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털썩 -
" 하아... "
상상도 못했다. 이런 식으로 내 목숨이 위험할 줄은...
" ...무서워. "
다짐했다. 세아를 구해주기로.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도망치게 해주겠노라고. 하지만 난 너무 쉽게 생각했다. 아무리 여기가 소설 속이라지만 내가 죽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죽는다고 한들... 소설 밖으로 돌아간다는 보장도 없다. 조금씩 변해가고 있는 소설의 내용에 앞으로의 미래는 한치도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지금 무섭다...
세아의 몸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사람이 어찌 강인하기만 하겠는가? 강인함이 있기에 약함도 있는데... 소설 속으로 들어온 지 벌써 몇 개월이 지나 20살, 그러니까 성인식을 코앞에 두고있다. 세아는 생각보다 정신없이 달렸다. 자기 자신을 돌볼 시간조차 없이
가족도 없이 이 낯선 곳에서 세아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혼자 얼마나 외로울지는 자신만이 알겠지.
.
.
.
.
덜컥 - !
진정되지 않는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애를 먹고 있던 도중, 말도 없이 문이 덜컥 열렸다. 다리에 힘이 빠진 나를 안아 이곳에 데려다주고는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나간 전정국인가...?
어...?
전정국도 있기는 하지만, 제 혈육 3명은 왜 같이 들어오는 건데...???

" 세아야! "
" 여긴 어찌... "
" 기습을 받았다고 들었다. 다친 곳은 없느냐? "
언제 어디서든 늘 품위를 지키고, 중엄한 사람이 어찌나 급하게 뛰어왔는지 옷무새가 흐트러져 있었다. 세아를 걱정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선... 단 한 번도 세아에게 걱정이란 걸 한 적 없는 사람이었거늘.
" 전 괜찮습ㄴ... "
털썩 -
" 아... "
예법을 지키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다리에 힘이 빠져 그대로 주저앉았다.
" ...! 주치의를 불러라!! " 석진
딱히 별일이 아닐 거라고 생각한 김남준과 김태형은 세아의 모습을 보고는 당황했다. 이들이 본 세아의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세아의 모습이었다.

" 명색의 카르나 가문인데, 경비가 이렇게 부실하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
" 정국아, 난 괜찮아...! "
" 오늘 세아는 제가 없었다면 날아오는 화살에 맞았을 겁니다. 확인해 보니 화살에 맹독이 묻어 있더군요. 만약 세아가 맞았다면...
세아는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겁니다. "
쿵 -
전정국의 말에 심장이 아주 깊은 나락 끝으로 떨어진 것만 같았다.

" 감히 대공가를 무시하다니... 제가 조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
" 그리고 김태형 네가 당분간은 경비에 신경 써. "
" ... 알겠어요. "
덜컥 -
주치의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 아가씨...! "
" 별 일 아니야. 난 멀쩡하니 그냥 돌아가도 좋아. "
" 그게 무슨 소리냐. 혹시 모르니...! " 석진
" 허... 어이가 없네요. 갑자기 왜 안 하던 짓을 하 싶니까? "
세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은아는 저 사람들이 세아를 계속 싫어하길 바랐다. 이제와서 저러는 꼴이 역겨웠다. 이런다고 내가 복수를 무르는 것도 아닌데;;
" 왜 그런 표정을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기습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는 좋아 하실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닌가 봅니다? 아...ㅋ 가문을 이어줄 사람이 저 밖에 없어서 그런가요? "
괜히 욱했다. 세아가 사랑받기를 원하긴 했지만, 이 사람들에게 이제 와서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는 건 원하지 않았다. 절대 용서란 없다. 지금 잠시 이러고 나중에는 어차피 세아가 아닌 김여주를 선택할게 뻔하니까.
내가 원하는 건 관계 회복이 아니라 세아에게 자유를 주는 것. 이곳에서 떠나 하고 싶은 걸 하며 창창한 앞 날을 즐기는 것이다.
" 절대 그런 거 아니야. " 남준
" 그냥 나가세요. 제발. "
세아는 지끈 아파지는 머리에 손을 짚었다.

" ..... "
" 꼭, 치료받거라... " 석진
3명은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 괜찮아...? " 정국
걱정 가득한 얼굴을 하고선 세아에게 묻는 정국.
" 응, 괜찮아 "
" 당분간 내가 여기서 지낼까? 또 언제 기습 당할지 모르잖아. "
" 뭐래, 됐어. 난 바쁜 사람을 붙잡고는 호위 시켜달라고 하지 않거든? "
" 그래도...! "
" 쓰읍, 너도 이제 가봐. "
잔뜩 가기 싫다는 얼굴로 세아를 쳐다본다.
" 가라고;;^^ "
" 그래... 푹 쉬어. "
" 응 "
지친다...
" 아가씨... "
" 두통약만 줘. "
" ...네. "
주치의는 내 눈치를 보더니 약을 건네주곤 조심스레 방 밖으로 나섰다.
" 재수 없어. "
최악이다. 김여주를 보지 않아도 이렇게까지 기분이 더러울 수 있구나.

