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corso] Il valore di ciò che hai

Copyright 2020. 안생. All Rights Reserves.



※로맨스, 썸 일절 없는 휴먼 장르입니다.※
감안하고 봐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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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없어도 괜찮다.


공부를 못해도 괜찮다.


네가 가진 것엔 그 만한 가치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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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세상 물정 모르는 것들이 아무것도 못하면서 기어오르려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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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이 없으면 공부를 잘해야 최소한 밥벌이는 하고 살지, 안 그래?"



석진의 말을 틀린 것 하나 없었다. 이 삭막한 고등학교에서 재능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없다. 학교는 작은 사회이기에, 우리가 나가야 하는 사회도 재능보단 스펙이 먼저였다.



"닥X, 나한테 훈수 두기 전에 네 진로나 걱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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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만 보고 사는 너보단 적어도 내가 아는 세상이 더 넓을 것 같네."



그 말을 끝으로 서영은 손에 들린 가방을 메고 교실 밖으로 빠져나왔다. 답답함이 머리 끝까지 올라오려는 석진이 겨우 화를 참으며 머리를 한숨을 쉬고는 교실을 나갔다.



***



서영의 집

방문을 열고 들어와 바닥에 가방을 벗어던진 서영이 양손으로 머리를 쥐며 침대에 앉았다. 재능이 있기는 하냐고? 내 재능을 본 적도 없으면서? 내가 세상 물정을 몰라? 뭐 같은 고등학교에서 전교 꼴등이라 선생님이 눈칫밥을 떠먹여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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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나게, 진짜···."



속상했다. 성적으로 욕을 들은 건 처음이라서, 내 위치에서 내가 가진 것에 최선을 다하는 중인데 아무도 몰라줘서. 그렇지만 좌절할 수는 없었다.

서영은 침대에서 일어나 방 옆에 있는 방음부스로 들어갔다. 그녀의 부모님께서 그렇게 노래가 좋으면 죽을 듯이 노력하라고 설치해주신, 서영에겐 세상에서 가장 위안이 되는 곳이었다.

서영은 방음부스 안으로 들어가 폰을 켜고 노래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 노래를 계속 듣더니, 이내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 서영이었다.



***



다음날

지금은 수학시간이다. 선생은 교실은 공동체네, 함께하는 것이네, 하며 짝끼리 학습지를 채우게 했다. 고등학교에 공동체가 어디 있고 친구가 어디 있다고.

서영은 문제를 하나도 풀지 못하고 학습지에 쓰여있는 이상한 기호들만 보며 샤프를 굴리고 있었다. 수학에 숫자는 없고 뭐 이상한 것들만 잔뜩 쓰여 있어.



"··· 풀었냐?"

"풀었겠냐."



석진이 서영의 학습지를 보니, 자신의 학습지와는 달리 문제를 푼 흔적이 하나도 없는 백지였다. 석진은 머리가 아팠다. 이것도 점수를 같이 받는 것일 텐데.



"너 이렇게 내면 나만 점수 깎이는 거 알지."

"점수는 같이 깎이는 거지."



그래도 서영이 눈치는 있는 건지, 문제를 읽는 척을 하며 소심하게 답했다. 그러자 석진이 한숨을 푹 쉬는 것에 서영은 석진의 눈치를 보며 자세를 고치자 서영의 책상 위로 석진의 학습지가 놓였다.



"아는 것도 없으면서 뭘 풀겠다고 문제를 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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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껴, 내 점수 깎이면 안 되니까."



자신의 학습지를 보여주는 석진에 당황한 서영이었지만, 이내 조심스럽게 석진의 학습지를 자신의 학습지의 옆에 두고 풀이를 옮거 적기 시작했다.



***



방과후



"석진아, 이거 좀 음악실에 갖다놔 줘."



교실 문을 잠그고 교무실에 열쇠를 갖다 놓고 나가려던 석진이, 선생의 심부름으로 파일을 갖고 5층에 있는 음악실으로 향했다.

음악실에 점점 가까워질 수록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석진은 그 목소리를 무시하고 음악실 안으로 들어가 책상 위에 파일을 올려놓고 나가려던 그때, 악기실 안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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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레 악기실의 문을 살짝 열고 보자, 그 안에는 서영 혼자 스피커로 MR을 틀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사선으로 약간 틀어진 서영의 옆모습에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미소가 담겨 있었다.

노래를 부르는 서영은 석진이 알고 있던, 전교 꼴등에 9등급이라 상위권과 선생님들의 눈치를 보는 그런 서영이 아니었다.

행복해 보였다. 학생이 아닌 그냥 한 사람으로서. 사람들에게 눈치만 받고 살아 항상 주눅이 들어있던 서영이 지금 이 곳에서는 그 누구보다 자유롭고 목소리에서 해방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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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진은 그런 서영을 계속 보고있을 수 없었다. 서영을 보니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공부에 얽매여 있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생각하면 할 수록, 머릿속에 자리를 잡으려는 것 같아서 석진을 재빨리 악기실 문을 닫고 음악실을 빠져나왔다.



***



석진 Point of View.

학원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공부를 하려고 책상에 앉아 문제집을 폈지만 공부를 시작하지 못했다. 노래를 부르던 윤서영의 목소리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짓던 행복한 그 미소가 잊혀지질 않았다.

내가 그렇게 행복하게 웃어본 게 언제인지, 행복해서 웃어본 게 언제인지, 내가 제일 잘하고 자부하는 공부를 하며 행복했던 적이 있는지.

없었다. 어느새 그냥 무의식적으로 샤프를 잡고 하던 게 공부였다. 왜 하는지도, 뭘 위해 하는지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냥 남들 다 하니까, 해야 하는 거니까 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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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내가 이렇게 된 것인지. 재능 없이, 좋아하는 것 없이 살았던 내가 부끄러워져 흘러내리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그날, 나는 좋은 성적 없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처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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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를 줄이고 인생을 즐겨라. 너무 빨리 가다보면 놓치는 것은 주위 경관뿐이 아니다. 어디로 왜 가는지도 모르게 된다.

- 에디 캔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