위압감만은 확실한 현판에는 ‘靑雲魔道學園’이라는 여섯 글자가 꿈틀대는 듯한 서체로 새겨져 있었다. 편도 3시간. 국토 최남단에서 굳이 여기까지 기차를 타고, 다시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며 도착한 곳. 한국 유일의 마법 교육기관이라는 거창한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게, 교문 앞에는 흔한 안내 표지판 하나 없었다. 그저 오래된 소나무 몇 그루가 음침하게 서서, 늦여름의 매미 소리만 성가시게 울려댔다.

가방끈을 고쳐 멘 채 한숨을 내쉬었다. 2학년 편입. 남들보다 1년이나 늦은 출발이다. 사실 마법 같은 건 관심도 없었다. 그냥 평범하게 대학 가서, 평범하게 졸업하고, 평범하게 취직하는 게 내 인생 목표였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내 손에 들린 건 합격증이 아니라 이 수상쩍은 편입 통지서 한 장이었다. 마력 잠재력이 발견되었으니 즉시 입학하라는, 거의 협박에 가까운 통보였다. 그놈의 마력 잠재력 때문에 내 평온했던 인생 계획이 통째로 틀어지고 말았다.


“일단… 교무실부터 찾아야 하나.”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교문을 통과했다. 예상대로 내부는 훨씬 더 정신 사나웠다. 잔디밭에서는 학생들이 소환한 듯한 조그만 불도깨비들이 서로 뒤엉켜 싸우고 있었고, 웬 빗자루 하나는 주인을 잃고 미친 듯이 허공을 날아다녔다. 저 멀리 보이는 건물 벽에는 ‘기숙사 내 야식 소환술 절대 금지. 적발 시 벌점 50점.’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너덜너덜하게 걸려 있었다. 한국식 호그와트는 무슨. 그냥 정신 나간 놈들 소굴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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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교무실이 어디 붙어있는지 몰라 닥치는 대로 걷다 보니, 어느새 인적이 드문 숲길로 접어들었다. ‘금지구역. 출입 통제.’ 낡은 팻말이 보였지만, 지금의 나에겐 그저 지름길로 보일 뿐이었다. 이깟 팻말 하나가 내 꼬인 인생보다 더 대수겠는가. 나는 망설임 없이 팻말을 지나쳐 숲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정확히 세 걸음을 옮겼을 때였다. 발밑에서 섬광처럼 푸른빛이 터져 나오며, ‘콰앙-!’ 하는 굉음과 함께 온몸이 공중으로 붕 떴다.



“……아.”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차갑고 축축한 바닥에 대자로 뻗어 있었다. 온몸이 흙투성이였고, 머리 위로는 방금 내가 터뜨린 결계의 파편들이 별처럼 반짝이며 흩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한 여섯 명의 얼굴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중 가장 앞에 있던,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완벽하게 예쁜 여자아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괜찮으세요? 방금 그거… 4학년들도 함부로 못 건드리는 고대 결계인데…”


그녀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나는 멍하니 그녀와 그 뒤에 서 있는 다섯 명의 남학생들을 번갈아 보았다. 딱 봐도 이 학교의 중심인물들, 소위 말하는 ‘인싸’ 무리. 그들의 완벽한 청춘 드라마 한가운데, 내가 초대형 폭탄처럼 떨어진 모양이었다. 아, 망했다. 편입 첫날부터 제대로 사고 쳤다. 내 평탄한 학교생활은 이미 물 건너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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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눈만 끔뻑였다. 고대 결계? 4학년도 못 건드린다고? 그런 위험한 걸 왜 이런 길 한복판에 설치해놓는 건데. 안전 불감증이 따로 없다. 머릿속으로 온갖 태클이 폭포수처럼 쏟아졌지만, 입 밖으로 내뱉을 기력은 없었다. 대신 욱신거리는 허리를 겨우 일으켜 앉으며 짧게 대답했다.


“괜찮아요.”


누가 봐도 안 괜찮아 보이는 몰골이었지만,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았다.



“와, 진짜 괜찮네. 맷집 좋은데?”


내 옆으로 불쑥 다가온 남학생이 신기하다는 듯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날카로운 눈매에 빛에 반사되는 머리카락. 교복을 제멋대로 풀어헤친 폼이 딱 불량학생의 표본이었다. 그가 손을 내밀었지만, 나는 그 손을 잡지 않고 혼자 힘으로 일어섰다. 약간 민망해진 그가 헛기침을 하며 손을 거두었다.


“야아, 초면에 무례하잖아.”


단정한 인상의 남학생이 그를 나무랐다. 토끼처럼 순한 눈매를 가진 그는 학생회 간부라도 되는지 교복에 단정한 배지를 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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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기분 나빴음 미안.”


