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rmone Wars: Superpower High School

Episodio 8


호르몬 전쟁 시즌1

008.좋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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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참.. 이녀석 언제까지 잘 생각인거야? 내가 내 어깨에 기대어 잠든 뒤로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정국 쪽으로 힘겹게 고개를 돌려 정국을 보자 곤히 잠들어있는 정국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도 방금 전처럼 식은땀을 흘리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네. 그나저나 이녀석 랜덤 호르몬이라더니 지민 오빠랑 똑같은 호르몬도 사용할 수 있는 건가..? 아니, 그보다 분명히 아침에 택운 쌤이 정국이한테 주사 놓는 거 본 것 같은데... 호르몬이 발동 될 수 있는 건가? 내가 여러 가지 의문을 안고 잠들어 있는 정국을 보지만 그런 의문에 대한 답이 쉽게 나올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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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잠자고 있으니까 이렇게 천사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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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많이 피곤했는지 쌔근쌔근- 잠들어있는 정국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곧 내가 내뱉은 말을 후회하듯 인상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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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거야? 다른 놈도 아니고 전정국이 천사 같다니. 세상에서 최고로 악마 같은 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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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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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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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물음에 잠시도 주체하지 않고 씩씩하게 답했는데 어쩐지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이 공간에서 나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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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전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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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냥 속 편하게 악마라고 부르지 그래?"



내가 갑작스러운 정국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정국에게서 황급히 떨어지며 겁에 질린 표정으로 정국을 보자 그런 나를 향해 당장이라도 죽일 듯 이를 악물고 미소 지으며 말하는 정국.



"솔직히 네가 나한테 한 행동들을 생각해봐, 천사 같진 않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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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태도의 나의 말에 정국이 턱을 괴고 내 얼굴을 유심히 보면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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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거울 좀 봐, 네 얼굴이 호박인 건 아무리 바보라도 알아챌 수 있을 테고."



내 얼굴을 보고 있던 정국의 시선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더니 내 가슴 쪽에 머무르다가 피식- 웃으면서 시선을 돌려버리는 정국. 뭐야.. 뭐야.. 이자식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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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지금 그...그 웃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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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내가 절벽이라고 했다거니와! 내가 아무리 a컵이라지만! 그래... 그래... 전정국이 틀린 말을 한 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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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난 아무 말도 안했다?"



그래... 그렇긴 해... 내가 버럭버럭- 화를 내다가 힘이 빠지는 걸 느끼고 휘청대며 한손을 벽을 짚은 채로 스르륵 주저앉자 그런 나를 재미있다는 듯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는 정국. 그래, 저 녀석은 악마다. 악.마. 이 두 글자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어. 근데 이렇게 악마 같은 놈이면 욕도 많이 먹어서 건강할 것도 같은데 방금 전에는 죽을 것 같이 빌빌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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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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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방금 전에 왜 그랬던 거야?"



"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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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질문에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기지개를 펴며 내 쪽을 돌아보는 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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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갑자기 어디 아픈 것처럼 열도 오르고 식은땀도 흘리고 그랬잖아."



"왜- 내가 죽을병에라도 걸렸을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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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질문에 대답대신 역으로 나에게 비아냥대듯 질문을 하는 정국. 내가 그런 정국의 질문에 답할 생각도 않고 멍- 하니 정국을 보고 있자 안타깝다는 목소리로 말하는 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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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절대 죽을 일 없으니까. 기대하지마라. 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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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전정국 저놈은 걱정을 해줘도!! 아니, 그보다 내가 왜 전정국을 걱정 해야돼? 그래, 전정국이 아프든 말든 그건 나랑 상관없는 일이라고! 신경 쓰지 말자. ㅇㅇ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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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그렇게 앉아있을 거냐?"



내가 잠시나마 전정국을 걱정했던 것에 죄책감을 느끼며 내 자신을 타박하고 있는데 주저 앉아있는 내 앞으로 다가와 나를 내려다보며 묻는 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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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날 거거든?"



내가 정국의 말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런 나를 가만히 보고 있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 손으로 자신의 뒷머리를 헝클어트리며 나의 손목을 붙잡는 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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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 손 놓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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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아니고 손목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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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니까 손이든 손목이든 놓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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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국에게 잡힌 손목을 정국의 눈앞에 들어 보이며 말하자 한숨을 푹 내쉬더니 다시 한 번 경직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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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잡고 싶어서 네 손목 잡고 있는 거 아니거든? 그러니까 얌전히 가자? 호박."



