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fiction KookV] Jakdu

Episodio 2. L'avete visto.

“이번엔 늦지 마.”

태형의 말은 작게 흘러나왔는데, 이상하게 연습실 안의 소음보다 더 선명하게 들렸다. 정국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번엔, 이라는 말도. 늦지 말라는 말도. 그런데 이상하게 가슴 한쪽이 쿡 하고 눌리는 것 같았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들을 말은 아니었다. 그래서 정국은 당연히 물어야 했다. 무슨 뜻이냐고. 저를 아느냐고

그런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태형의 눈이 너무 익숙해서, 모르는 척하기가 어려웠다.

 

 

“정국아.” 지민이 옆에서 정국의 어깨를 툭 쳤다. 그제야 정국은 정신을 차린 사람처럼 눈을 깜빡였다.

“괜찮아? 표정 왜 그래?” “아니에요. 괜찮아요.”

정국은 애써 웃었지만, 괜찮지 않았다. 태형은 이미 다른 멤버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방금 정국에게 이상한 말을 한 사람 같지 않게 자연스러웠다.

 

 

연습은 곧 시작됐다. 태형은 거울 앞쪽에 서서 전체 동선을 봤고, 정국은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였다. 평소라면 몸이 먼저 박자를 기억했을 텐데, 오늘은 자꾸 시선이 흐트러졌다. 거울 너머 태형이 보일 때마다 숨이 아주 조금씩 엇나갔다. 태형은 정국을 노골적으로 보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정국이 고개를 들 때마다 시선이 마주쳤다. 마치 정국이 언제 자신을 볼지 이미 알고 기다리고 있던 사람처럼.

 

 

“정국 씨.” 음악이 멈춘 뒤, 태형이 조용히 불렀다. 정국은 수건으로 목덜미를 닦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네.” “마지막 동선, 한 박자만 늦게 들어와 볼래요?” 정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태형의 말대로 움직이면 됐다.

그뿐인데, 태형이 가까이 다가와 직접 위치를 잡아주자 이상하게 어깨가 굳었다.

 

 

 

 

태형의 손끝이 정국의 팔꿈치에 가볍게 닿았다. “여기서 멈추고.” 낮은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렸다. “다음에 나를 봐요.” 정국이 멈칫했다. “네?” 태형은 아무렇지 않게 거울을 가리켰다. “동선상 시선 처리요. 정면 말고, 이쪽.” 별말 아니었다.

정말 그냥 안무 얘기였다. 그런데 정국은 그 말이 이상하게 들렸다.

 

 

나를 봐요. 그 한마디가 머릿속에서 자꾸 다른 의미로 번졌다.

 

 

정국은 다시 음악에 맞춰 움직였다. 이번에는 태형이 말한 대로 한 박자 늦게 들어갔다.

마지막 동작에서 고개를 돌리자, 거울 속 태형과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또 방울 소리가 들렸다.

딸랑.

 

 

정국의 발이 그대로 멈췄다. 연습실 바닥이 젖은 나무 바닥처럼 보였다. 거울 너머 붉은 천이 흔들렸다.

태형은 검은 코트가 아니라 흰 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발밑에는 작두가 있었다.

짧은 장면이었다. 눈을 깜빡이자 모든 게 사라졌다. 연습실은 그대로였고, 멤버들은 정국을 보고 있었다.

 

 

“야, 괜찮아?” 호석이 먼저 다가왔다. 정국은 숨을 가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어지러워서요.” “오늘 컨디션 진짜 안 좋아 보이는데.” 정국은 괜찮다고 말하려 했지만, 먼저 태형이 다가왔다.

“잠깐 쉬죠.” 태형의 말투는 차분했다. 그런데 그 차분함이 오히려 정국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마치 이런 일이 생길 걸 알고 있었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정국은 연습실 구석에 앉았다. 물병을 들었지만 제대로 마시지 못했다. 손끝이 조금 떨렸다. 방금 본 장면이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작두 위에 선 태형. 꿈에서 봤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태형은 정국 옆에 앉지 않았다. 대신 조금 떨어진

벽에 기대 서 있었다. 사람들 시선이 닿지 않는 거리에서, 조용히 정국만 보고 있었다.

