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ore non corrisposto


3.5 중학교

강의건 너에게 온 연애편지들에, 너는 그 아이들의 고백을 거절할 때면, 나와 사귀는 사이라 거절한다고 했다.

그덕에 우린 우리 학교에서 제일 유명한 커플이 됐고,

급식시간만 되면 사방에서 쏘아대는 질투의 시선에, 밥이 코로 넘어가는지 목구멍으로 넘어가는지 분간이 가질 않았다.

"하...."

"왜? 뭔일 있나?"

근데 넌 진짜 드럽게 눈치도 없다.

"아니다.. 밥이나 먹어라.."

뭐, 달라질 기미도 안보이고.

네가 나를 챙겨주는 사소한 행동들이, 넌 참 어른스러운 아이라 그렇다고 생각하다가 그 행동들에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 건 불과 1달전.

우린 분명 친구였는데.. 1달동안 내가 그런 감정을 느끼는 바람에 우리 사이의 경계는 흐릿하게 이상한 관계가 되었다.

"왜 다 거절해? 어제 걔는 이쁘던데.."

"사겨서 뭐하게. 그냥 난 이대로가 좋다. 아직은 관심없다."

무심한 척 그렇게 말하지만, 너도 분명 힘들것이다.

그렇게 중학교 3년을 짝사랑했다. 

내가, 의건이를..

4. 고등학교.

중학교 때부터 정말로 인기가 많던 의건이는, 고등학교를 와서도 여전했다.

여전히 인기가 많았고, 더 문제는 더 독한 여자애들이 많았다는 것.

중학교 때야 아직은 순진한 애들이 의건이가 거절하면 울기만 했지만, 고등학교를 올라오니, 꼬시겠다며 눈에 불을 켜고 의건이만 쫒아 다니는 애들도 몇몇 있었다.

"너도 참 인생 힘들게 산다.."

그런 의건이도, 이런 애를 3년째 짝사랑하는 나도, 정말 불쌍해 보였다.

"의건아! 너 여자 친구 있어?"

"...?"

"없지? 난 어때? 난 네가 좋은데."

그 몇몇 중 가장 당돌하던 한 명. 얼굴이 이쁘긴 한데 아직은 좀 부자연스러운게 성형을 두번 이상은 했음이 틀림없었다.

그러니 저런 자신감이 나오는 걸까? 집도 꽤 부유할테고..

그 아이에게 찍힌 의건이는 정말 귀찮은 학교 생활을 했다.

점심시간도, 체육시간도, 등하교 시간도.. 정말 집요하게 붙어 다녔다.

몇몇 친구들은 쟤네 진짜 사귀나보다, 하고 말할 정도로.

결국 못이긴 의건이는 그 애 앞에서 나를 가르키며,

"김여주. 내 여자친군데. 미안한데, 이제 좀 나와줄래. 내 여자친구가 싫어해서."

그 말마저도 넌 참 젠틀하게 말했다.

난 너의 그 젠틀함이, 누구에게나 향하는 너의 배려심이.

어떨때는 참 싫었어.

그리고 너에 대한 여자애들의 관심이 잠잠해 질 쯤.

우린 2학년이 되던 해였다.

동아리활동을 하며, 나는 의건이 말고도 다른 친구들도 많이 만났다. 아마 그때부터였어. 의건이가 나이를 거꾸로 먹기 시작한 게.

의건이를 4년간 짝사랑하던 나였다.

그리고 고1때 다른 여자애들한테 아무런 감정 변화없이 나를 여자친구라고 소개하는 너를 보고 난 깨달았다.

너와는 친구일 수밖에 없겠다고.

그냥 우린 친구로 남는 게 가장 옳은 선택이라고.

너를 놓아주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힘든 과정이었고, 아직도 내가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너와 친구로 지내기.

그러던 어느날. 나에게도 좀 다른 생활이 시작됐다.

한 남자애가 생겼다. 나를 챙겨주는 또 한 사람.

언제부터인지, 우린 셋이서 다니게 되었고, 정확히 기억한다. 의건이가 그날부터 나이를 거꾸로 먹기 시작한 걸.

"어,여주 여기 뭐 묻었다!ㅎ"

난 재환이가 챙겨주는 게 고맙고 좋았는데 그럴때면 의건이는..

"나이가 몇갠데 아직도 묻히고 묵노. 바보가?"

안하던 짓을 한다. 평소에는 지가 닦아줬으면서..

왜저런데??

이런일은 수두룩했다. 

"여주야, 우리 이번주에 영화보러 갈래?"

"얘 영화 안좋아해. 맨날 자. 코도 골아."

"아니거든? 나 영화좋아하거든? 왜 헛소리야?!"

"풉, 맨날 자는 아가 뭔 소리고."

뿐만 아니다.

"이거 먹을래?"

재환이가 간식거리를 주면, 

"잘먹을게~~"

지는 여자애들이 준 간식이 책상에 그대로 쌓여있으면서 괜히 내것을 뺏아 먹는다.

그리고 대망의 그날.

계속 나를 잘 챙겨주던 재환이가, 의건이가 없는 틈을 타 내게 고백을 해왔다.

"저기... 여주야."

"응?"

"나 너 좋아해. 나랑 사귀자!"

귀여웠던 진심, 솔직 담백하던 고백.

하지만 난 재환이의 마음을 받아주기엔, 아직 의건이에 대한 감정이 깨끗하지 못했다. 아니, 아직도 그에게 호감을 느꼈다.

"어...그러니까..."

고민을 하며 얼버무리던 중에, 어디선가 강의건이 나타나 갑자기 내 손을 덥석 잡으며 재환이에게 말했다.

"얘 내 여자친군데. 몰랐나? 미안한데, 그 말은 못들은 걸로 해도 되겠나."

그러고는 내 손을 잡고 날 어디론가 이끌던 의건이.

또 다시 심장이 새차게 뛰던 순간이었다.

초등학교 이후 처음잡아보는 너의 손.

따뜻하고, 컸다.





친구사이라도..



"왜 한마디도 못하고 서있노. 거절할 줄 모르나."

너는 사람이 없는 텅빈 체육관 옆 골목에 가서 뜬금없이 화를 냈다.

"어.?"

"설마 사귈라고 했나."

"아..."

"아니. 거절하는 게 당연한거 아이가? 나는! 나는....!"

의건이가 하던 말을 갑자기 멈췄다.

뻥찐 얼굴로 의건이의 얼굴을 바라보면, 마주친 눈을 피하며 의건이가 말했다.

"니한테 난 아직도 친구가..?"

진지하게 묻는 너의 모습에 마음이 설레었다.

너의 말의 뜻은 뭘까..?

"난 아니었는데... 옛날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