타악 - 탁 - ! 슥 - !
검술의 실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오직 훈련 뿐이다. 그러기에 난 잡생각을 하지 않을 겸, 스트레스를 풀려 검술 훈련을 하고 있다.
저번처럼 누군가에게 기습을 받으면 어떻게 해야되나... 했지만, 지금 내 주변에 깔린 기사만 열댓 명이다.
저벅 - 저벅 -
" 누구냐. "
누군가 조용히 내 뒤로 걸어오자, 곧바로 몸을 틀어 검을 뻗었다.

" 나야. "
자연스레 세아의 표정은 찡그러졌다.
" 죄송해요. 오라버니. "
" ...됐어. "
" 그런데 무슨 일로 여기까지 찾아오신 거죠. "
" 훈련장에 뭐 하러 오겠냐. 훈련하러 오지. "
" 아... "
좀 망나니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황실 기사단장 씩이나 되는 둘째 오라버니였지. 검술 실력으로 날 죽이지만 않았으면 좋겠는데.
" 비켜드리죠. "
" 무슨 소리야. "
" 뭐가요. "
" 훈련장이 사람 혼자 사용할 정도로 작지는 않을 텐데. 굳이 네가 비켜야 할 이유가 있나. "
날 꼴 보기도 싫어하는 녀석이면서 비켜준다면 오히려 좋아해야 되는 거 아닌가;;?
" 꼴 보기 싫은 제가 여기에 있으면 집중이 잘 안되지 않을까요. "
꺼져주겠다잖아, 내가.
" 도대체 무슨 꿍꿍이야;; "
" 네;;? "
" 갑자기 사람이 변하더니, 딴 사람이 된 것 마냥 행동하고 말을 해. 도대체 무슨 꿍꿍이가 있길래 그러는 거야;;? "
" 후..., 분명 말했던 것 같은데요. 제 일에 신경 끄시라고요. 오라버니는 계속 절 괴롭히고 싫어하고 증오하면 된다고요. 늘 그랬던 것처럼. "
김태형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져갔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 누가 화를 낼 처지인데;;
" 뻔뻔한 년. "
" 하ㅋ? 역시 저번에 제가 기습을 당했을 때 그 화살에 맞았어야 했나 봅니다. 그래야 오라버니까 행복하실텐데 말이죠. 아님 저도 어머니처럼 죽어드릴... "
짝 - !
" 그 입 닥쳐. 네가 무슨 자격으로 어머니를 입에 담아. 네가 어머니를 돌아가시게 하셔놓고는 뭐가 어째? 네가 무슨 자격으로 그딴 개소리를 지껄여!! "
뭐...? 세아가... 누굴... 죽여...?
처음 들어보는 소리에 당황했다. 분명 소설에는 그런 내용이 없었기에. 아... 애초에 소설엔 주인공들의 다사다난한 로맨스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했기에 카르나 가문에 대한 정보가 적었다.
" 날 원망하듯이 쳐다보지 마, 정작 내가 널 원망해야 되니까. "
김태형은 곧바로 가버렸다. 난 혼란스러움에 빠졌고, 곧장 유모에게 찾아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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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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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가씨, 무슨 일 있었어요? 방금 둘째 도련님을 뵀는데 표정이 좋지 않으셨습니다. "
" ...유모. "
" 네? "
" 내가... 어머니를 돌아가시게 했다며. "
밑져야 본전 이라는 생각으로 입을 열었다. 유모는 어떻게 그걸 잊었을 수가 있는 다듯 얘기한다면 난 패륜아가 되는 건데...
" ㅅ...설마, 둘째 도련님께서...! "
역시 원래의 세아도 모르는 얘기였어.
" 자세히, 한치의 거짓 없이 다 얘기해 줘.. "
유모는 입을 꾹 다물었다.
" 유모, 내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인 거... 유모도 알잖아. "
" ...사모님께선... 아가씨를 살리기 위해서 죽음을 택하셨습니다... "
멈칫
" 그게 무슨...! "
똑 똑 똑 -
" 아가씨, 레오 집사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
하필...!
" 들어와. "
덜컥 -
" 아가씨, 어서 밑으로 내려가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
" 무슨 일인 것이냐. "
" 그게... "

" ...!!! "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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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