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기다리지마

8화 - 사귈래 말래

유정이 멍하니 지내던 셋째 날, 수업이 끝나고, 태현은 교실을 유유히 빠져나가는 학생들 사이로 유정의 소매를 붙잡았다. 


“이유정! 나랑 얘기 좀 해.”

“무슨 얘기?”

“나 따라와.”

“여기서 안하고?”

“너랑 둘이서만 해야 해.”

“...알겠어.”


유정은 솔직히 설렜다. 그치만 아직도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지혜, 태현 둘과 거리를 두고 있었다. 


학교 뒷골목에서 태현과 유정은 1미터도 안되는 거리에 마주보고 서있었다. 

태현이 고개를 살짝 숙여 표정을 볼 수 없었다. 

유정은 찝찝하면서도 내심 기뻤다. 


“왜 불렀어…?”

“왜 불렀냐니…”


태현은 고개를 들고 유정의 어깨를 잡아 벽으로 슬쩍 밀었다. 


‘너무 가까워…’


“너 나 좋아한다며.”

“으응, 근데 좀 떨어져 봐.”

“근데 왜 피해?”


태현은 유정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아, 안 피했어.”

“피했잖아.”

“아니야. 너야말로 뭐야?”

“...신경쓰여서.”


‘어?’


유정은 놀라서 태현을 바라보았다. 


“네가? …ㅋㅋ, 너가 나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게 뭐야.”


유정의 말과는 다르게 심장은 미친듯이 빠르게 뛰었다. 


“그래서 나 포기할거야?”

“어? 어 아 아니…모르겠어…내가 널 좋아하는 게 맞는지.”

“그럼 나랑 사귀어.”

“뭐?”

“나랑 사귀고 결정하라고.”


유정은 그 말에 지금까지의 덕질 시기가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갔다. 

처음 태현을 보고 잠시나마 기뻤던 순간, 태현을 보러 인생 처음 아이돌 콘서트에 가본 순간, 그곳에서 여러 좋은 사람들을 만났던 순간 등등…


“넌…나 안 좋아하잖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그런 말을 왜 해? 네가…내 맘을 알아?”


말은 생각보다 빨리 움직였다. 유정 자신조차도 왜 그런 말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최애가 사귀자 하면, 초기쁜 일 아닌가?


“넌…그런 말이 쉽게 나와?”


유정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태현은 그런 유정을 놀란듯이 바라보다가 꼭 안았다. 

태현은 그녀를 안은채 대답했다. 


“쉽게 나온 말 아니야. 네가 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한 것처럼, 나도 널 좋아하는지 확실히는 모르겠어. 근데도 네가 너무 신경쓰이고, 안 보이면 걱정돼. 언제부턴지는 몰라도, 어느 순간부터 그랬어.”


조곤조곤 유정을 위로하듯이 말하는 태현의 목소리를 들으며 유정은 눈물을 그쳤다. 

태현도 물러났다.


“그래서, 나랑 사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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