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ㅣ눈물과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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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의 과거를 들은 설이는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 하고 있었다.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아픈 기억이 있을 테지만, 이런 기억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니까.
설이는 부모님이 자기 앞에서 그렇게 돌아가신다면 어떤 기분일지 상상도 하기 싫을 정도로 끔찍한데 어떻게 그 어린 나이에 버텼을지 태형이 안쓰럽기도, 대단하기도 했다.
“… 평소에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장면을 몇 번씩 본다는 거네요.”
“뭐… 그런 거나 다름 없지.”
“… 힘들죠?”
“…”
“힘든 거 알아요, 근데… 부모님 돌아가신 거 태형 씨 때문인 거 절대 아니니까 자책 하지마요.”
“부모님도 태형 씨가 힘들어하는 거 지켜보고 있을 거예요… 근데 힘들어하면 얼마나 가슴 아프시겠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힘들어 하는데 그게 나 때문인 게, 얼마나 아픈 일인 줄 알아요?”
“나 태형 씨 처음 봤을 때 어떤 사람인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감이 전혀 안 잡혔어요.”
“근데 보니까 알겠네, 겉으로는 괜찮은 척 하면서 속으로는 혼자 앓는 타입인 거.”
“가끔은 어리광 부리고 소리 내서 울어도 돼요.”

“속으로 혼자 앓는 거, 그거 주변인한테도 자기한테도 안 좋거든요.”
“정말 힘들 때, 주변에 있는 사람들한테 기대요.”
“태형 씨가 기대주면, 주변 사람들도 좋아할 거예요.”
“그냥… 티 안 내고 나 혼자 참으면 다 해결 될 줄 알았어, 힘들수록 행복한 척 하면 될 줄 알았어.”
“다른 사람들은 나와 같은 악몽을 꾸지 않으니까, 굳이 힘든 걸 공유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어.”
“근데 이제 생각해 보니 아닌 것 같네…”
“힘들 때 행복하려고 노력하는 건 좋지만, 행복한 척 하는 건 좋지 않아요.”
“행복한 척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거 아무것도 없잖아요, 차라리 시원하게 털어놓고 편한 게 낫지.”
“만약 내가 태형 씨였다면… 못 버텼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버틴 것도 대단한 거예요, 그 어린 나이부터 얼마나 힘들었을지…”
설이가 태형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면 전할수록 태형의 눈물은 끊임없이 흘렀고, 설이는 주저하다 울고 있는 태형에게 다가가 품 안에 가두었다. 소리 없이 조용히 눈물만 닦던 태형이 설이의 품에 들어가자 안심이 됐는지 소리 내어 울었고, 설이의 눈에도 눈물이 고인 채로 태형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 고마워, 유 설.”
“오늘 여러모로 미안하고 고마운 일이 많네.”
“진정 돼서 다행이네요, 이제 힘든 거 혼자 쌓아두지 말고 나한테 만이라도 털어놔줘요.”
“해결까지는 못 해줘도… 듣고 위로하는 건 잘 해줄 수 있으니까.”
“덕분에 많은 거 알았어, 고마워.”

“난 어째 태형 씨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난 원래 잘 안 웃으니까.”
“태형 씨 웃는 거 예쁠 것 같은데, 좀 웃고 다녀요.”
“웃어야 복이 온다고 하잖아요, 웃어봐요.”
“울어도 된다고 했다가 웃으라고 했다가… 내가 무슨 인형이냐.”
“에이… 우는 건 진짜 힘들 때, 웃는 건 매일!”
“… 노력할게.”
“네?”
“평소에 잘 안 웃어서 웃는 방법을 잘 몰라, 그러니까 노력 한다고…”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