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wer Butler: Per favore, prenditi cura della signorina!

[2]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고급스러운 주택의 거실을 울리는 전화 벨소리에 깔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남준이 전화를 든다.

"여보세요? 아, 네."

좀처럼 표정변화가 없는 남준인데 전화를 받는 순간 남준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일었다.

"이렇게나 갑자기 말입니까? 여보세요?"

남준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떠나기도 전에 전화가 끊기고 말았다. 남준은 차마 포커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하고 어두운 낯빛이 되어버린다. 남준의 깊은 한숨소리만이 거실을 가득 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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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은 우리 아가씨가 좋아하시는 키위드레싱의 상큼한 샐러드로 해볼까?"

석진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요리를 하고 있는 부엌으로 남준이 검은 오로라를 흩날리며 걸어 들어온다.

"김남준, 왜 그렇게 죽을상을 했어?"

남준의 입에서는 대답대신 짙은 한숨만이 새어 나왔다.

"뭐야? 그 깊은 한숨은 꼭 그 분이 오시는 것처럼."

석진이 농담으로 던진 말에 남준은 더욱 어두워진 얼굴로 이마를 짚는다. 남준의 반응을 살피던 석진은 덩달아 불안해진다.

"맞아. 그분이 오늘 오시기로 했으니까 식사준비에 조금 더 신경을 쓰도록 해."

"뭐?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무작정 통보만 하시면 준비할 시간이 없다고."

"나도 방금전에 들은 이야기야. 무작정 통보로 말이지."

석진은 그분의 얼굴을 떠올리며 남준과 덩달아 절망적인 상태가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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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의 집사들이 모두 그분의 갑작스러운 방문소식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동안, 침대 위에서 곤히 잠들어 있던 아가씨가 부스스한 모습으로 몸을 일으켰다.

"으함, 몇 시지?"

평소 같으면 벌써 자신을 깨우느라 정신이 없었을 집사들인데 평소와 다르게 집안이 잠잠하다.

"목 말라."

아가씨는 잠에서 완전히 깨지 않은 몽롱한 상태로 비틀거리며 물을 마시기 위해 아래층으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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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저택 밖에서는 지민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스피릿이 집을 너무 오랫동안 방치해놨더니 정말로 개판이 되어버렸어!"

지민이 저택 밖에 자리하고 있는 애완견 스피릿의 집에 들어가더니 개판이 되어버린 내부를 확인하고 손도 쓰지 못하고 고래고래 소리만 내어지르고 있다.

"언제 그분이 이곳에 도착할지 모르는 일이니까 최대한 빨리 움직이자."

태형이 암담한 얼굴로 스피릿의 집 안 물건을 하나씩 정리해간다. 스피릿은 개에 불과하지만 살고 있는 집은 인간의 방 한칸 크기였다. 그러니 청소가 가볍게 끝날리 없었다. 지민은 눈물을 머금고 스피릿이 어질러둔 애완견 장난감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나는 남준이랑 장을 좀 봐올 테니까 그 동안 소소한 정리들을 부탁해."

"다녀와요. 형들."

남준과 석진이 장을 보기 위해 저택을 나서는 동안 정국이 형을 배웅하고 윤기를 도와 집안 청소에 열을 올린다.

"아. 맞다."

"왜?"

"식사 준비 중에 나와서 식탁 위에 포도주를 따라놓고 나왔는데 혹시 아가씨가 포도주스로 착각하지는 않으시겠지?"

남준이 운전하는 차의 조수석에 앉아있던 석진이 걱정스러운 눈길로 남준을 바라본다.

"향도 다르고 무엇보다 맛이 다른 걸. 아무리 아가씨가 집사들 속에서 자라셨어도 그걸 구분하시지 못할 분은 아니시다."

"하긴 그렇지?"

석진은 남준의 대답에 한결 편한 마음으로 조수석 기대어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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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진의 우려를 사고 있던 아가씨는 여전히 비몽사몽한 상태로 부엌에 도달했다. 아가씨는 냉장고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다 말고 포도주가 놓인 테이블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포도주스다. 석진이는 진짜 귀신같다니까. 내가 목 마를 걸 어떻게 알고 이렇게 준비를 해둔 거지?"

아가씨는 망설임없이 포도주 잔을 들어올려 포도주를 삼킨다. 잔에 남아있는 포도주 한 방울까지 털어내는 걸 보니 완벽한 원샷이다.

"포도주스가 좀 상한 것 같은데. 잠이 덜 깨서 그런가."

잠이 깨든 안 깨든 참으로 둔감한 아가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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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분명히 포도주스를 먹었는데 자꾸만 열이 오르고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든다. 포도주스에서 이상한 맛이 났는데 혹시 상하기라도 한 걸까. 하지만 석진이가 상한 걸 테이블 위에 둘 리가 없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자꾸만 좋다. 어제 잠을 잘 잤나봐.

