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안(靑霧)의 소년

1화: 헤비메탈의 파편

어쿠스틱 기타 줄이 부드럽게 웅웅거리며 아늑한 공연장 안을 따스하고 잔잔한 리듬으로 가득 채웠다. 경쾌하고, 즐겁고, 정중하기까지 한 기분 좋은 멜로디였다. 하지만 내 가슴속을 거칠게 뒤흔들며 요동치는 이 무겁고 초조한 심장 박동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이 차분하고 고요한 음악 모임은 분명 나쁘지 않았지만, 그저 내 취향이 아닐 뿐이었다.

나는 무대 근처의 어두운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내가 가장 아끼는 고딕풍 의상들로 한껏 차려입은 상태였다. 비치는 재질의 검은색 레이스 셔츠, 갈비뼈를 단단하게 감싸며 조여진 정교한 코르셋, 그리고 어둡고 펄럭이는 스커트 밑으로 자취를 감추는 긴 스타킹까지. 어둠 속에서 발을 내딛자, 내가 신은 무거운 통굽 부츠가 나무 바닥판을 디디며 묵직하고 선명한 굽 소리를 냈다.

"네 차례야."

누군가 내게 마이크를 건네며 나직하게 속삭였다.

나는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갔다. 관객석이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아마 내가 또 다른 부드러운 어쿠스틱 발라드를 부를 것이라 지레짐작하고 있을 터였다. 나는 숨을 천천히, 그리고 깊게 들이쉬며 맨 앞줄로 시선을 단단히 고정했다. 지석이 바로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지석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힘을 실어주듯 환하고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내가 이 공간에 곧 터뜨릴 폭풍에 대해 정말이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나는 재생 기기의 시작 버튼을 가볍게 탭했다.

공연장의 음향 시스템을 통해 모션리스 인 화이트의 오프닝 음들이 거칠게 뿜어져 나오는 순간, 조금 전까지의 차분했던 분위기는 산산조각 나며 완전히 증발해 버렸다. 트랙은 무거웠고, 몰아쳤으며, 완벽하게 예상치 못한 매력이 있었다. 나는 눈빛을 지석에게 그대로 고정했다. 깊은 베이스의 진동이 내 통굽 부츠의 밑창을 타고 격렬하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동안, 지석이 얼마나 깜짝 놀라며 표정을 바꾸는지 그 얼굴을 하나하나 시선에 담았다.

팽팽하게 당겨진 스프링이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공기 중으로 팽팽한 긴장감이 차올랐다. 음악이 한계점을 향해 거침없이 치닫자 관객들은 단체로 숨을 죽였다.

도망칠 곳은 없어, 이제 네 시간이야—

거친 스크리밍 보컬이 완벽하게 내리꽂히는 바로 그 자찰에, 나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어 자판 위를 써 내려가듯 가사 속으로 사정없이 파고들었다. 날 것 그대로의 강렬한 에너지가 목구멍을 찢어발기듯 터져 나와 온 방 안을 가득 메웠다.

가란 말이야!

그 순간, 공연장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을 듯 차갑게 내려앉았다.

내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채 가라앉기도 전에, 무대 바닥판의 틈새를 뚫고 짙고 숨 막히는 검은 연기 무덤이 격렬하게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마치 살아 숨 쉬는 절박한 덩굴 식물처럼 내 허리 주변을 무섭게 휘감아 오더니, 내가 입은 코르셋의 원단을 거칠게 압박하며 사정없이 조여들기 시작했다.

나는 노래를 멈추지 않았다. 갑작스럽고 공포스러운 힘이 나를 뒤로 거칠게 잡아당기는 와중에도, 노랫말의 기세는 내 안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터져 나왔다. 그 순간 마이크 선이 날카로운 팝 소리를 내며 툭 끊어졌고, 내 통굽 부츠는 무대 위에서 완전히 들어 올려진 채 허공으로 무참하게 뜯겨 나갔다.

피어오르는 안개 너머로 공연장은 순식간에 거대한 혼돈 속으로 추락했다. 지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맨 앞줄의 스피커 위로 몸을 날리며, 나를 붙잡기 위해 절박하게 검은 연기 속으로 손을 뻗는 그의 얼굴에서 다정했던 미소는 이미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순수한 공포만이 서려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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