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ccolta di racconti brevi

Sotto le dolci o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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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물결.


고깃 씀.




 희미한 기억속에서 너를 찾아낸 나는 다시 열아홉의 나로 돌아온다. 선명해진 시야에 너를 담아 보니 너는 그때의 그 모습 그대로 있다. 나는 점점 죽어가고 있는데, 너는 여전히 그때로 멈춰있다. 장발에서 단발로 변한 나와 달리 너는 여전히 숏컷이고, 여름 옷에서 겨울 옷으로 변한 나와 달리 너는 여전히 여름 옷을 입고 있다. 그리고 넌 여전히 잔잔한 물결에 발을 담그고 서 있다.


「나는 죽어가고 있다. 그러나 너는…」


 나는 정신을 차리고선 일어난다. 조금만 앉아있으라는 너의 말을 뿌리치고, 너에게 조금씩 다가간다. 너는 당황한 기색 없이 그대로 서 있다. 마치 내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너와 나의 사이가 많이 좁혀졌을 때즈음 나는 멈춘다. 그리곤 너의 볼을 어루만져 본다. 너는 나의 손길이 기분이 좋은지 눈을 슬며시 감는다.


 너의 뺨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가 내 온기로 인해 따뜻해진다.


 “태형. 김태형. 그래, 너의 이름은 김태형이었어.”


 너라는 기억의 꽃이 조금씩 피어나기 시작한다. 피어나면 피어날수록 너에 대한 기억이 선명해져 가고, 나는 죄책감이라는 심해 속으로 잠식되어 간다. 스스로 심해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어느 기억을 마주한다. 너는 그 기억을 마주하지 말라고 나를 위로 잡아당겨 보지만 나는 그 기억속으로 점점 빠져들어 간다. 이대로 피할 수만은 없으니깐. 너를 영원히 심해 속에 가둘 순 없으니깐.


 그 기억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너의 눈은 걱정으로 가득해져 가고, 나를 더 필사적으로 말려 본다.


 가지 마, 너울아.


 네, 너무 가슴 아픈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제발 가지 마.


 큰 파도로 배가 뒤집혔고 그로 인해 열다섯의 여자아이와 열일곱의 남자아이가 깊은 바다로 휩쓸려갔다고 합니다.


 듣지 마, 너울아.


 다행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열다섯의 여자아이는 살아남았다고 합니다.


 더 이상 아무것도 듣지 마.


 몇 없는 구명조끼를 열일곱의 남자아이가 열다섯의 여자아이에게 준 것으로 보이며,


 제발 듣지 마.


 열다섯의 여자아이의 친오빠이며 그 남매는 어렸을 적에 큰 사고로 부모를 잃은 고아라고 합니다.


 그래, 그렇게 된 거였어.


 친오빠의 시체는 아직도 찾지 못 했으며……


 심해 속에 빠진 나를 네가 잔잔한 물결로 다시 구해 준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심해 속에 빠져 있다. 네가 아무리 구해 줘도 나는 또 다시 내 스스로 심해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그러다가 이내 숨이 멎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 바라는 나의 끝이자 네가 바라지 않는 나의 엔딩일 것이다.


잔잔한 물결_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