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39화. 삼자대면


나는 김대표와 함께 근처 국밥집으로 들어갔다.




"너는 국밥 먹니?

 그 때 컴포트 푸드 얘기했었잖아?

 생각해 보니 내 컴포트 푸드는 국밥이더라구.."





"아..정말?

 좋아하는 음식이야?

 나는 국밥을 먹어 본 적이 없는 거 같은데..."





"바쁠 때 하도 많이 먹어서 그런가...

 그냥 점심 뭐 먹지 하면 떠오르네? ㅎ"





"연예인들 차 안에서 김밥 먹듯이 그런 거였구나?"





"어. 맞어. 그런 거지..

 나는 너랑 대화할 때 참 편하고 좋아.

 네가 내 마음을 다 읽어 주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말고,

 주문 먼저 해."





나는 선을 그으러 온 만큼,

괜한 오해를 키울 만한 대화는 미리 끊어야 했다.





그가 주문한 국밥이 나오고,

조금 늦은 점심을 먹고 있는 그를 천천히 기다려줬다.





밥을 먹는 사이

그는 나와 눈이 마주치면 행복한 미소를 짓곤 했다.




'이런 사람 마음에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은데...'




그 때, 휴대폰이 울렸다.

훈지씨였다.




그는 내가 전화를 받자마자 물었다.




"어디에요?"





"나? 사무실 근처 국밥집에 있어요.

 점심 먹었어요?"





"아니요. 아직...

 지금 사무실로 가면서

 식당에 대표님이랑 같이 앉아 있는 거 봤어요."





"그런데 왜 어디 있냐고 시험해 봐요?

 그런 거 하지 말아요. 기분 나빠요."





"...알았어요.. 미안해요."





"훈지씨도 점심으로 국밥 괜찮으면 이리로 올래요?

 점심 먹어야 하잖아요."





"지금 바로 갈께요."





어쩌다 보니,

내가 서로의 불청객을 초대한 꼴이 돼 버렸다.





"훈지씨도 점심 식사 전이라고 해서...

 이리로 오라고 했는데 괜찮지?

 하긴 괜찮지 뭐....

 자기 배우가 밥도 못 먹고 촬영했다는데"





대표는 내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대답 없이 밥만 먹었다.





바로 훈지씨가 식당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배고프다...

 근데 왜 대표님만 드시고 계세요?

 정아씨는 왜 점심 안 먹어요? 국밥 안 먹어요?

 그럼 다른 데로 가지 왜 여기로 왔어요?"





'훈지씨도 돌려 까기 할 줄 아는구나..ㅎ.'




나는 겉으로 내색은 못 하지만,

국밥도 못 먹는 나를 굳이 여기로 데려왔냐는 듯

핀잔을 주는 훈지씨가 귀여웠다.




"정아씨?

 너랑 나이 차이가 얼만데 선생님도 아니고 정아씨?"





김대표는 다른 포인트에 꽂혀 있었다.





"누가 연인 사이에 선생님이란 호칭을 써요.."





옆테이블에 들릴까봐,

들릴락 말락한 목소리로

김대표에게 속삭이며 이야기하는 것도 귀여웠다.





'나 혼자 보기 아까운 장면이다..진짜...'





"훈지씨 뭐 먹을래요? 주문 먼저 해요."





"사장님..여기 순대국밥 하나 주세요.

 너 이것만 먹지? 내 옆에 앉아."




김대표가 자기 옆자리 의자를 빼주면서 말했다.





훈지씨는 못 들은 척,

내 옆 자리 의자를 자연스럽게 빼더니 그대로 앉았다.





나는 수저 한 벌을 꺼내어 훈지씨 앞에 놓아 주었다.

그런 나를 보더니 그는 활짝 웃어 주었다.





"그런데 정아씨는 왜 안 먹어요?"





"나는 먹고 왔어요.

 참...

 어쩌다가 기획사 여직원분들이랑

 점심을 같이 먹게 됐는데,

 그 분들이 나를 태형씨 여친으로 알고 계시더라?"





훈지씨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김대표를 쳐다봤다.

김대표는 그런 훈지씨를 일부러 보지 않는 것 같았다.





"내가 오늘 얘기를 하긴 했는데

 빨리 여친에서 여사친으로 정정해줘.

 알았지 태형씨?"





"너는 나한테 할 얘기가 있다는 게 그거였어?"





"응,

 아까 점심 먹으면서 얼마나 당황했는지 알아?"





"알았어...

 그런데 사람 관계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거 아니야?

 직원들이 모르고 한 얘긴데

 왜 그렇게까지 신경 써?"




그 말을 들은 훈지씨가 또 발끈했다.




"아니. 대표님 그건 아니죠."


나는 테이블 밑으로

훈지씨 다리 위에 가만히 손을 올렸다.




"직원들이 그렇게 알고 있으면

 대표님 혼삿길 막힐까봐 그래요.

 내가 너무 예민했나?

 그랬다면 미안.."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그를 보며 말하자

그는 이렇게 대답하고 식당에서 나갔다.





"우리...상대방 감정까지 터치하지는 말자."




그가 떠난 후,

내 얼굴을 쳐다 보고 있는 훈지씨를 보며 말했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네..."





"처음은... 늘 잊혀지지 않아..." <40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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