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 전쟁 시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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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 바게트 빵을 문 절벽 이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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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런 빨래판을 덮쳤을 리 없는데."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 아이의 시선이 향해있는 내 가슴 쪽으로 향한다. 그리고 다시금 그 남자아이의 얼굴로 향해진 내 시선과 그 아이의 시선이 맞부딪혔다. 갑작스럽게 잠잠해진 남자아이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달려오던 걸음의 속도를 점점 늦추며 나와 그 남자아이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갈색머리의 남자.
"이 변태 놈아!"
내 울부짖음에 가까운 고함소리가 복도를 가득울렸다. 내가 고함을 내지르자 그런 내 소리가 시끄럽다는 듯 내 입을 자신의 손으로 막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는 그 남자아이.
"아 시끄러워 절벽아."
충격에 빠진 내 두 눈에 들어온 그녀석의 이름표에 적힌 세글자.'전정국.'이 머릿속 깊이 새겨져 버렸다. 물론 절벽이라는 그 말과 함께..
내가 대체 전학 온 첫 날 부터 무슨 일을 당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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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시끄러워 절벽아.'
내가 아직도 절벽(?)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벙쪄 있는데 그런 나에게 녹차가 담긴 찻잔을 건내며 말하는 남자. 이 남자로 말할 것 같으면 방금전에 전정국이라는 그 남자를 쫓던 갈색머리의 남자인데 교복을 입고 있진 않은 걸로 보아 학생은 아닌것 같고 선생님인건가?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나를 향해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갈색 머리의 남자.
"오늘 전학 왔다고 했던가?"
"네.."
"정국이 때문에 많이 놀랐지?“
"..."
"아, 정국이는 방금 전에 너를 덮친 그 까만머리 남자애를 말하는 거야."
"이름표를 봐서 알고 있어요.."
"첫 만남이 좀 특이해서 그렇지 그렇게 나쁜 아이는 아니란다."
".."
내가 자신의 말에 전혀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자 조금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뭔가 생각났다는 듯 인자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는 갈색머리의 남자.
"내 소개가 너무 늦었네. 이것부터 말했어야 했는데. 나는 초이스 반 담임을 맡고 있는 정대현이라고 해."
역시 선생님이셨구나. 그나저나 초이스반 담임이라면 방금 그 아이는 초이스? 불현듯 머릿속에 할머니의 말이 떠올랐다. 초이스랑은 무슨 일이 있어도 부딪치지 말것.
"방금 그 아이는 초이스인가요?"
"그렇지. 초이스반 담임인 내가 맡고 있으니까."
초이스라면 분명히 능력을 가지고 있을 텐데. 방금 그 아이는 도대체 무슨 호르몬을 가지고 있는 거지?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호르몬은 뭔데요?"
내 물음에 뭔가를 망설이듯 하다 뭔가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 대현.
"정국이는 랜덤 호르몬을 가지고 있어. 그때그때 어떤 호르몬이 발생될지 모르는 거지."
"우와- 그럼 모든 능력을 다 사용할 수 있는 거네요? 행동이랑 다르게 대단한 녀석이었네요."
내 말에 조금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하는 대현.
"그래, 물론 여러 가지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긴 하겠지만 그만큼 따르는 위험도 많아. 실질적으로 호르몬 중에는 좋지 않은 호르몬도 많이 있거든. 그렇기 때문에 감수해야할 고통 또한 적지 않지."
호르몬을 갖는다는 게, 초이스가 된다는 게 어째서 고통을 감수해야하는 일인거지? 남들보다 능력이 많아서 신처럼 대접받는 게 초이스가 아니던가?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대현을 보자 그런 나를 보더니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는 대현.
"원래는 이런 정보는 말해주면 안되는 거지만, 너도 곧 초이스반으로 배정받을 것 같으니까 알려주는 거야."
응? 이건 또 무슨 소리?
"제가 초이스반에 배정을 받는다고요? 초이스반은 호르몬을 가진 선택받은 사람들만이 들어가는 반 아닌가요?"
내 물음에 아주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 대현.
"맞아, 그러니까 네가 들어와야지."
"전.. 초이스가 아닌데요?“
"넌.. 초이스가 맞는 걸?"
내 말에 나의 반응을 이해한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대현.
"넌 이때까지 초이스를 만나보지 않았기 때문에 네가 초이스인 걸 몰랐던 거야."
"그게 무슨 소리에요?"
"네 호르몬은 다른 호르몬들을 다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리는 무효화 호르몬이거든. 나도 같은 경우고."