잡고 싶지 않으면 놓으면 되는 거잖아? 아니 언제부터 자기가 내 손 잡고 다녔다고 나한테서 떨어져 있으면 큰일 나는 것도 아니고.. 잠깐.. 그러고 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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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넌 우리 담임이랑 비슷한 능력을 가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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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잠깐만 이렇게 있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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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그때 태형 오빠가 나를 안았을 때 태형오빠의 초이스가 더 이상 다른 사람들한테 통하지 않았으니까. 무효화 호르몬을 가진 나와 닿는 사람은 모두 나와 같이 호르몬의 효과가 발동하지 않는건가? 그렇다면 전정국도 언제 살인 호르몬이 나올지 모르니까 내 손목을 잡고 있겠다는 거고.



"방금 전에 너 아픈 거 호르몬 때문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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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르몬 중에는 생명에 치명적인 호르몬도 존재하는 거야? 아니면 호르몬 억제 주사의 부작용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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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 호르몬도 하나 간수 못 할 줄 아냐? 더 조잘거려봐. 아예 떼어놓고 갈 테니까."



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정국을 보며 묻자 그런 내 눈빛을 피하더니 내 손목을 잡은 채로 계단을 내려가는 정국. 정국이 딱히 자신의 호르몬에 대해서 언급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는 걸 느끼고 더 이상 정국에게 질문을 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생각한 것이 맞다면 호르몬은 내 생각 보다 더 잔인하고 불행한 것이고 정국이는 내가 생각한 것 보다 더 위험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에이.. 아닐 거야.. 아무리 그래도 호르몬이 어떻게 자기 몸의 수명을 갉아먹겠어...? 호르몬 억제 주사 부작용이 생명을 갉아먹는 거라면 왜 초이스 반 학생들이 군소리 없이 그 주사를 맞고 있는 거겠어..? 좋지 않은 생각은 좋지 않은 미래를 만들어 낸다는 생각을 하며 애써 머릿속에서 불길한 생각을 지워내려고 노력하는 나였다.

 

​

 

"전정국. 교무실로 따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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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의 손에 이끌려 간 교실 앞에는 대현 선생님께서 땀범벅이 된 상태로 서계셨다. 내 추측대로라면 정국을 찾아다니느라 땀범벅이 되신 듯한데.. 대현 선생님은 정국을 보자마자 한숨을 푹 내쉬시며 정국을 교무실로 불러들이셨다. 대현 선생님께서 먼저 교무실로 들어가시고 정국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나를 잡고 있던 손에서 힘을 풀고 나를 놓아주는 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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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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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이 대현선생님을 뒤따라 교무실로 들어가고 나는 그런 정국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정국이가 뭔가 잘못한걸까? 온화하시기만 하던 대현 선생님이 화가나 보였던 것 같은데... 왠지 모르게 교무실로 들어간 전정국이 신경 쓰이긴 했지만 별일 아닐 거라고 내 자신을 다독이며 교실로 돌아왔다.

   

​

 

"어? 왜 혼자 들어와? 태형이 못 만났냐?"



홀로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내 모습에 윤기오빠가 의아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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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이 오빠요?"



내가 윤기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보자 태형이 안쓰럽다는 듯 한 표정으로 말하는 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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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녀석- 꼭 데려올 거라고 기다리라 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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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이 오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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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게 있다- 그나저나 지민이도 태형이도 버리고 어딜 갔다온 거냐?"



"그게...전정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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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 오빠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내 입에서 정국의 이름이 나오자 나에게로 시선이 집중되는 초이스 반 사람들. 아.. 근데 정국이와 있었던 일을 초이스반 사람들한테 함부로 말해도 될까? 나랑도 호르몬이나 증상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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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정국이랑 있었어요."



"전정국이랑? 전정국이랑 둘이서 뭘 한 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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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석이 내 대답에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본다. 호석오빠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전혀 없었..



'안 죽어. 안 죽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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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국의 행동에 울음을 멈춘 채 정국을 보고 있자 그런 내 어깨에 자신의 머리를 툭- 기대는 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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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이랑 놀지마.'



