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석 단편 모음

진동

나른한 여름 오후의 공기가 대기실 안을 무겁게 채우고 있다. 에어컨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고 있지만, 며칠 동안 이어진 빽빽한 연습 스케줄 탓에 지석이의 어깨는 평소보다 눈에 띄게 처져 있다.

그는 소파 한구석에 깊숙이 기대앉아 특유의 졸린 듯한 표정으로 멍하니 바닥을 바라보고 있다. 그의 목에 걸린 커다란 헤드폰에서는 주변 공간을 가득 채울 만큼 커다란 음악 소리가 흘러나온다. 지석이의 청력에 맞춘 높은 볼륨 때문에, 헤드폰 유닛 밖으로 새어 나오는 강렬하고 묵직한 베이스 비트가 고요한 방 안을 규칙적으로 울려대고 있다.

"지석아, 많이 피곤해?" 내가 폰을 내려놓으며 입모양을 크고 명확하게 움직여 물었다.

그는 내 입술을 가만히 응시하다가, 이내 세상에서 가장 무해하고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지석이는 대답 대신 슬그머니 자리를 옮겨 소파 위에 앉은 내 옆자리로 바짝 다가온다. 그가 옆에 앉는 순간, 그가 매고 있는 헤드폰에서 울리는 육중한 저음의 진동이 쿠션을 타고 내 몸에까지 그대로 전달된다. 쿵, 쿵, 하고 심장 박동처럼 일정하게 울리는 베이스의 아늑한 떨림이 묘하게 기분을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지석이는 내 어깨 위로 조심스럽게 머리를 기댄다. 온몸의 힘을 완전히 뺀 채 나를 향해 툭 쓰러지는 그의 무게감이 기분 좋게 다가온다.

"그냥... 이렇게 조금만 있자." 그가 나지막하게 웅얼거린다. 헤드폰의 진동과 그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뒤섞여 내 가슴을 간지럽힌다.

나는 가만히 손을 뻗어 그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조심스럽게 쓸어내렸다. 손끝에 닿는 그의 온기와, 소파를 타고 잔잔하게 퍼지는 비트의 진동,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아늑한 조명까지. 지석이는 내 손길이 좋은지 눈을 지그시 감으며 조금 더 깊숙이 내 품으로 파고든다. 무대 위에서의 화려하고 강렬한 호랑이 같은 눈빛은 지워진 지 오래다. 지금 내 곁에 있는 것은 그저 내 온기를 가장 좋아하는, 사랑스러운 내 사람일 뿐이다.

그는 감고 있던 눈을 아주 살짝 떠서 나를 올려다보며 부드러운 보조개가 매력적인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 다정한 눈빛을 마주하는 순간, 바쁜 세상의 모든 소음이 지워지고 오직 우리 두 사람을 연결하는 따뜻한 진동만이 방 안을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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