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ardia del corpo del liceo

Ep.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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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 경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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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내가 너보다 태연하게 굴 거라는 굳은 다짐으로 눈을 말똥말똥하게 떴다. 난 아무것도 몰라요 하는 순수함이 잔뜩 묻은 눈으로 키스할래? 하고 물을 줄은 전정국도 생각하지 못했을 거다. 그래서 더 자신있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항상 태연하던 전정국이 아닌, 평소와 달리 태연하지 못한 전정국이 보고 싶었다.





“응? 나랑 키스하자, 전정국.”





나는 전정국의 교복 소매 끝을 살짝 잡아 전정국을 멈춰 세웠다. 그러자 전정국은 발걸음을 멈춘 채 잠깐 멈칫하더니 자신의 교복 소매를 잡고 있던 내 손을 잡아 뿌리쳤다.





“장난도 적당히 해. 또 어디서 배워온 건지 모르겠는데 그거 아니라고 했잖아.”

“넌 내가 이러는 게 다 장난 같아?”

“응, 장난으로 밖에 안 보여. 그러니까 하지 마, 어떤 것이 됐든 전부 다.”





씁쓸한 미소가 내 입가에 번졌다. 솔직히 백프로 진심으로 던진 말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는 내 진심도 섞여있었다. 전정국이랑 스킨십하고 싶은 마음도, 키스하고 싶은 마음도 충분히 넘쳤는데 결국 너한테는 장난으로 보인다는 게 기분을 이상하게 만들었다.

전정국은 어떤 것이든 하지 말라는 말을 끝으로 먼저 자리를 떠났고, 나는 그 자리에 한참을 서있었다.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이런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지 맑았던 하늘에 흐릿한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비가 후두둑 떨어질 것 같았다.





“하늘아, 네가 나 대신 좀 울어줄래? 난… 전정국 때문에 울긴 싫어……”





혹시나 차오른 눈물이 흘러 내릴까 고개를 들어 먹구름이 낀 하늘을 올려다 봤다. 먹구름으로 인해 흐리멍텅해진 하늘이 내 마음을 알아줄 것 같아 살짝 웃으며 말했다. 나 대신 좀 울어달라고, 전정국 때문에 울고 싶지 않다고. 그 말을 하는 나의 눈에서는 이미 눈물이 툭 떨어지고 있었다. 살짝 올린 입꼬리는 울음을 꾹 참아 조금씩 떨렸고 웃고있는 입과는 달리 눈물을 쏟아내는 눈이 참 모순적이었다.





“나쁘다, 진짜…”





눈물을 참는다는 게 결국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엉엉 울어버렸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마냥 행복하고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게 또 한 번 깨달았다. 전정국 때문에 또 우는 일은 없길 바랐는데… 이대로 전정국을 마주하기 싫어 집 반대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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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걸어 집에서 많이 떨어진 곳까지 와버렸다. 눈물이 멈출 때까지, 아까의 상황이 조금이라도 잊혀질 때까지 걷다 보니 우리 동네의 외곽까지 와있는 나였고 더이상 어디를 가기엔 다리가 아파와 근처의 아무 놀이터 벤치에 앉은 나였다. … 이젠 어떡하지. 그냥 포기할까…?

이제는 전정국을 포기해야 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다 해봤고, 앞으로 할 것들도 하지 말라는 말을 들으니 인별이고 파랑새고 다 물어볼 거라 외쳤던 그날이 무색해졌다. 이 정도면 그냥 안 되는 연인가 보다 하고 넘어가라는 뜻인 것 같기도 하고… 토할 것처럼 속이 울렁거리고 답답해졌다. 나는 괜히 주먹으로 가슴을 퍽퍽 때렸다. 이러면 조금이나마 속이 가라앉을 것 같아서. 아니, 그랬으면 해서.





“김여주, 네가 이 근처에 다 오네?”





놀이터 벤치에 가만히 앉아있던 내 앞으로 누군가의 형태가 보였다. 목소리가 익숙한 걸 보아하니 요즘은 왜 안 나타나나 조금은 궁금했던 윤설이 내 앞에 팔짱을 낀 채 서있었다. 하필 너냐, 윤설. 나는 벤치에서 일어나 윤설을 마주했다.





