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on Seon-bae del Judo Club

유도부 전선배

작은 상처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여주는 일곱 바늘이나 꿰매진 상처를 뚫어지게 쳐다보다 으스스 올라오는 한기에 어깨를 떨었다.

정국은 앉았다가 바로 나온 거라 외투를 걸친 채였지만 여주는 가지고 있던 짐을 모두 자리에 그대로 두고 나온 상태였다. 그 상황을 본 친구들이 챙겨주리라 믿지만... 그래도 추운 건 추운 거니까.

"저기...."

"아. 손은 어때? 괜찮대?"

"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야. 내가 안 왔으면 대식이가 챙겼을 텐데, 뭐."

여주는 정국이 건네는 따뜻한 캔커피를 손에 쥐며 커피를 마시는 정국의 옆모습을 빤히 바라봤다. 되게... 자연스럽네. 처음 보는 사람을 선뜻 나서서 도와주는 거, 그 모습이 석진과 닮았다.

여주의 시선을 느낀 정국이 돌아보자 여주는 태연하게 눈을 피하며 캔커피를 주머니에 넣었다. 따뜻한 온기가 손으로 옮겨갔다.

"월요일에 학교 오세요?"

"월요일? OT라 안 가려고 했는데, 왜?"

"아... 병원비 드리려고요. 응급실이라 원래 비용보다 비쌌을 텐데,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서요."

"아- 됐어. 괜찮아. 얼마 안 들었어."

"그래도,"


"피곤할 텐데 얼른 집 들어가. 택시 불러줄까?"

제 말을 끊고 말을 돌려버리는 정국에 여주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괜찮아요. 집이 가까워서 걸어가면 돼요."


"어둡잖아. 위험할 텐데. 데려다 줘?"

"그것도 괜찮아요. 마음만 감사히 받을게요."

"그래, 그럼. 조심히 들어가."

가볍게 손을 휘저은 정국이 등을 돌렸다. 여주는 잠시 자리에 남아 횡단보도를 건너는 정국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끝까지 데려다 준다고 할 줄 알았는데, 쿨하네. ...윤여주가 아니라서 그런 건가.

집까지는 편하게 가서 다행이라는 마음 반, 윤여주였다면 데려다 주지 않았을까 하는 서운함 반. 굉장히 모순적인 마음을 끌어안고 여주도 방향을 틀었다.

카톡!





석진 선배

그래 여주야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

네 나중에 봬요 선배

지독한 짝사랑은 현재 진행 중. 주머니 속 느껴지는 열기가 캔커피 때문인지 상처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 * *











"여주야! 너 뭐야! 그 선배랑 아는 사이였어?!"

탈의실로 들어와 옷을 갈아입기도 전에 유진에게 붙잡혔다. 옷깃을 잡아당기는 유진의 손을 가볍게 떼어내고 라커를 여니, 술자리에 두고 간 물건들이 놓여있는 게 보였다. 가방 땡큐. 짧게 감사 인사를 하고 상의를 훌렁 벗는다. 그 위에 하얀 반팔을 입고 도복을 껴입으면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 유진과 다미와 눈이 마주쳤다.

"병원 갔다 오면서 선배랑 무슨 말 했어? 응?"

"챙겨줘서 고맙다고 했지. 도다미, 오늘 점심에 약속 없지? 돈까스 먹으러 가자."

"챙겨줘서 고맙다고 말했다고? 그럼 선배가 뭐라고 했는데? 막 연락처 교환도 하고 그랬어?"

"어, 나 오늘 점심에 약속 있는데."

"뭐? 누구랑? 남자야?"

"고여주우! 그 선배가 집까지 데려다 주고 그랬냐고오!"

"응. 소개팅."


"뭐?"

"뭐어?!"