"네?? 제가 호르몬을 가진 초이스라고요?"
내가 대현의 말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두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현을 보자 아주 차분한 상태로 차를 마시며 고개를 끄덕이는 대현.
"앞으로 자주 보겠다. 초이스 반은 내 반 하나뿐이니까."
안 되는데.. 나는 초이스랑 같은 반하면 안 되는데... 잠깐만 할머니는 내가 초이스란 걸 모르셨을 테니까 나한테 초이스를 조심하라고 한 게 아닐까. 할머니는 유난스럽게도 초이스의 초짜만 꺼내도 온몸을 떨 만큼 초이스를 증오하셨다. 그럼... 내가 초이스란 걸 할머네가 알게 되면 나도 미워하실까.. 더 이상 나를 손녀라고 여기시지 않으면 어떡하지. 왠지 쿵- 하고 심장이 내려앉는 것을 느끼면서 다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호르몬은.. 없앨 수 없는 건가요?"
"그게 무슨 소리야?“
"전.. 초이스면 안 되는데... 전 초이스면 안 되거든요.. 선생님.."
"네가 왜 초이스면 안 된다는 거야? 차근차근 설명을 해봐."
울컥- 하고 눈물이 차올랐다. 할머니한테 미움 받고 싶지 않은데.. 엄마가 떠난 뒤... 나의 하나뿐인 가족이 되어주신 할머니인데.. 그럼 할머니도 나도 혼자가 되는 거잖아.
"흐어어엉-"
내가 어떤 설명도 없이 목 놓아 울어버리자 당황한 표정이 역력한 대현 선생님. 내가 한참을 목 놓아 울고 있는데 드르륵- 하고 교무실의 문이 열리고 방금 전 그 검은 머리의 아이. 정국이 안으로 걸어 들어와 내 입에 어디서 난건지도 모를 바게트 빵을 집어넣어버린다.
"우어어-"
입안에 들어온 바게트 빵 때문에 별다른 말도 못하고 있는 나를 한심하다는 눈으로 보며 말하는
정국.
"조용히 좀 해- 머리 울리니까."
"전정국. 여자애잖아- 남자들 대하듯이 하면 안 된다고."
"여자 같이 안 생겼잖아- 태형이 형이 훨씬 예쁘게 생겼어."
"으므르 그래드 늠즈보다 믓생긴건 너므 하자느! (아무리 그래도 남자보다 못생긴 건 너무 하잖아!)"
"사실이거든- 절벽 호박아."
충격... 내가 그래도 시골마을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는 귀염둥이 였는데! 정국의 행동에 내가 울고 있었단 사실조차 잊어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내 입에 물린 바게트 빵을 힘차게 베어 물고 반대쪽 바게트 빵을 정국의 입에 쑤셔 넣고는 말했다.
"자꾸 절벽절벽 하지마! 이 나쁜 놈아! 난 절대로 너랑 같은 반 같은 거 하지 않을 거야!"
내가 그대로 교무실을 빠져나가버리자 당황한 듯 내 뒤를 쫓는 대현과 내가 물려준 빵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우물우물 씹으면서 내가 나간 곳을 보는 정국.
"담임이랑 같은 호르몬을 가진 건가-"
방금 전 이성을 잃고 살인 호르몬에 홀렸던 자신을 깨워주는 깨끗한 느낌. 포근한 느낌. 그 느낌에 정신이든 정국의 눈앞에는 ㅇㅇ이 있었다.
"호박은 아니더라도- 태형이 형이 더 예쁜 건 사실인데, 뭐-"
괜히 찝찝해지는 마음을 애써 잠재우려는 듯 노력하는 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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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어엉- 내가 왜 엄마를 찾으러왔다가 이런 학교에 들어와서 호박이니 절벽이니 이런 이야기나 듣고 초이스란 걸 알아버려서 할머니한테 돌아갈 수도 없게 만드냐고- 엉엉 그냥 할머니 말대로 시골 마을에서 나오지 않는 건데- 할머니랑 그렇게 평생을 함께 사는 건데... 내가 엉엉 울며 복도를 달려 나가고 있는데 순간적으로 어떤 남자와 부딪혀버렸다.
"흐으.. 죄송합니다."
내가 흐느끼면서 고개를 들자 울고 있는 나를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보면서 묻는 잘생긴 얼굴의 남자.
"미안, 많이 아팠어? 내가 좀 더 잘 보고 걸을 걸 그랬나?"
