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야기는 작가의 허황된 망상입니다. 현실과 혼돈하지 마시길..
©️ 내 머릿속에 지진정 (2022)
Ep. 7 [통화] 그 남자 이야기
"여보세요?"
태주가 전화를 받았다.
설마 사진 봤을까..? 살짝 떠봐야겠다.
"저기.. 태주야 별일 없지..?"
"어... 그냥 별일 없는데..."
아직 못봤구나.. 다행이다..
보지 말라고 얼른 말해야겠다..
"저기.. 누나,
포털메인에 오늘 우리 나갔던 거..
사진 걸린 것 같던데...
혹시 보더라도 너무 놀라지 말고..
괜히 댓글같은 거 찾아보지마, 알았지..?
그런 거 보면 진짜 정신건강에 안좋아.."
예전에도 댓글 같은 거 막 찾아본 것 같던데..
그런 거 보면 안되.. 괜히 감정만 상한다고...
누나가 뭘 볼지 내가 알 수도 없고..ㅜㅠㅜ
"사실, 그거 봤어..
일부러 보려고 한 건 아닌데,
메인에 걸려있어서..."
헐.. 벌써 봤다고..?
"진짜..?
더 보지마.. 알았어..?
이번에는 형들이랑,
어떻게 대처할지 의논 좀 해보려고..."
역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긴 한데....
흠...
"그리고...댓글도 찾아봤어...
그 언론사에서 우리 쫒아다니면서
동영상도 찍었더라..
그냥 찾아보지 말고,
너한테 먼저 연락해볼껄.. "
"아이고.. "
나도 모르게 탄식이 나왔다.
그 동안 언론으로 인해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늘 괜찮다고 해주는 아미들 덕분에..
큰 상처 없이 지내왔었는데,
태주에게 나도 그런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싶지만..
그게 맘처럼 쉽지 않은 것 같다..
"뭣하려 그랬어..
너무 신경쓰지마..
거기 별로 좋은 이야기 없었을 것 같은데..
에휴"
"그렇게..."
태주의 마음을 어떻게 달래줘야할까..?
마음이 복잡해졌다.
전화하는 사이
어느새 지민이형이 돌아와 옆에 있었다.
"운동 끝나고 들어갈께~
더이상 뭐 찾아보지 말고..
그냥 얼른 자~~
알았지..?"
"응.. 알았어.."
내가 전화를 끊자 형이 옆에서 물었다.
"거봐, 내 말대로 안 자고 기다리고 있었지..?
혹시 이미 다 봤대?"

"그렇게 형... 이럴 땐 어떻게 해야해...?
결혼 전에도 사진찍혀서 힘들었던 것 같던데..ㅜㅠ"
"그러니까 얼른 들어가봐..
이럴 때 옆에 있어줘야해..
난 그 때, 그러질 못해서 ... 그게 너무 아쉽더라.."
형의 진지한 눈가에 살짝 물기가 어려있었다.
"근데 나는 운동은 해야할 것 같은데...
오늘치 루틴은 뛰어야지..
운동하고 들어간다고 이야기했어~"
나의 운동타령에
지민이형 표정이 갑자기 단호해졌다.
"쓰읍! 너 내가 좋은 말 할때, 빨리 들어가라..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지난주에도 너네 뭔일 있었다며...!
차라리 오늘 들어가서 수습 잘하고
내일부터 다시 맘잡고 운동해~"
지난주에 무슨 일 있었다니.. 그 얘긴 또 누가 한거냐....
그나저나 들어가서 수습을 하라니..
수습을 어떻게 해야할지.. ㅠㅠ
내가 망설이고 있는데 형이 갑자기
내가 열심히 낀 글로브를 벗기더니 가방에 쑤셔넣고는
일어나라며, 내 손목을 잡아 끌었다.
"아.. 아니...
지민이형? 줴민쒸??
왜 이러십니까?"
"너, 내가 등 떠밀지 않으면 집에 안 갈 것 같으니까..
얼른 내보내게..
오늘 늦게 가서,
괜히 내일 죽을상을 하고 나타나지말고,
좋은 말 할 때 빨리 들어가~
집안이 평화로워야,
컨디션도 잘 조절하지~
우리 메인보컬님 심리적으로 힘들어한다고,
윤기 형이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범인은 윤기형..이었군..
.
.
잠시 정신없이 형 손에 끌려가다 정신을 차려보니,
엘베 안에 나를 밀어넣은 지민이 형이 웃으며
내 가방도 마저 던져 넣었다.