잠깐의 정적. 여주의 팔에 달라붙어 낑낑대던 유진도, 유진의 말을 애써 무시한 채 다미에게 말을 걸던 여주도. 다미의 발언에 눈을 크게 떴다. 두 사람의 반응을 예상했는지 다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 화면을 두드렸고, 둘 중 제일 큰 충격을 받은 유진은 입을 턱 벌리며 눈꺼풀을 떨었다.

"다미가... 다미가, 소개팅이라니...."

"갑자기 뭐야. 너 연애에 관심 없는 거 아니었어?"

"다미가... 다미가... 소개팅을....."


"아, 넌 좀 조용히 좀 해 봐."

여주가 인상을 찌푸리며 유진을 밀어냈다. 평소였다면 힝... 하며 울상을 지었을 유진이 오늘따라 아무런 말도 없이 라커에 몸을 기댄 채 주르륵 주저앉았다. 오바 떨지 마. 덤덤한 다미의 핀잔에도 변화는 없었다.

"그냥, 뭐... 평생을 혼자로 살 순 없잖아?"

"뭐래, 너 여태 혼자 살 것처럼 굴었거든? 누군데? 우리 학교야?"

"응. 수영부."

"헐. 수영부면 체격은 일단 합격이네. 사진 봤어?"

"안 봤어. 그냥 사진 안 보고 만나보겠다고 했어."

"야씨... 그래도 중요한 건데.... 뭐, 도다미가 워낙 똘똘해서 알아서 잘 하겠지만."

장난스레 내뱉은 말에 다미는 픽 웃어넘겼다. 핸드폰을 라커에 집어넣고 탈의실 문을 열며 나가자고 고갯짓 한다. 가자. 5분 남았다. 다미가 먼저 나가고 여주가 탈의실 불을 끄고 나서야 주저앉아있던 유진이 느적느적 걸음을 옮겼다. 얼굴은 여전히 초점을 잃은 것마냥 멍하다.



...저러다 기합 받겠네. 여주는 정신 차리라는 의미로 유진의 등을 짝 소리나게 치며 그 길로 쭉 유도장까지 밀었다.


* * *








유진과 함께 유도장으로 들어온 여주는 평소와 달리 열을 맞춰 서 있는 이들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다고 모두가 그렇게 서 있는 것도 아니었다.

열을 맞춰 서 있는 이들이 아는 얼굴들인 걸 보니 2학년은 확실하고, 그중 앳된 얼굴들이 있는 걸 보니 1학년이 확실했다. 그 주위를 빙빙 돌며 감시하는 건 3학년과 4학년...?

...뭐야, 이거? 미처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아 저절로 미간이 구겨졌다. 단상 위에 서 있던 선배가 여주와 유진을 발견했는지 두 사람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이며 소리쳤다.

"얼른 안 들어와?!"

"힉...!"

"...."

겁을 먹은 유진은 재빨리 그들을 향해 달려가고, 여주도 그 뒤를 따랐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물어보고 싶지만 다들 표정이 굳어있어 물어볼 수도 없고. 결국 여주는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얼차렷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교수님께서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하셔서 당분간 부과대인 내가 너희 교육을 맡게 됐다. 그래도 첫날이니 서로 통성명도 하고 편하게 시작하려고 했더니만... 감히 1, 2학년이 훈련 시간을 딱 맞춰 와?!"

탁. 선배의 손에 들려있는 장구채가 단상을 내리쳤다. 그 소리에 잔뜩 쫀 1학년들은 어깨를 움찔거리며 허리를 바짝 세웠다. 여주는 그제야 상황 파악을 마칠 수 있었다. ...똥군기 잡네. 배우는 것 없이 버려지는 이 시간이 아까웠다.

과대는 어디 가고 부과대가 저러는 거야.... 부정적인 말들이 턱 끝까지 올라왔지만 있는 힘 없는 힘을 다 써 최선을 다해 참았다.

하지만,

"1, 2학년 전부 엎드려 뻗쳐!!!"


"...."

...어쩌면 참을 필요가 없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