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 tempo che ti devo

06 Insopportabile

 

“…이건 아직, 네가 볼 때가 아니야.”

 

지민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위압적이었다.

그 말 한 줄에 방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

그는 서류를 단단히 쥐고, 소희를 바라봤다. 눈동자 깊은 곳이 흔들리고 있었다.

소희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왜요? 제 부모님 이름이 적혀 있는데, 왜 제가 보면 안 되는데요?”

 

지민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건… 더 확인이 필요해. 내용이 정리되지 않은 문서야.”

 

“그러니까 그걸 제가 확인하겠다는 건데요.”

 

“넌 아직—”

 

“아직 어리다고요? 아직 모른다고요?

아직도 제가 어릴 때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시키는 대로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희는 그의 말을 끊고 한 걸음 다가섰다.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제발, 좀 말해줘요.

왜 자꾸 제 기억을 흔들어요? 왜 저한테 잘해줘요?

당신 아버지가… 내 부모님을 죽인 조직 사람이잖아요.”

 

"...그건"

 

"당신, 내 원수같지가 않아. 오히려 당신이 나한테 빚진 사람처럼 굴어. 왤까?"

 

 

지민의 눈빛이 순간 굳어졌다.

 

 

소희는 멈추지 않았다.

“제가 그날 이후로 어떻게 살았는지 알아요?

누구도 정확히 말해준 적 없었어요."

 

지민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의 눈빛이 처음으로 흐트러졌다.

 

 

“제가… 그날 이후로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지금껏 다 혼자 견뎌왔는데...”

 

한참을 침묵하던 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진실을 들을 자신있어?"

 

".... 그게 절 더 절망에 빠지게 하든, 말려 죽이든, 전 들어야겠어요."

 

“그 날, 너희 집에서 널 옷장에 숨겨준 사람이 누군지 기억 안 나?”

 

소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숨겨준 사람…?”

 

“그때 넌 안방에 있었지.

떨고 있던 널 붙잡고... 옷장에 숨어 있으라고 말했던 게... 나였어

내가 널 숨기지 않았다면, 화양에 들켰을지도 몰라."

 

소희는 숨을 들이켰다.

그 기억은, 오래된 꿈처럼 흐릿했지만 존재하고 있었다.

 

 


 

 

[회상: 어린 시절]

 

어린 소희는 어지럽혀진 안방에서 떨고 있었다.

문밖에선 누군가가 외치는 소리가 크게 울리고 있었다.

 

 

“꼬맹이는 어디 있는거야! 한소희!!! 나와! 이 년 꼭 잡아와, 알겠어?”

 

소희는 누군가의 기척을 듣곤, 귀를 막고 눈을 꼭 감았다.

하지만 갑자기 잡아 끄는 손에 눈을 떴다.

 

 

“쉿. 널 도우려는 거야. 이쪽이야. 얼른!!”

 

작은 소년이 손을 내밀고 있었다.

낯설고 다급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기억나는 건, 그 애의 손이 참 따뜻했다는 것.

 

그 손이 자신을 안방 옷장으로 끌어넣었다.

문이 닫히기 직전, 소년이 말했다.

"절대, 절대로 나오면 안돼. 약속-"

 

새끼 손가락을 내민 손을 바라보면서, 눈물이 뚝뚝 흘렀지만 소희는 이내 새끼 손가락을 걸었다.

 

"약속한거야."

 

머리는 짧았고, 얼굴은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지만, 눈은 분명히 보였다.

—떨고 있던 눈.

 

이내 옷장 문은 닫혔고, 그 애는 사라졌다.

 

 


 

 

[현재]

소희는 무언가 터지듯 숨을 내쉬었다.

눈을 질끈 감고 속삭이듯 말했다.

 

“…그게… 당신이었다고요?”

 

지민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어렸었고, 더 해줄 수 없었어.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너를 살게 해야 했어.”

 

소희는 눈을 질끈 감았다.

"... 진실을 말해줘요. 연성에서 왜 절 구한건지..."

 

지민은 서류를 조용히 책상 위에 올려놨다.

그의 얼굴엔 복잡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그날 네 부모님을 죽인 건, 연성이 아니야."

 

"네?"

 

"정확히는… 연성이 갚으려던 돈을 화양이 가로챘어.”

 

“…그게 무슨 말이에요…”

 

“네 부모님은 화양에 빚을 졌고, 연성이 그 빚을 대신 갚아주려했어. 너희 아버지랑 내 아버지가 일전에 친분이 있으셨거든.

...너희 부모는 살 수 있었어. 그런데 화양이 먼저 움직였고… 연성이 따라붙었을 땐.. 이미 늦었었대”

 

지민의 말은 차분했지만, 한 마디마다 그녀를 향한 연민이 섞여있었다.

 

"화양이 돈을 갚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너희 부모님을 그렇게 만든 건... 아직 밝혀진 게 없어."

 

 

 

소희는 말을 잇지 못했다.

숨을 들이켠 채 그대로 멈춰 있었다.

 

“아냐… 이건 거짓말이에요.”

 

“그래. 네 입장에선 그럴 수 있어.”

 

“…그럼 왜 지금까지 말 안 했어요?”

 

"너가... 너가 다 커서 어느 정도 생각할 힘이 커졌을 때, 진실을 말해주라는 아버지의 지시가 있었어.

그래서 돈 갚으러 찾아오라고 했던거야"

 

"... 허..."

 

"우리가 널 먼저 찾으면, 화양에서도 너가 어딨는지 알아챌테니까."

 

 

소희는 말을 잇지 못한 채 숨만 거칠게 쉬었다.

 

 

“널 지키려고 한 거야. 뭣도 모르는 니가 복수에 뛰어들까봐....!”

 

 

“당신이 뭔데!!!!!!”

소희는 참지 못하고 소리질렀다.

 

"됐어. 따라오지마요. 꼴도 보기 싫으니까"

그렇게 소희는 밖으로 뛰쳐나가버렸다.

 

지민은 그런 소희를 바라볼 뿐이었다.

.

.

.

.

.

.

.

손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