"그것 때문에 우는 거 아니거든요? 흐어엉."
내 말에 그제야 뭔가 잊고 있었다는 듯 두 손으로 나를 가로막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면서 말하는 태형.
"아- 혹시 나를 만난 게 너무 감격스러워서 그런다거나. 내가 너무 잘생겨서 감동한다거나. 그런 거라면 울지 말아."
지금 이 인간은 또 무슨 귀신이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저기요.. 지금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지 도통 모르겠지만 좀 비켜주실래요?"
눈물은 자꾸 흐르고 누군가의 앞에서 운다는 게 쪽팔려죽겠는데 이 남자는 계속 헛소리를 지껄이며 내 앞을 가로막은채 나오려고 하질 않는다. 그러고 보니까 이상하게 이 남자주변에 학생들이며 교사며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다 눈에 하트를 달고 말이야... 그리고 나 지금 꽤나 주목 받고 있는 것 같은데.. 이 남자 때문인가?
"저 년은 어디서 튀어나온 년이기에 태형오빠 관심을 독차지하고 난리야?"
"꺄아아아- 태형오빠 저도 다쳤어요- 위로 해줘요~"
"태형아- 오늘따라 더 잘생겼구나아-"
뭐지.. 이 어울리지 않는 남녀평등의 비율은...? 내가 그제야 뭔가 이상한 걸 눈치 채고 태형을 올려다보자 그런 내 반응이 뭔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묻는 태형.
"너.. 아무렇지도 않아?“
"뭐가요..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에요? 알아듣게 좀 설명해주라고요."
"내가 막 좋다거나 사랑스러워죽겠다거나. 안고 싶다거나 따라다니고 싶다거..."
"그렇지 않다고요! 내가 대체 왜 오늘 처음 보는 당신을 따라다녀야 하는 건데요!"
"... 대에박.."
내 반응에 나를 발견한 게 마치 고대유물을 발견한 것과 같이 경이롭다는 듯 나를 보는 태형. 그리고는 입가에 환한 미소가 그려지는 태형이다.
"나한테 그렇게 무관심하게 군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
아니. 지금 무슨 삼류 소설에나 나올법한 대사를 하고 계신 건가요. 그러고 보니 이 남자도 교복인걸로 보아 여기 학생인데. 또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겠지? 이 사람이 호르몬을 가졌다던가. 초이스라던가. 초이스라던가. 초이스라던가. 하는 일 말이야! 지금은 그런 상황밖에 없잖아!
"혹시 뭐 사람을 끄는 호르몬이라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에요?"
내 말에 헤실헤실 강아지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태형.
"응- 어떻게 알았어?"
모르는 게 이상한 거 아니냐..? 그나저나 이대로라면 나는 저 사람들한테 몰매를 맞고 말거야. 어떻게든 이 사람에게서 벗어나야 한다.
"하하. 재밌는 이야기네요. 그럼 이만."
내가 태형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후적후적 빠르게 그 자리를 빠져나가자 그런 내 뒤를 졸졸 따라오는 태형이라는 남자. 덕분에 태형을 쫓는 그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내 뒤를 졸졸 따라왔다.
"왜 자꾸 날 따라오는 거에요?"
그런 나의 물음에 전의 그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태형.
"그럼 넌 우리 담임이랑 비슷한 능력을 가진 거야?"
"몰라요! 난 아무것도 아니에요!"
내가 그 자리에서 도망치려고 하자 그런 나의 손을 덥석 잡아 자신의 품 쪽으로 끌어당기더니 나를 안듯이 하고는 내 눈을 마주보며 눈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태형.
"그렇다면 잠깐만 이렇게 있자-♥"
내가 그런 태형의 행동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태형을 보자 그런 나를 보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가는 태형.
"잠시만 빌리도록 할게. 네 능력."
태형이 나를 품에 안자마자 태형을 따르던 사람들이 자신들이 뭘 하고 있었는지 기억을 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 거리더니 제 자리로 돌아간다. 물론 소수의 여학생들이 태형을 보며 여전히 하트를 날리고 있긴 했지만 이전과 같이 남녀평등의 비율을 자랑하진 않았다.
"맞네- 내가 생각하고 있던 그 능력."
내가 엉겁결에 태형의 품에 안겨 태형을 올려다보자 그런 나를 향해 악수를 청하듯 손을 내밀며 말하는 태형.
"난 너랑 같은 초이스- 김태형. 앞으로 잘지내 보자- 이쁜아."
또... 초...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