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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첫 번째 추억은, 놀이공원이었다. 푸릇푸릇 한 새싹이 올라오는 따스한 봄날, 벚꽃이 휘날리는 놀이공원은 꽤나 아름다웠다. 내부와 외부 모두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내 시야에는 오직 너만 들어왔다. 무서운 것을 좋아해 아틀란티스를 타고 싶어 했던 너, 반면에 나는 무서운 놀이 기구를 타지 못 했다. 하지만 너와 함께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에 같이 탑승했다. 

오랜 시간 기다린 탓인지 이미 많이 지친 상태였지만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애매한 봄의 날씨였지만 내 손은 땀으로 흥건해져 갔다. 너는 아이처럼 신나 있었고, 너의 얼굴만 봐도 내 입가에는 미소가 퍼졌다. 내가 긴장하는 걸 알았는지 나의 손을 따스하게 잡아주던 네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우리는 그렇게 매일 평범한 일상을 공유했다. 그 과정에서 너는 나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오직 직선만 그리며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살려고 하던 나에게 너는 곡선으로 직선 그리는 방법을 알려주었으며, 나의 모든 추억에 네가 있었다. 내 인생의 한 페이지마다 네가 없는 곳은 없었다.

내 일기장의 전부를 차지하던 너, 내 인생의 책을 함께 쓰던 너. 나와 한 몸이었던 너는 이제 나와 갈라졌다. 하지만 나는 굳게 맹신한다. 너는 여전히 내 옆에 있다고, 나 몰래 내 옆에서 일기장에 나를 그리고 있다고.

네가 떠난 추운 겨울, 나는 다시 한번 너와 첫 번째 추억을 그린 놀이공원으로 향했다. 수족냉증에 긴장까지 겹쳐 땀을 흘리던 나의 손을 따스히 잡아주던 네 손이 없으니 내 손은 얼음장보다 차가웠다. 내 책의 맨 첫 페이지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아틀란티스. 나는 놀이공원에 도착하자마자 평소라면 거들떠도 안 볼 아틀란티스로 향했다.

끊어질 듯 붉어진 손을 잡아줄 손이 없어 주머니에 쑤셔 넣고는 줄을 기다렸다. 줄을 기다리는 동안 옆에서 계속 조잘대던 네가 없으니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했다. 전에는 한 시간이 일 분 같았다면 이제는 한 시간이 열 시간인 것만 같은 느낌.

드디어 내 차례가 왔지만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되려 눈가가 촉촉해져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았다. 놀이공원에 와 우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몇 없는 사람 중 대부분은 무서워서 우는 것이다. 놀이 기구를 타며 무섭다는 감정 하나 없이 오로지 그리움에만 의지했다.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너의 온기를 잡으려 애쓰다 놀이 기구는 끝이 났다.

벚꽃이 흩날리던 그곳에는 이제 하얀 눈송이가 흩날렸고, 밤에 빛나는 놀이기구 사이로 홀로 흑빛을 띤 채 서있는 나는 퍽 외로워 보였다. 그때 갑자기 눈이 비로 바뀌어 한 방울, 두 방울 내리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전부 내부로 들어갔다. 하지만 나는 차가운 겨울의 비를 맞으며 외로이 서있었다. 날씨 또한 나를 위로해 주는 건지, 나와 같이 울어주는 것 같았기에. 어쩌면 그가 하늘에서 나를 위해 비를 내려주는 걸지도 모른다.

따스한 봄날 나에게 행복한 추억의 한 페이지를 선물해 준 아틀란티스. 하지만 한기가 도는 추운 겨울날에는 나에게 그리움을 선물해 주었다. 아틀란티스를 보자마자 사무치듯 몰려오는 그리움, 네가 유일하게 좋아했던 놀이 기구를 보니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너는 심장 질환을 이기지 못 한 채 내 곁을 떠났지만, 너와 추억이 담긴 모든 것은 아직 남아있다. 그렇기에 어느 곳을 가더라도 네가 떠올라 괴로웠지만, 1초라도 너를 되뇔수 있어 좋다. 아틀란티스는 우리에게 큰 추억을 가져다주었고, 너 또한 좋아했으니 언젠가는 아틀란티스를 타며 너를 떠올려도 환하게 웃을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