"아가씨, 일어나셨습니까?"

"윤기다! 윤기야!"

때마침 부엌으로 걸어들어오는 윤기를 보니 너무 반가워서 윤기에게로 쪼르르 달려가 안겼다. 윤기는 평소같지 않은 내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척이나 당황한 기색이다.

"아가씨,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되시는데."

"왜 이러면 안 돼? 왜 안 되는데? 우리 윤기가 반가우면 안 되는 거야?"

"우리 윤기요?"

내가 연신 윤기의 품을 파고 들며 칭얼대자 윤기의 뺨이 불그스름해진다. 윤기가 안절부절 못하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는 중에 테이블 위에 놓인 포도주 병과 포도주가 들어가 있던 걸로 추정되는 빈 잔을 발견하고 심각해진다.

"아가씨, 설마 포도주를 드신 겁니까?"

"포도주? 아니, 포도주스 먹었는데. 맛이 좀 이상했어. 아무래도 석진이한테 말해서 다른 회사 포도주스를 사자고 해야겠어."

"역시 그런 건가요."

윤기가 왜 한숨을 쉬는 걸까? 왜 그런 걸까? 내가 모르는 사이에 윤기에게 어떤 힘든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윤기야. 왜 한숨을 쉬고 그래?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 무슨 일이 있으면 나한테 말 해. 우리 윤기 괴롭히는 사람은 내가 혼쭐을 내줄 거야!"

내가 풀린 눈으로 윤기를 올려다보며 입을 웅얼거리자 윤기는 그 어느때보다 달달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품에 안긴 나를 살며시 안아준다.

"마음만으로 감사합니다. 아가씨."

"윤기형, 아가씨 일어나셨어?"

윤기와 내가 대화하는 소리를 들은 건지 정국이가 부엌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정국이를 발견한 순간에 윤기 때에 그랬던 것처럼 정국이에게 달려가 정국이 품에 안겼다. 정국이는 내가 자신의 허리를 감싸 안자 석고상처럼 굳어 버렸다.

"아가씨?"

"정국이 안녕!"

"윤기형, 아가씨가 갑자기 왜 이러시는 거야?"

"아무래도 포도주를 드신 것 같아."

"윤기야!"

내가 큰 소리로 윤기를 부르자 윤기가 화들짝 놀라며 나를 마주본다. 나는 윤기를 향해 잔망 터지게 윙크를 날렸다.

"포도주가 아니고 포도주스!"

"네. 맞습니다. 포도주스죠."

윤기는 베시시 웃는 내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그런데 그분이 오실텐데 아가씨가 이 상태이시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분이 아가씨가 술을 드셨다는 사실을 알면 가만히 있지 않으실 거다. 정국과 윤기는 흐뭇한 미소를 잠시 접어두고 집사라는 본분을 되찾았다.

"아가씨, 좀 주무시는 게 어떠실 까요?"

정국과 윤기의 부름을 받은 태형과 지민이가 저택으로 단숨에 달려왔다. 태형은 일단 술에는 잠이 최고라고 생각했는지 나를 재우려고 애썼다.

"태형아. 나 잠 안와요!"

"그래도 주무셔야해요. 아가씨."

태형은 유독 애교가 많아진 나를 아이를 다루듯 다정하게 대한다.

"왜 자야하는 거에요?"

"네? 그건."

딱히 이유가 없긴 하네요. 태형은 대답하기 곤란한지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나 안 자도 되잖아."

"그렇지만 이대로 보기에 우리 아가씨는."

태형은 내 쪽으로 살짝 몸을 낮춰 나를 바라보다 못 참겠다는 듯 나를 자신의 품에 꼭 껴안는다.

"너무 귀여우신 걸요!"

평소 같으면 징그럽다며 태형을 내쳤을 내가 태형이에게 안겨들며 환하게 웃자 남은 집사들은 내면에서 자신도 모르게 솟구치는 분노를 느끼며 태형을 나에게서 강제로 떼어내기 시작했다.

"퇴치다. 늑대 퇴치!"

태형은 정국과 윤기에 의해 제압당하고 나는 태형이를 잃은 슬픔에 지민이에게로 다가가 지민이에게 폭 안겼다.

"추워."

지민이는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서는 나를 안지도 못한 어정쩡한 자세로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 순간 싸늘한 목소리가 거실 안에 가라앉는다.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명수도련님?"

아가씨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아가씨의 친오빠이자 집사들에게 있어 누구보다 대하기 까다로운 그분.

"내 동생한테서 당장 떨어져."

김명수가 등장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