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 assumo la responsabilità, sign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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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책임져요, 대리님








"정사원, 이거 똑바로 안할래?"

"..다시 해오겠습니다."

"아, 이것도 해."

"다 너 일인 거 알지?"

"오늘 안까지 다 해와."

"다 못하면 야근이나 하던가."





치사빤쓰. 어제 대판 말싸움을 하고 나니 대리님이 더 차가워지고 무서워졌다. 그리고 더 유치해졌다. 야도 아니고 정여주도 아니고 이젠 그냥 정사원이라고 부른다. 선을 긋겠다는 거겠지. 아, 물론 대리님이 그동안 내 일을 조금씩해줘 편했던 건 맞다. 원래 내가 해야할 일인데 그냥 왠지 서운섭섭하달까.





"하... 이거 어떻게 했더라..."

"...저 대리님.. 이 부분 모르겠는데..."

"나 바쁘니까 알아서 해."

"넌 도대체 집에서 뭐하냐? 모르면 익히고 와야되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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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도 없으면서 일 많은 대기업엔 왜 들어온 거야?"





나도 자존심이 있어서 대리님한테 안 물어보려고 했는데, 대리님이 옆자리이기도 하고 일도 가장 잘해서 어쩔 수 없이 물어봤다. 안 물어보면 야근? 아니 그냥 다신 집에 못 들어갈 걸 알고 있다. 대리님의 저 말이 정말 내가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 '내가 필요하지? 나 없으면 안되지?' 이런 뉘앙스였다. 그래서 더 짜증나.





"...대리님 필요없거든요?"

"혼자서 할 수 있어요."

"오늘 야근하겠네, 내일도. 아, 모레도."





...진짜 재수없어, 하지만 맞말이라 반박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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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 이거 아는데..."

"분명 이거 배웠는데..."

"시바.. 머리에 도대체 뭐가 든 거니...."





이미 야근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이 층엔 나밖에 없는듯한 고요함과 창문으로 보이는 깜깜한 하늘. 티비에서나 보던 야근을 맞이하니 언제 다 하고 집에 들어가야하나 막막했다. 어두워서 귀신이라도 나올까 봐 너무 무서웠다. 그리고 더 무서운 건 일의 반의 반도 다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어려운 걸 어떻게 하루만에 끝내는 거지...? 천재들의 모임인 건가...





스윽-





"..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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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다른 층에서 일하는 사람들한테 방해 된다."

"아... 대리님... 놀랐잖아요...!"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미안."

"근데 대리님 분명 퇴근하셨는데..."

"너 걱정돼서 왔어, 이러다가는 회사에 눌러 살아야할까 봐."





갑자기 뒤에서 내 어깨에 누가 손을 올리길래 귀신인 줄 알고 깜짝 놀랬다. 내 비명을 듣자 손의 주인공인 대리님이 조용히 하라며 귀에 속닥됐다. 아까 그렇게 나한테 모진 말들 다 했으면서 걱정하긴 했나보다. 퇴근해놓고 다시 나한테 오는 거 보면. 거기다 저녁 못 먹었을 날 위해 바리바리 음식을 사들고 왔다. 역시 김대리님.





"먹어, 뭐라도 먹어야 일을 하지."

"아.. 감사합니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 내가 왜 가."

"....?? 대리님은 일 다 하셨잖아요."

"너 도와주려고 온 거야."

"와... 오전엔 뭐라하셨으면서..."

"불만있으면 나 간다?"

"아뇨..!! 누가 불만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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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같이 얼른 끝내서 집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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