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17화. 직진



그동안 몰랐던 대표의 사적인 이야기를 들은 후, 

집으로 돌아가면서 

그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겉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정말 모르는 거구나.

 남자다운 성격에, 

 성공한 사업가라고만 생각했는데...'





그 때 전화가 울렸다.


훈지씨 였다.





"훈지씨, 이 시간에 무슨 일이에요?"





"선생님, 지금 어디세요?"





"지금 집으로 가고 있는 중이에요."





"지금까지 대표님이랑 있다가 헤어지신 거에요?"





"네...

 스케줄 끝내고 집에 잘 들어갔어요?"





"저 지금, 선생님을 좀 만나야 할 것 같아요.

 어디로 가면 돼요?"





"지금요? 이 시간에요?"





"네, 아까 못 했던 이야기 마저 하려구요."





"훈지씨..

 지금 11시가 넘었어요.

 너무 늦었는데 다음에 하는 건 어때요?"





"아니요. 오늘 꼭 해야 돼요."





"...."





뭔가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화가 단단히 난 것 같기도 했다.



게다가 늦은 시간에 단둘이 만나는 것도 걸렸다.


내가 고민하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을 보니 

뭐라고 이야기를 해도

내 말을 들을 거 같지 않았다.

 



"그럼...훈지씨... 내 작업실로 올래요?

 저희 아파트 단지 오피스텔인데, 

 번역 일하는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어요.



 다른 장소는 보는 눈도 있으니, 

 거기로 오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내가 주소와 비번 보낼 테니, 

 먼저 도착하면 들어가요."





"네.. 이따 뵐께요."





'도대체 이 시간에 꼭 만나서 할 이야기가 뭐지?'





그답지 않게 이렇게 늦은 시간에 꼭 만나야겠다고 

하는 것도 의아했지만, 

그의 단호한 목소리가 나를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30분 쯤 뒤에 주차장에 도착하고 보니,

이미 주차장에 차량이 입차한 것으로 

휴대폰에 알림이 떠 있었다.





'아침에 작업실 상태가 어땠지?'





그걸 미리 확인할 겨를도 없이,

훈지씨를 들이고 말았다.





비번을 누르고 들어가니,

소파에 앉아 있던 훈지씨가 일어났다.





"좀 전에 도착했어요. 

 주인도 없는데 미리 들어와 있어서 죄송해요."





"아니요. 제가 그러시라고 비번 알려 드린 건데요. 

 복도에 서 있거나, 

 주차장에서 만나서 같이 올라오는 게 

 더 그럴 것 같아서요."





"선생님은 그런 게 그렇게 신경이 쓰여요? 

 지금 내가 어떤 마음으로 왔는지보다?"





"훈지씨...무슨 일 있었어요?

 그게 더 신경쓰인다기 보다는...

 미안해요..

 다급하게 할 말이 있어서 온 건데..



 내 입장에서는 훈지씨가 연예인이니까 

 그런 것들이 또 신경이 쓰여요.

 불쾌했다면 사과할께요. 미안해요."





 "내가 정말 불쾌한 건..

 그렇게 늦은 시간까지 대표님이랑 단 둘이 있었다는

 거에요.



 저녁 먹고, 산책하고... 

 나랑은 한 번도 못 해 본 걸 왜 대표님이랑..."





"네? 지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까 함께 저녁 먹기로 한 거 

 훈지씨도 알고 갔잖아요.



 저녁 먹고 날씨도 좋고 해서, 

 커피 마시면서 산책하다 보니 

 이야기가 길어져서 좀 늦게 헤어진 건데..." 







"그러니까 왜 그걸 대표님이랑 하냐구요? 

 아까 내가 정말 모르겠냐고 물어봤을 때, 

 알고 있다고 하셨잖아요."





"훈지씨가 나 걱정되어서 약국 다녀 오고 

 그런 마음을 알겠다는 거였어요. 나는..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에요? 

 대표님이랑 저녁 먹고 산책한 걸 갖고 

 지금 왜 날 추궁해요?

 내가 지금 바람 피웠어요?" 





"모르는 척 하는 거에요? 

 아니면 정말 모르는 거에요?"





"둘 다 아니에요. 

 나는 알고 싶지가 않아요.

 이제 됐죠?" 





내내 서 있던 그가 털썩 하고,

힘없이 소파에 앉아 버렸다.





"이걸로 설명이 됐다면 

 이제 가 주세요...
 
 피곤해요."





"제가 지금 혼자..

 착각하고 있었다고 얘기하는 거에요?

 그만큼 바보 아니에요. 저."





"하...훈지씨 

 지금 너무 흥분했으니까 

 우리 다음에 좀 더 이성적으로 이야기해요.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가 조용히 일어서더니 아무말 없이 나갔다...





'저 상태로 운전하고 갈 수 있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조용히 뒤따라 가보려고 

현관문을 열었다.





그런데..



복도에 그대로 서 있었다.



꼼짝하지 않고... 





'박훈지..바보네, 정말...

 당신처럼 빛나는 사람이 나를 바라봐 주는데 

 그걸 어떻게 모르니..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우리는 아니지..

 당신은 더 빛나야 할 사람이니까.'





너무 마음이 아파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이번에는 나오려는 눈물을 참기 위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저.. 그만 하고 싶어요.." <18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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