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힌 손에서 떨림이 느껴졌다. 김태형의 두 동공은 참으로도 매서웠다. 마치 늑대 한 마리의 눈을 보는 것 같았다. 그래도 손을 놓지 않았다. 지금놓는다면 주먹이 날아갈 것 같아서 놓치지 못했다. 한편 복도는 좀 잔잔해지더니 또 다시 떠들썩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말리면 안 되는 거 아니냐며 속닥, 조용하게 말을 주고 받았지만 귓가에 들리던 그 말들은 도저히 감출 수 없었다. 두 귓가에 생생하게 들렸으니까. 그때 김태형은 말을 이으려는 듯 입을 열었다.
“놔…”
“야, 여기서 더 때리면… 너…”
말을 하며 깔려있던 김민혁의 얼굴을 슬쩍 바라봤다. 근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김민혁의 얼굴은 깨끗한 도화지처럼 상처하나 없었다. 김태형의얼굴은 멍도 들고, 심지어 입가에는 피가 나고 있었다. 이렇게 보니 김태형은 일방적으로 맞고만 있었던 게 분명해 보였다. 가랑은 급히 말을 이었다.
“너, 김태형… 너…”
“이 녀석들!!!!”
하지만 말을 잇기도 전, 3학년 부장 선생님이 긴 막대를 들고 급히 인파 사이를 뚫고 달려왔다. 그리고 중앙에 있던 저와 김태형 그리고 깔려있던김민혁을 보곤.
“당장 교무실로 따라와!”
곧장 따라오라는 말을 이었다.
봄은 봄이었지만, 여전히 밖은 많이 쌀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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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무실 안은 싸늘했다. 나란히 셋이 서서 꾸중을 들었다. 특히 그 상황에서 김태형이 김민혁을 때리려던 자세를 취하고 있었기 때문에 꾸중을 더듣는 것 같았다. 참으로 안 됐었다. 얼굴만 봐도 아실 것 같았으니까. 누가봐도 김민혁이 일방적으로 김태형을 때렸던 게 눈에 보이고, 김태형은 일방적으로 맞았다는 게 눈에 보이는데 이렇게까지 김태형을 더 꾸짖었어야 되나 싶었다.
부장 선생님은 김태형의 얼굴을 보고는 표정이 찡그리시고는 보건실에 갔다 오라는 식으로 말을 꺼냈다. 김태형은 ‘네’ 라고 대답하고, 곧장 교무실을 나갔다. 가랑은 닫힌 문을 걱정스레 바라봤다. 곧장 부장 선생님의 허락과 함께 금방 교무실을 빠져 나왔다.
급히 뛰쳐나온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모든 교실은 수업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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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히 보건실로 뛰쳐온 가랑은 쉴틈도 없이 보건실을 살폈다. 하지만 있어야 될 김태형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보건 선생님은 무슨 일이냐며 저에게 질문을 던졌다. 가랑도 급히 대답을 이었다.
“무슨 일인데 이렇게 급해?”
“선생님… 그, 헉… 헉… 그… 검은 모자 친구 여기 안 왔어요?”
“어? 무슨 검은 모자? 모자 쓴 친구는 안 왔는데…”
“어머, 얘…! 어디가니…?!”
선생님의 대답을 듣자 바로 보건실로 뛰쳐 나온 가랑은 잠깐 생각하다 처음에 만났던 장소, 단 둘만 있었던 장소를 생각했다. 바로 학교 옥상이었다. 그 곳이라면 있을 것 같았다. 아니, 반드시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발이 빠르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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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컥, 옥상 문을 황급히 열었다. 황급히 열었던 옥상 위는 정말 고요했다. 아무도 없는 것처럼. 그래서였을까 뭔가 점차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괜히 괜찮아 괜찮아 마음속으로 얘기를 하지만 솔직히 전혀 괜찮지 않았다. 괜찮을 리 전혀 없었다. 한숨만 쉬며 옥상을 이곳저곳 둘러보며 김태형을 찾았다.
안 그래도 지금 운동장에서 운동하는 아이들이 있어, 함부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찾을 수 없었다. 한숨만 푹푹 쉬며 이것 저곳 김태형을 찾아 다니다, 저 구석에서 쭈그려 앉아 얼굴을 만지고 있는 인영이 보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인영이 아닌 김태형이었다. 빠르게 뛰고 뛰었던 운동화의 신발끈은 점차 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태형의 앞에 서자, 끈은 완전히 풀렸다. 가랑은 신발끈을 한 번 보다 김태형을 보며 입을 열었다.
“보건실 가라 하셨잖아.”
“너 심지어 피도 나잖아.”
“…”
김태형은 묵묵부답이었다. 마치 물 먹은 벙어리처럼 말을 잇지 않았다. 방금 보건실에서 가져온 밴드와 마데카솔, 면봉은 손의 악력 때문에 서서히 찌그러지고 있었다. 답답한 게 이유였을까. 답답함도 있었지만 서러운 탓도 있었던 것 같았다.
“너 진짜…”
얼마 보지 않았지만 짜증이 나고 서러웠다. 아무런 관계도 없고 접전도 없었는데 이렇게까지 복잡한 이유를 저도 몰랐다. 그냥 속에서 짜증이 나고 서럽기까지 했다.
“됐어.”
가랑은 하는 수 없다는 듯 태형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태형은 피하려는 자리에서 엉덩이를 뗐다. 하지만 가랑은 태형의 손목을 낚아채고는 가지말라는 눈빛과 말을 꺼냈다. 태형은 그대로 가랑의 옆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니 입이 피, 약 발라야 돼.”
태형은 그와 동시에 고개를 돌려 가랑의 눈을 한 번 바라보고는, 손에 들려있던 약과 면봉, 밴드를 확인했다. 태형은 다시 고개를 돌리더니 고개를숙였다. 작은 머리통이 고개를 숙이자 더 작게 보였다.
“나…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
첫마디가 그동안 저가 묻고 싶었던 질문과 똑같았다.
그래서 신기했다. 가랑은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냥 너는 그럴 것 같아서.”
가랑은 분명 저의 질문에 태형도 똑같이 답할 거라 느꼈다.
옥상의 구석은 햇빛이 잘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