 

 

 

 

정국은 결국 먼저 입을 열었다. “아까 말한 거.” 태형이 고개를 들었다. “이번엔 늦지 말라는 거요. 무슨 뜻이에요?”

태형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잠깐 정국의 손을 보았다. 정국도 따라 시선을 내렸다. 손목 안쪽이 이상하게 따끔했다.

정국은 소매를 살짝 걷었다. 손목 안쪽에 옅은 붉은 선이 생겨 있었다. 마치 아주 얇은 칼날에 스친 것처럼.

 

 

“이거 뭐야.” 정국이 낮게 중얼거리자 태형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 태형은 천천히 다가와 정국 앞에 섰다.

그리고 손을 뻗으려다 멈췄다. “잡아도 돼요?” 정국은 대답하지 못했다. 이상한 건, 싫지 않았다는 거였다.

처음 만난 사람인데도, 태형이 손목을 잡는다고 했을 때 피하고 싶지 않았다.

 

 

정국이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태형이 조심스럽게 손목을 잡았다. 손끝이 닿는 순간 따끔하던 통증이 조금 가라앉았다. 태형의 손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봤죠.” “뭘 자꾸 봤냐고 묻는 거예요.” “작두요.”

 

 

정국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부정하고 싶었는데, 부정할 수가 없었다. 꿈도, 방금 본 장면도, 손목의 붉은 선도 전부

너무 선명했다. “태형 씨는 대체 뭐예요?” 태형은 정국의 손목을 놓지 않은 채 낮게 말했다.

“정국 씨가 생각하는 것보다 오래 알고 있던 사람.” “저 오늘 태형 씨 처음 봤어요.” “그렇게 믿고 싶은 거겠죠.”

 

 

정국은 숨을 짧게 들이켰다. 화가 나야 하는데 이상하게 화보다 답답함이 먼저 올라왔다. 태형의 말은 하나도 이해되지

않는데, 목소리는 너무 익숙했다. 마치 오래전부터 정국을 달래던 사람처럼. 태형은 정국의 손목 위 붉은 선을 엄지로

아주 가볍게 눌렀다.

 

 

“오늘 밤엔 잠들지 말아요.” “왜요.” “또 볼 거니까.”

“그럼 말해줘요. 내가 뭘 보는 건지. 왜 자꾸 형이 거기 서 있는지.”

 

 

.

 

 

정국은 말을 뱉고 나서야 자신이 뭐라고 불렀는지 깨달았다. 태형도 들은 듯했다. 손목을 잡은 손에 아주 잠깐 힘이 들어갔다. 태형의 눈이 흔들렸다. 정국은 그 표정을 보고 숨이 막혔다. 방금까지 알 수 없는 말만 하던 사람이, 그 한마디에 무너질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방금…” 정국이 말을 흐리자 태형이 고개를 숙였다. 웃는 것 같기도 했고,

울음을 참는 것 같기도 했다. “응.” 태형이 아주 낮게 말했다. “그렇게 불렀었어. 예전에도.”

 

 

정국은 더 묻고 싶었다. 예전이 언제냐고. 우리는 대체 무슨 사이였냐고. 그런데 연습실 안쪽에서 다시 누군가 정국을

불렀다. 정국이 고개를 돌린 사이, 태형은 손을 놓았다. 손목의 붉은 선은 조금 옅어져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태형이 말했다. “나머지는 정국 씨가 직접 기억해야 해요.”

정국은 태형을 바라봤다. 여전히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그런데 하나는 분명했다.

 

 

오늘 밤, 자신은 또 그 꿈을 꿀 것이다.

그리고 꿈속에서 작두 위에 서 있는 사람은, 이번에도 태형일 것이다.

 

 

다음 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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