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시,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지 물어봐도 되나요?"
"아무 일도 아니에요."
"정말?"
"네, 그럼요."
"아니, 너 말고. 지민 오빠."

"아.. 저기... 괜찮습니다. 별 일 없었어요."
"...아니요. 도와주세요."
"..공지민?"
"나 좀 도와줘요."
심장에 찬물을 끼얹은 것 같이 아렸다. 아. 날 기억 못하는구나, 역시.
공인주는 아무렇지 않은 척 공지민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 뒤를 김태형이 따랐다.


"김제니는 코빼기도 안보이네. 그나저나 공인주 얜 어디까지 간거야.. 폰도 꺼져있고."
저 멀리 출구를 향해 걸어가는 세명의 실루엣이 민윤기의 눈에 띄었다.
...공인주?


아.
공인주 무슨 짓을 한거지.
걷잡을 수 없이 원작이 다 흐트러졌다.
얼굴만 봤으면 됐지, 왜 욕심부려서는.

"감사합니다! 마침 곤란하던 참이었어요."
"...그 여자. 피해요."
"네?"
"그냥, 그냥 내 말 좀 들어."
..욕심 부린 김에 조금 더 해도 괜찮겠지.
공인주는 간절했다.
뒤를 돌아 김태형과 눈이 마주쳤다. 김제니와 엮였던 김태형을 떠올리니 더더욱 간절했다.
온 몸에 손자국으로 멍이 들어버렸던 그 몸을,
공지민한테서까지 보고싶지 않았다.
원작이 틀어져 내 앞이 깜깜한 것 보다 무서운 것은,
내 가족이 힘들어하는걸 보고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을 때였다.
작별인사를 하며 멀어져가는 공지민의 뒷통수만 빤히 바라보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