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공자] 1화
“야, 걔 봤어?”
“누구?”
“박원빈.”
개강하고 일주일 동안 내가 박원빈이라는 이름을 들은 횟수는 족히 스무 번은 넘었다.
처음에는 신입생 중에 그런 애가 있나 보다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하루가 멀다 하고 이름이 들렸다.
“진짜 개잘생겼던데.”
“근데 성격 별로래.”
“왜?”
“지혜가 말 걸었는데 대답도 제대로 안 했대.”
“아, 진짜?”
“응. 그냥 지 같은 애들이랑만 놀고 싶은가 보지.”
그리고 꼭 마지막에는 비슷한 말이 따라붙었다.
귀공자.
처음 그 별명을 들었을 땐 뭔 대학생한테 귀공자씩이나 붙이나 싶었는데, 실물을 보고 나니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는 알 것 같았다.
검은 머리에 하얀 얼굴. 멀리서 봐도 눈에 띄게 잘생긴 얼굴에 옷도 매번 딱 봐도 비싸 보이는 것들만 입고 다녔다.
문제는 항상 혼자라는 거였다.
학식도 혼자, 수업도 혼자.
누가 말을 걸어도 길게 대답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쟤 저번에 술자리도 안 왔다며.”
“어. 부르니까 안 간다고 했대.”
“개까칠해.”
그런 박원빈과 내가 엮일 일은 없을 줄 알았다.
나는 2학년이고, 쟤는 1학년이니까.
“자, 짝선짝후 결과 올렸으니까 확인하세요!”
……오늘까지는.
*
“미친.”
단톡방에 올라온 명단을 보자마자 옆에 있던 수진이가 내 핸드폰을 낚아챘다.
“야, 김여주 대박.”
“왜.”
“너 박원빈이야.”
“뭐가?”
“네 짝후배.”
화면을 다시 봤다.
김여주 - 박원빈.
진짜였다.
“와, 부럽다.”
“뭐가 부러워.”
“얼굴.”
“짝후배 얼굴로 뭐 하게.”
“매주 밥 먹잖아.”
짝선짝후.
말 그대로 선배 하나, 후배 하나를 짝지어 주는 우리 과의 프로그램이었다. 신입생이 학교에 적응할 때까지 선배가 이것저것 알려주는 건데, 우리 과는 유난히 이런 걸 좋아해서 한 학기 내내 밥도 먹고 미션도 해야 했다.
“근데 너 힘들겠다.”
수진이가 핸드폰을 돌려주며 말했다.
“왜?”
“박원빈이잖아.”
“그게 왜.”
“너 소문 못 들었어?”
못 들었을 리가.
“걔한테 먼저 말 걸어본 여자애들 다 포기했대. 대답을 안 한대.”
“아예?”
“어. 눈도 잘 안 마주친다던데.”
나는 다시 명단을 내려다봤다.
김여주 - 박원빈.
……벌써 피곤했다.
*
첫 짝선짝후 모임은 금요일이었다.
나는 약속 시간보다 십 분 정도 일찍 카페에 도착했고, 원빈은 이미 와 있었다.
창가 끝자리.
검은 후드집업에 이어폰을 끼고 핸드폰을 보고 있었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더 부담스럽게 잘생겼다.
“박원빈?”
고개가 들렸다.
“……네.”
“안녕. 나 김여주. 네 짝선배.”
“아, 네.”
끝이었다.
……뭐지?
“나 앉아도 되지?”
“네.”
맞은편에 앉았는데 어색해서 죽을 것 같았다.
원래 처음 보는 사람이랑도 십 분이면 말 트는 편인데 얘는 틈이 없었다.
“원빈이는 뭐 마실래?”
“전 괜찮아요.”
“그래도 카페 왔는데 뭐 하나 마셔. 내가 사줄게.”
“진짜 괜찮아요.”
“……그래.”
또 정적.
나는 괜히 빨대를 만지작거렸다.
이렇게까지 대화가 안 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학교는 좀 어때?”
“괜찮아요.”
“수업은?”
“괜찮아요.”
“동기들이랑은 친해졌고?”
이번에는 대답이 바로 안 나왔다.
원빈이 테이블을 내려다봤다.
“……그냥.”
아.
이제야 애들이 왜 포기했는지 알 것 같았다.
“모르는 거 있으면 나한테 물어봐도 돼. 수강신청이나 과제 같은 것도.”
“네.”
“내가 그래도 1년 먼저 다녔으니까.”
“네.”
“…….”
“…….”
살려줘.
결국 예정했던 한 시간을 다 채우지도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다음에 보자.”
“네.”
“조심해서 가.”
“누나도…….”
뒤돌아가려던 발이 멈췄다.
응?
다시 돌아보자 원빈이 입을 꾹 다물었다.
방금 뭐라고 한 것 같은데.
“뭐라고 했어?”
“……아니에요.”
“응?”
“다음에 봬요.”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카페를 나오면서 나는 친구에게 바로 카톡을 보냈다.
[야]
[박원빈 만났는데]
답장은 바로 왔다.
[어떰????]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쳤다.
[잘생기긴 진짜 개잘생겼는데]
[소문이 맞는 것 같기도 함]
그때까지만 해도 진짜 그렇게 생각했다.
박원빈은 그냥,
우리 같은 사람들이랑은 안 노는 귀공자인 줄 알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