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기 5분 전에

04 . 그 날의 진실 (2)








































학생들이 몰린 곳에 가보니 최연준은 한 학생을 죽도록 때리고 있었다.


아니, 때린다고 표현하는 거 보다는 팬다는 게 더 알맞겠다.


나는 그 모습에 놀라 입을 막고 뒷걸음질을 쳤다.





그거 아려나? 사람이 너무 놀라면 아무 말도 안 나오고, 몸도 굳는 거.


그만 하라고, 하지 말라고 말 해야 하는데, 말이 안 나왔다. 바보같이.


"..야....야.....최...."


선생이라는 사람이 학생들이 싸우는 데 아무 말도 못하고. 이게 뭐하는가 싶다.


그 때, 옆반 담임쌤이 오셔서 겨우 싸움이 끝이 났다.


정신이 없었어서 얼굴을 제대로 못 봤었는데, 그 둘의 얼굴을 보니 내가 생각한 거 보다 더 터졌었다.


입술은 찢어지고, 얼굴 곳곳에는 상처에, 멍에 최연준한테 맞은 학생은 코피도 나고, 난리도 아니었다.


나는 놀란 마음이 잠시동안 진정이 되지 않았다.






























"빨리 와서 앉아 최연준."


"상담할 게 또 뭐가 있어요?"
"쌤도 참- 제 얼굴이 자주 보고싶은가봐요."


"쌤 장난치는 거 아니야."
"나 화났어, 빨리 앉아."


"위협감이 1도 안 드네."


"너 진짜 자꾸 말 안 들어?"


최연준은 그제서야 의자에 앉았다.


"왜 싸웠어?"
"얼굴이 이게 뭐야."


"....."


"말 안 할거야?"


최연준은 내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나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뭐....뭘 봐....?"


"뭔가 좀 바뀌었는데."


"어...?"


"속눈썹 길어졌다."
"성형 했어요?"


하.....ㅈㄹ......


"...."
"펌 한건데.."


"아."


"딴 얘기 말고."
"대답 안 해?"
"왜 싸웠냐고."


최연준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그 때, 누군가 문을 열었다.


드르륵-


최연준이랑 싸운 학생이 얼굴에 아이스팩을 대면서 들어왔다.


최연준은 그 모습을 보곤 피식 웃었다.


나는 최연준을 째려보곤,


"웃어?"


소곤소곤 말 했다.


"크흠, 재현이도 와서 앉아."


양재현이라는 그 남학생은 최연준 앞자리에 앉았다.


"재현이 너가 말 해봐."


"뭘요."


"왜 싸웠어?"


"...."
"저 새끼가 말 안해요?"


"..."


"하긴, 지 잘못이 더 크니까 말 못하겠지, 병신같은 새끼."


"재현아."
"욕 하지 말고, 왜 싸웠는지 얼른 말해봐."


"최연준 저 새끼가....."







그 때, 또 누군가 문을 열었다.


학교폭력 담당 선생님이었다.


"은쌤, 바쁘실텐데 이만 가 보세요."
"얘네들은 제가 담당할게요."


"아... 다음 교시 수업이 있긴 한데..."


"뭐야, 시발."


최연준은 갑자기 자리를 벅차고 일어났다.








"저 배은쌤 없으면 말 안할건데요."


"ㅋㅋ까분다 븅신새끼."


양재현은 최연준을 쳐다보며 낄낄댔다.


나는 그 자리에서 어쩔 줄 몰라 허둥지둥댔다.


학교폭력 담당 선생님이 최연준을 억지로 앉혔고, 나는 다음 수업 준비로 그 상담에 참여하지 못 했다.











































띵-동-뎅-동-


6교시가 끝나는 종이 울리고, 나는 황급히 교무실로 올라갔다.


문을 열어보니 상담은 이미 끝난 듯 아무도 없었다.


각자 자리에서 일을 하고계신 선생님들밖에.


나는 옆반 담임선생님께 물어보았다.


"그... 쌤..."
"최연준이랑... 양재현.."
"어떻게...됐어요??"


"아, 걔네~?"
"당연히 학폭위 갔지."


"하...학폭위...요.??"


"당연한 결과 아니야?"
"안 가는 게 이상하지."
"배은쌤도 참석 해야할 것 같아."


"아...네."
"근데 어쩌다가 그랬대요..??"








"최연준이가 양재현이 돈을 훔쳤다네-"


"....최연준이요?!"


"그래~ 돈이 좀 부족했나."
"그래서 양재현이가 최연준한테 심한 욕을 했고, 그거 때문에 최연준이가 화나서 때렸다고 하더라고."





나는 마음이 복잡했다.


그럴 애가....아닌데......


소문만 그렇게 난거지 절대 그럴 애가 아니었다.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 즉 학폭위에 참석한 날이었다.


양재현 쪽에서는 부모님이 두 분 다 오셨지만 최연준의 부모님은 단 한 분도 오시지 않았다. 
하긴,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부모님은 안 계시고, 할머니는 아프시니까.


위원들은 최연준과 양재현 각자에게 왜 그런 행동과 말을 했냐, 사과는 한 것이냐, 피해 정도는 어느정도냐 등등 여러 질문을 했다.


나는 묵묵히 대답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이 점점 많아졌다.



그런데, 나는 그 때 무슨 깡이었는지. 이상한 말을 했다.


"위원장님."
"제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해보시죠."
















"제가 시켰습니다."








내가 한 말과 동시에 분위기가 떠들썩해졌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가, 가해학생에게 돈을 가져오라 시켰습니다."












아직 최연준은, 앞길이 창창하잖아.
그치만 나는 이렇게 살아가봤자 더 좋을 게 없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그냥 내가 덮어씌우고 최연준 대신 바닥으로 떨어지고 싶었다.















"그러니까 담임이신 배은씨께서 가해학생에게 돈을 가져오라 시켰다는겁니까?"


"....그렇습니다."


최연준은 어이없는 눈빛으로 날 쳐다보며 말 했다.


"뭔 개소리야 저건?"
"미쳤어요 쌤?!"
"뭔 생각인거예요?"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그저 최연준이 불쌍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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