전혀 안 미안해 보이는 그 옆에서는 여우처럼 생긴 남학생이 재미있다는 듯 웃고 있었고, 무표정한 고양이상의 남학생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덩치 큰 강아지 같은 인상의 남학생은 어쩔 줄 몰라 하며 내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의 ‘그녀’, 한여주가 서 있었다. 완벽한 조합이었다. 순정만화에 나올 법한, 완벽한 캐릭터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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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근데 진짜 어떻게 한 거야? 그거 수석인 수빈 형도 해제 못 해서 몇 달째 방치된 건데.”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범규, 태현에게 묻듯 내게 물었다. 그의 질문에 모두의 시선이 다시 내게로 쏠렸다. 나는 그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냥 걸었는데요.”


내 대답에 그들의 표정이 더 미묘해졌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정말 그냥 걸었을 뿐이다. 내 평범한 발걸음이 고대의 결계를 박살 낼 줄 누가 알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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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교무실에 가봐야 할 것 같네. 편입생이지? 내가 데려다줄게.”


수빈은 상황을 수습하려는 듯 부드럽게 내게 말했다. 그의 제안은 고마웠지만, 어쩐지 이 무리에 끼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이들과 엮이는 순간, 내 조용하고 평범한 학교생활은 영원히 안녕일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뇨, 혼자 갈 수 있어요.”


나는 단호하게 거절하며 옷에 묻은 흙을 털어냈다. 하지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날라리의 극치로 보이는 연준이라는 작자가 내 어깨에 팔을 턱 둘렀다.



“에이, 그러지 말고. 우리도 마침 교무실에 벌점 받으러 가는 길이었거든. 같이 가자, 응?”


벌점? 도대체 무슨 사고를 쳤길래 개학 첫날부터 단체로 벌점을 받는단 말인가. 그의 능글맞은 말투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스킨십에 어이가 없어서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이들은 정말이지, 내가 상상했던 ‘평범한’ 학교생활과는 거리가 먼 존재들이었다. 결국 나는 포기한 듯 한숨을 내쉬며 그들에게 이끌려 교무실로 향했다. 내 편입 첫날은 그렇게, 시작부터 요란하게 꼬여버리고 말았다.

교무실로 향하는 복도는 시장통보다 더 시끄러웠다. 내 어깨에 기댄 채 걷는 연준은 뭐가 그리 신나는지 콧노래까지 흥얼거리고 있었고, 범규는 수빈의 등 뒤에 ‘저는 바보입니다’라고 적힌 종이를 휴닝카이에게 시켜 몰래 붙이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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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피해자인 휴닝카이가 태현에게 멱살, 이 아니라 상체가 잡혔다. 원흉인 범규는 웃음을 참으며 그 둘을 말리느라 쩔쩔맸고, 여주는 해탈한 표정으로 이마를 짚었다. 이 모든 소란의 한가운데서, 나는 영혼 없는 눈으로 앞만 보고 걸었다. 벌점을 받으러 가는 길이라는 놈들이 소풍이라도 가는 것처럼 들떠있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텐션이었다.



“근데 너, 진짜 이름이 뭐야? 우리도 통성명은 해야지.”


연준이 헤실헤실 웃으며 물었다. 나는 대답할 타이밍을 놓쳤다. 아니, 사실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여기서 이름을 알려주는 순간, 이들과의 관계가 공식적으로 시작될 것만 같았다. 내가 입을 다물고 있자, 범규가 태현에게서 휴닝카이를 겨우 떼어내고 끼어들었다.


“이름 막, ‘결계 파괴자’ 같은 거야? 편입 첫날부터 레전드 찍었잖아.”


그 말에 뒤에서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내 평판은 이미 나락으로 떨어진 모양이다.


그렇게 시끄럽게 떠들며 교무실 문 앞에 다다랐을 때였다. 낡은 나무 문이 거의 부서질 것처럼 ‘쾅!’ 하고 열리더니, 웬 머리가 폭탄 맞은 것처럼 산발인 중년의 남자가 뛰쳐나왔다. 그는 손에 금이 간 수정 구슬을 든 채 사색이 된 얼굴로 외쳤다.


“어떤 놈이야! 학년 전체 방호 결계를 박살 낸 놈이 대체 어떤 놈이냐고!”


남자의 시선이 정확히 우리 무리에게 와서 꽂혔다. 그는 익숙하다는 듯 연준과 범규를 번갈아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또 너희냐? 이번엔 또 무슨 사고를 친 거야! 개학 첫날부터 아주 그냥 교무실에 도장을 찍는구나!”


그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지만, 정작 지목당한 둘은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저희 아닌데요, 쌤. 이번엔 진짜 억울해요.”


선생의 의심 가득한 눈초리가 무리를 훑다가, 마침내 낯선 얼굴인 내게 멈췄다. 그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흙투성이 교복, 엉망인 머리, 그리고… 내 주변에 희미하게 감돌고 있는 결계의 잔해. 그는 손에 든 수정 구슬과 나를 번갈아 보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설마… 편입생? 자네가… 오늘 오기로 한 주인공 학생인가?”


그의 다급한 목소리에 복도의 모든 소음이 거짓말처럼 멎었다. 한여주와 다섯 남학생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로 향했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이 폭탄 머리 아저씨가 내 담임이고, 나는 이제 ‘결계 파괴자’라는 별명에 더해 ‘요주의 편입생’이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되었다는 사실을.


인생, 정말 스펙터클하게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