윽.. 갑자기 그 장면이 왜 떠오르는 거지..? 진짜 별일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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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또 전정국이 ㅇㅇ이 괴롭히고 놀리고 그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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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대답 없이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는 나를 보고 있던 지민오빠가 나를 대신해 입을 열고 그런 지민의 말이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흥미를 잃어버린 듯 책상 위에 벌러덩 누워버리는 호석. 어찌됐든 내가 대답할 필요는 없는 건가?



"김태형 이 놈- 계속 해매고 있을 텐데- 잡아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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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가 자리에서 일어나 터벅터벅 지민에게 다가가 어깨동무를 한다. 지민이 뭔가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윤기를 본다. 자신을 보는 지민을 향해 생글생글 눈웃음을 치며 말하는 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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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갈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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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태형이 찾을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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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내가 왜! 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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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님이 가자면 군소리 없이 가는 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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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이 태형을 찾으러갈 생각이 없다는 듯 윤기를 따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자 그런 지민의 목을 장난스럽게 팔로 조이며 그대로 교실 밖으로 끌고 나가는 윤기.



"악! 안 간다고!"



윤기의 손에 끌려 지민이 빠져나간 이후로도 복도에서는 지민의 비명소리가 이어졌다. 윤기오빠가 태형오빠랑 지민오빠를 신경 써주는 거겠지~ 역시 츤데레 윤기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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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애들이 다 나가버리니까 어색해서 교실에 못 있겠어..."



어색 호르몬의 석진이 자신의 호르몬에 못 이겨서 교실을 나가버리고 자연스럽게 남준과 호석만이 남은 교실. 잠깐만.. 이 사람들하고는 딱히 이야기해본 적이 없는데... 어색 호르몬이 나한테 있는 것도 아닌데 왠지 모르게 어색한 게.. 나는 조용한 교실 분위기가 어색한데 남준과 호석에게는 꽤나 익숙한 일인 듯 책상 위에 그대로 벌러덩 누워있는 호석과 창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남준. 그런 남준의 시야에 들어온 건 창가를 통해 보이는 하얀 새끼고양이. 그 고양이는 학교건물 뒷편에 있는 잔디밭을 뒹굴고 있었는데 그런 고양이를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고 있던 남준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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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



호석이 남준을 향해 묻자 계속 시선을 창가를 통해 보이는 새끼고양이에게로 주며 말하는 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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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나갔다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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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준마저 교실에서 나가고 나니 이제 진짜 호석과 나만이 교실에 남았다. 나도 어디론가 나가야하나 생각하고 있는데 호석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로 다가온다.



"왜 그렇게 불편하게 있어? 나 무서운 사람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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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석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하긴.. 호석오빠는 딱 보기에도 좋은 사람인데 어려워할 필요 없나?



"그냥 오빠랑은 많이 이야기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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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네가 나랑 안 놀아줘서 그러지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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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석이 섭섭하다는 얼굴로 나를 본다. 아, 그러고 보니까 여기온 뒤로 대부분 지민오빠나 태형오빠, 전정국 하고만 있었구나.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됐네요."



"나한테 뭐 궁금하거나 그런 거 없어?"



호석이 잔뜩 기대에 찬 눈으로 나를 본다. 호석의 눈빛이 나를 향해 질문해줘- 질문해줘- 를 연발하고 있는 듯 하다. 음.. 그럼 이참에 궁금했던 걸 물어볼까?



"궁금한 게 있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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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이 오빠가 다 답해주지-"



자신감에 가득 찬 표정으로 나를 보는 호석. 내가 궁금했던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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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석 오빠는 어떤 말이든 희망을 주는 호르몬이잖아요. 그건 분명히 좋은 호르몬인데 왜 호르몬 억제 주사를 맞아야하는 대상에 속하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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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질문에 호석오빠의 표정은 급격하게 굳어졌다. 내가 물어보지 말아야할 것을 물어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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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대답하기 곤란하시면.. 안 가르쳐주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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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차피 여기에서 지내면 알게될 이야기니까.. 말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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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호석에게 미안하다는 듯 말하자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조금은 슬픈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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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 이야기를 하는 것도 참 오랜만이네. 내가 이 학교에 처음 들어왔을 때 이야기야. 그때까진 네 말대로 난 호르몬 억제 주사의 대상에 들어있지 않았지. 내 호르몬은 누가봐도 별로 위험한 호르몬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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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호르몬 억제 주사의 대상이 아니였다... 그런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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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1 겨울이었던가? 논초이스들이 수능을 치르고 난 바로 다음날이었어. 초이스인 나는 그 시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모르지만 논초이스들한테 있어서는 중요한 시험이라고 하더라. 그런 시험을 망쳐서 그랬는지 그날 호르몬 고등학교 옥상에 한 여학생이 자살시도를 했어. 때마침 그 옥상에 있었던 게 나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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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으...흐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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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럽게 울고 있는 논초이스 여학생 하나. 그런 여학생을 보는 호석의 눈이 커다래진다. 호석은 망설임 틈도 없이 그 여학생에게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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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오지 말아요! 가까이 오면 뛰어내려 버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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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러는 거야? 이유라도 좀 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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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석의 물음에 여자아이는 그나마 참고 있던 눈물을 모두 쏟아내며 말했다.