"자, 이대로 지하주차장까지
쭉쭉 내려가시면 되겠습니다.."
엘베 문이 닫히는 사이로
지민이 형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엘베 안에서 생각해보니
집에 가라는 형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지민이형 말은 들어서 손해볼 게 없지.. ㅜㅠ
[형, 잘 들어가겠습니다.
내일 밝은 표정으로 돌아올께요..]
형에게 못다한 인사는 메세지로 보냈다.
지하주차장에 도착하고 나서야
주차장의 시멘트 냄새 사이로 나의 땀내가 느껴졌다.
아, 오늘 안무 연습 끝나고 바로 운동하러 올라간건데,
머리는 땀에 풀 쩔여있고, 옷은 축축하고....
이러다 차 안에 땀내 배길 것 같은데...
조수석에 있던 서랍을 열어서 항수를 꺼내서 대강 뿌리고, 어서 차에 올라탔다.
.
.
.
집에 돌아오니,
태주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현관으로 나왔다.
"운동 끝나고 온다면서~~"
"지민이형이 빨리 가라고 난리여서
씻지도 못하고 쫒겨났어..ㅎㅎ"

왠지 잠도 안자고 지새고 있었던 듯한 태주의 모습에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좀 있다 올 줄 알았는데...
일찍 와줘서 고마워~"
태주는 정말로 고마운 듯 다가오더니 쓱 품에 안겼다.
"어..? 나 빨리 나오느라 안 씻어서..
쫌 끈적할텐데..?"
"괜찮아.. 나는 네 땀냄새도 좋아.."
날... 많이 기다렸던 것 같아서.. 왠지 너무 미안한데..
...
그리고 내 품에 안긴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근데, 뭐 하고 있었어..?"
날 기다리면서,
뭐했을까.. 궁금해서 살펴보니
불꺼진 서재로 인터넷 창이 띄워진 모니터가 보였다.
"바보야, 보지 말라니깐..
또 뭐보고 있었지..?
이러니까 잠도 못 자지..."
에구.. 태주는 진짜..
혼자 두면 안되겠네....
나는 걱정되는 마음에 태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니... 나는 저...
그냥 좀 마음이 복잡해서...
생각 좀 덜어내려고..
그래서 상관 없는 다른 거 좀 본 거야."
그래도,
인터넷을 계속하는 건 별로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은데..
그치..? 태주야~
"난 사실... 이런거에 익숙해서.. 괜찮은데..
너는 아니잖아..
그래서 난 네가 어떨지 너무 걱정되서....."
뭔가 더 이야기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태주가 말을 자르고 들어왔다.
"그래서... 나만 문제라는 거야..?
정국아, 넌 그래서 이런 상황이 괜찮아?
익숙하면 그만이야..?"
어라...? 이게 아닌데....??
내가 말실수를 한 건가....?
이럴 땐.. 도망가는 게 상책!
당황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목표지점을 정한다.
화장실로 도망가자..!
"태주야, ㅎㅎ
일단 나 좀 씻고 자세한 이야기는
조금만 있다가 얘기하자~ 응?
나, 진짜 급하게 와서.... ㅎㅎ"
안되겠다.. 작전상 후퇴다..
말도 길어질 것 같고..
그리고 너무 찝찝하기도 하고.. ㅜㅠ
옷을 훌렁훌렁 벗어버리고는 화장실로 들어와버렸다..
태주의 표정에는 당황스러움이 가득했다..
잠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서..
미안...ㅎㅎ
문을 살짝 열고, 고개만 빼꼼히 내밀고
왠지 미안한 맘에 태주에게 물어보았다.

"아니면, 같이 씻을래..?"
".... 아, 아니 됬거든?
나 아까 씻었어.. 양치까지 다 했거든~
얼른 씻고 나오기나 해.."
태주의 표정을 보니,
당황스러움이 몇배로 늘어난 것 같다.
후훗.. 왠지 내가 기선을 잡은 것 같아.. 좋아...
"웅~ 알았어."
얼른 씻고 나가야지...
잠깐, 그 전에..
일단, 태주가 한말을 좀 생각해보자..
내가 괜찮다고 한 게 그렇게 섭섭한가..?
여자 맘은 알 수가 없단 말이지..
내가 이런 상황에 익숙하다니,
그건 아니지..
나도 마누라랑 장보다가 찍힌건 처음이거든..?
내가 오해가 생기게끔, 말을 한 것 같긴 하다만...
확실히 결혼 전에 힘들었던 상황 때문에
태주가 예민한 것 같아.
사실 파파라치 때문에
직장에 사직서 냈을 꺼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디자인도 다시 해보자고 내가 말했었는데...
혹시 방금 내가 너무 안하무인처럼 이야기했나?
휴... 나가서 뭐라고 얘기해야하지..??
다 씻고, 문을 살짝 열어보니,
태주가 샤워가운을 이미 가져다놨다.
오~ 역시 센쓰쟁이..
샤워가운을 입고 거실로 나오니,
날 기다리는 태주가 있었다.
심각해보이는 태주의 얼굴..
그동안 마음고생이 그만큼 심했던 걸까..?
오늘은 태주이야기를 좀 많이 들어줘야겠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