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
너무 다른 얼굴이었다. 검은 모자 밑에 있을 법한 무서운 괴물같은 얼굴은 어디가고 웬 청순한 소년의 모습인 얼굴이 보였다. 마치 늑대가 있을 것같아서 겁먹은 표정으로 동굴에 들어간 양이 알고보니 자기랑 똑같은 양을 보는 것 같았다. 믿기지 않았다. 생긴 것도 놀랐지만 무엇보다 그 분위기가 놀라웠다. 고요하면서도 신비로운,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 진짜… 정말 미안해…”
“정말 괜찮아. 그니까 사과 그만해.”
안정감있던 눈동자 덕분이였을까, 마음 한 쪽에서 이유 모를 안정감이 피어났다. 이런 기분, 느낌이 정말 이상했다. 분위기에 취할 것 같은 느낌은정말 처음이였다. 이러면 안 될 것 같았다. 더 이상 이자리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벌떡, 급히 의자에서 일어난 가랑은 뒤도 안 돌아보고 말을 이었다.
“아니, 그래도 정말 미안해.”
“ㄴ, 나 먼저 가볼게. 미안해”
말을 끝마침과 동시에 옥상 문으로 빠져나간 가랑이었다.
옥상에 홀로 남겨진 태형은 허공을 올려봤다.
주황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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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며칠간 김태형과의 접전은 없었다. 일단 만날 이유도 없었고, 서로 다른 반인지라 복도에 나가지 않는 이상 볼 일이 없었다. 자리에 앉아있던 나는 턱을 괸 채 앞자리에 선희랑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하던 건 선희였다. 나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척, 선희에게 미안하지만 다른 잡 생각만 했다. 특히나 그 중심에는 늘 김태형이 자리를 잡았다.
“그저께 왜 올라왔는지 이유도 못 물어보고 그냥 올라왔네.”
중얼, 말을 했다. 이제 이 일상도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항상 따라오던 유박선과 늘 시끄러웠던 교실, 그리고 바깥에 보이는 벚꽃까지.
평화롭게 돌아갈 것 같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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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뒤로 한 달 쯤 지났다. 이제는 주변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다른 반 아이들은 우리 반에 들렀고, 복도는 평소보다 더 활발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선희는 앞에서 저가 어제 일어났던 일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내가 학원에서 그랬다니까?”
“대박이다.”
감탄사와 동시에 문이 황급히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문 앞에 서있던 남자애는 다름아닌 저의 반 남학생1 이였다. 그리곤 급하게 말을 이으려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큰 목소리로 말하기를.
“야! 3학년 2반 김태형 걔 옆반에 김민혁이랑 싸웠대!!!!”
두 눈이 500원 동전처럼 커졌다. 급히 자리에서 일어난 가랑은 빠르게 반을 빠져 나갔다.
바깥에 나무들이 휘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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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히 달려온 가랑은 많은 아이들이 둘러싼 원 안을 파고 들었다. 급히 인파를 뚫고 들어온 중심에는 김태형이 옆반에 김민혁의 멱살을 잡고, 눕혀 주먹질을 하려 주먹을 높이 들고 있었다. 가랑은 볼 것 없이 급히 달려가 태형의 주먹을 두 손으로 잡아챘다. 태형은 잡힌 주먹을 보고 가랑을 한 번 바라봤다. 모자 밑에서 보인 얼굴에 입가에는 피가 나있었다. 그 생긴 얼굴은 좀 맞아있었다. 가랑은 거치게 숨을 쉬면서 입을 열었다.
“ㄱ, 기다려봐.”
“일단 진정해, 김태형.”
김태형의 두 동공이 흔들렸다.
잡힌 손이 떨려왔다.
복도는 고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