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호사님, 저 왔어요 “
” 오늘은 늦게 왔네요? “
” 오늘 학교에서 행사가 있었거든요 “
” 범규는 아까 자전거 타러 갔다와서 아마 지금 자고 있을거에요 “
” 괜찮아요. 안에서 기다릴게요 ”
” 그럼 그럴래요? “
” 네. “
그렇게 난 오늘도 어김없이 313호실로 향했다. 학교 행상 뒷정리를 하느라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오고 말았다. 미안한 마음에 젤리와 과자를 가득 사왔다. 어제보다 훨씬 많이
드르륵,
” .. 진짜 자네 “

“ … “
너무 아이같은 모습으로 자고 있었다. 순수하고 맑은 그런 모습, 살짝 건들이기도 겁날 정도로
” 저건.. “
옆 탁자엔 홀로 놓여져있는 시곗바늘이 보였고 어제 걸려있던 시계를 보니 정말 혼자 덩그러니 벽에 걸려있었다.
신기하게도 정말 그 시곗바늘이 편안해보였다. 어제는 그렇게 불안해보이고 힘겨워 보이던 게 거짓말처럼 편안히 잠을 자는 것 같았다.
“ .. 딱 쟤 같네 ”
“ … ”
생각보다 범규는 오래 잤고 해는 어느덧 지고 달이 차올라 있었다. 오늘은 그냥 이렇게 보다가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쁘게 차오른 달을 보니 동화책에서만 보던 달이 생각났다. 노랗고 동그랗게 떠올라 있던 달.
꼭 동화 책에선 그 달을 통해 신비한 곳으로 가던데, 어쩌면 너도 지금 그곳을 여행 중인 건 아닐까
” 잘 잔다 “
” … “
그때,
“ 어..? ”
“ 깬거야? 더 자도 되는데 ”
“ 미안해. 오늘은 먼저 인사 못 해줬어 “
” 오늘은 내 차례니까 괜찮아 “
” 선물을 또 사온거야? “
” 응, 오늘은 나도 늦어서 더 많이 사왔어 “
” 고마워 “
“ 고맙기는, 오히려 내가 더 고마운 걸 ”
“ 어? ”
“ 덕분에 저렇게 예쁜 달을 보고 갈 수 있게 되었거든 “
” 응, 아주 예쁜 달이야 “
” 꿈에서 저 달을 봤어? ”
” 아주 가까이서 봤어. “
” 우와.. 나도 가까이서 보고 싶은데 “
” 너랑 같이 봤는 걸 “
” 어? “
” 너랑 같이 여기보다 높은 곳에 앉아서 함께 봤어, 저 달을 “
” 진짜? “
” 응.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
달이 빛나는 밤, 나도 너로 인해 얼마나 기쁜 건지 모르겠다.
한편으론 나의 ‘현실’이 너의 ‘상상’을 깨울까 조금은 겁이 났다. 난 너와 그 상상에 있고 싶은데, 너를 그 상상 속에서 빼내고 현실로 쫒아낼까봐 겁이 난다.
“ 여주야 “
” 응? “

“ 다음에도 꼭 나랑 달 보러 같이 가자 ”
“ .. 그래, 꼭 그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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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 학생, 그 내가 전부터 말하려고 했는데 “
” ..? ”
“ 범규랑 친해지는 것도 좋지만 그렇다고 중간 선을 잃어버리지는 말아요 ”
“ … “
” 상상도 좋고 동화 속도 좋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현실을 잃어버려선 안되는거니까 “
” … “
“ 우린 범규가 더 이상 현실에서 벗어나지 않기를 바래요 ”
“ … ”
“ 마냥 좋은 동화 속에만 있다가 원치 않게 현실로 오게되면 그 차이가 얼마나 괴로운데요 ”
“ … ”
“ 근데 둘이 같이 있는 걸 보면 꼭, 여주씨가 범규에게 점점 빠지는 것 같아서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