'수능을 망쳤어요. 모의고사 때는 분명히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었는데... 하필 수능날...'



'수능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건 지는 몰라도 그건 네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시험이지 네 인생보다 더 중요한 건 아니야.'



내 말에 그 여학생은 어느 정도 희망을 가지는 듯 했다. 그 때 내 희망 호르몬이 이 여학생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내심 기뻤다. 딱... 거기까지만 말했어야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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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지만..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앞으로 나갈 길도 막막하고 비참한 인생을 살바엔 차라리 죽는 게 너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

​

호석은 분명히.. 그 여학생에게 죽음이 올바른 답이 아니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지금 당장 죽어버리면 더 생각할 필요도 없어서 좋다고 생각하는 거야?'



내 호르몬은... 이 말에 지나치게 발동된 듯 했다. 내 말을 들은 그 여학생은 내 말에 더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렇네요.. 여기서 죽어버리면 더 이상 괴롭게 미래를 고민하지 않아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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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마워요... 희망적인 답을 내려줘서..'



건물 위에서 뛰어내리는 그 여학생의 마지막 얼굴은 희망에 가득 차 미소 짓고 있었다. 그 여학생은 그대로 건물에서 뛰어내려 죽음을 맞이했고 나는 그날 이후로 호르몬 억제 주사의 대상. 즉 위험한 호르몬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그 여학생의 마지막 얼굴은 호석에게 있어서 절대 아물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



 

희망적이지 않아야할 말까지.. 희망적이게 변해버리다니... 생각도 못했어.. 희망이라면 무조건 좋은 역할만 하는 줄 알았는데.. 호석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이제야 호석이 호르몬 이야기를 할 때마다 가끔 짓는 슬픈 표정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

 

"생각 보다.. 충격이 컸어. 그 여자아이를 죽음으로 밀어 넣은 게 나라는 걸 인지할때마다... 나는.. 악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늘 하게 됬거든."



"아니에요..."



항상 생글생글 웃고 친절한 호석 오빠가 악마라니... 그건 절대 아니야.. 호석 오빠가 의도하고 그 여자아이를 죽이려고 한 것도 아니고... 내가 호석의 이야기에 울먹울먹이며 호석을 보자 그런 나를 보고 있는 호석이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본다.

​

​

"호석오빠는 악마가 아니에요... 엄청 천사 같은 분이란 말이에요."



내 울음 섞인 말에 호석이 빙그레- 미소 짓는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자신의 따듯한 손을 내 머리 위에 올리며 두어 번 쓰다듬어주는 호석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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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마워. 그렇게 말해줘서."



나를 보며 웃음 짓는 호석오빠의 눈가에 나와 같은 눈물이 맺혀있는 것처럼 보였던건... 나의 느낌일 뿐이었을까. 그 환한 미소가 나에겐 너무 슬프게 다가와서 호석 오빠를 대신해 내가 엉엉 울어버렸다.



"야야- 왜 울고 그래-"



"우어어엉- 호석오빠는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아니란 말이에요.."



"그래그래. 알아. 난 착한 사람이야. 난 천사야. 그러니까 울지 마. ㅇㅇ아."



호석이 나를 달래긴 해야하는 데 어떻게 해야할 지 나오는 말대로 나를 달래는데 내 울음은 한번 터진 이후로 그칠 줄을 모른다.



"에잇- 나도 모르겠다. 마음껏 울어라 그냥."




호석오빠가 더 이상 날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며 울고 있는 나를 감싸 안더니 내 등을 토닥여주는 호석 오빠. 그렇게 호석과 나 뿐인 교실 안에서는 훌쩍이는 내 울음소리만 가득히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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