“전정국은 어디에 버리고 혼자 왔어-. 항상 전정국 뒤에 숨어있던 겁쟁이가.”

“… 그놈의 전정국. 생각 좀 그만하라고 했더니 너까지 방해질이야.”





오랜만에 마주친 윤설한테도 전정국 얘기를 들으니 재수도 더럽게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까까지 전정국 생각한 건 또 어떻게 알고 바로 전정국을 꺼내… 오늘은 윤설과 말로 엎치락뒤치락 거릴 힘도 없었기에 조용히 지나가고 싶었다.





“야, 윤설. 우리 오늘만 잠깐 휴전하자.”

“뭐?”

“너만 괜찮으면 너랑 나, 일일 친구 어때? 딱 오늘 하루만.”

“지랄한다, 김여주. 내가 너랑 친구를 왜 해?”

“생각해 보니까 너랑은 친구 같은 거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맨날 미워하기만 했지.”





조용히 지나가고 싶었던 마음에 평소에 윤설에게 하지 못했던 말이 튀어나왔다. 좀 의아하긴 했다. 윤설이랑은 1학년 때부터 사이가 안 좋았고 윤설은 처음 봤을 때부터 날 싫어했던 것 같았다. 윤설,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넌 내 어디가 그렇게 싫은 거야?”

“……”

“너 나 처음 봤을 때부터 싫어했잖아. 넌 내가 왜 그렇게 싫은 건데?”

“… 이거 봐, 또 착한 척. 너 진짜 짜증난다, 김여주. 난 그냥 너 자체가 싫어. 있는 것들이 착한 척, 아량 넓은 척 가식 떠는 거 존나 꼴보기 싫다고. 그 가식으로 남이 가진 거 아무것도 아니게 만들면 좋아?”

“……”

“네가 그렇게 사람들 앞에서 원래 착한 사람인 척 구니까, X발… 내가 존나 나쁜 년처럼 보이잖아……”





윤설의 눈가가 새빨개졌다. 내게 말들을 뱉어내는 윤설의 모습이 정말 악에 받친 듯 보여서 나는 그 말들을 잠자코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듣다 보니 이건… 그냥 윤설의 열등감이었다. 자신보다 아주 약간 잘나게 태어난 나를 향한 자신의 열등감. 말을 다 끝낸 듯 주먹을 꽉 쥐고 부들거리는 윤설에 처음으로 윤설이 안쓰러워졌다.





“그게 이유였어? 네가 날 싫어하고 괴롭혔던?”

“응, 이거야. 난 그때도, 지금도 네가 정말 싫어.”

“그래, 넌 나 평생 싫어해. 난 또 내가 너한테 뭘 잘못해서 네가 날 싫어하는 줄 알았지. 난 네가 날 괴롭히는 데에 거창한 이유라도 있을 거라 생각했어. 근데, 겨우 나에 대한 열등감이라니… 좀 허무하다.”

“열등감? 내가 그런 걸 너한테 왜…!”

“지금 네가 나한테 느끼고 있는 게 바로 열등감이야. 있잖아, 나 처음으로 네가 안쓰럽다고 생각했어. 열등감에 쩔어서 내 주위 것들을 뺏으려던 네가, 참… 불쌍해, 윤설.”

“……”

“먼저 갈게, 우리 서로 털었으니까 종전 맞는 거지? 친구하자는 말은 진심이니까 마음 생기면 언제든지 와.”





나는 윤설을 지나쳐 놀이터를 빠져나왔다. 속 깊은 곳 한편이 후련해진 느낌이었다. 윤설이랑 한 번 제대로 얘기하고 풀고 싶었는데 그게 오늘이 될 줄이야… 다시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약간 가벼워졌다.

가벼워진 발걸음과 달리 날씨는 점점 무거워져만 갔다. 먹구름이 가득했던 하늘이 더 캄캄해져 아직 오후 5시일 뿐인데 체감상 저녁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곧 비도 쏟아질 것 같아 빠르게 집을 향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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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와, 한참 기다렸잖아.”





아까와 똑같은 교복 차림으로 집 앞에 서있는 전정국에 달리던 발걸음이 멈췄다. 설마 여태 날 기다린 건가…? 우중충했던 하늘에서 빗방울이 투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휴… 오늘 윤설 쪽을 해결했으니 다음은 말 안 해도 아시겠져?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