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58화. 공항



드디어,

한국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향하는 날.




아침 일찍 김대표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공항 주차장에서 한 번 더 인사해.

 주차하고 위치 보낼께.]







'아니...무슨...

 나는 차를 갖고 가지도 않는데

 주차장에서 인사를 하자고?...

 공항까지 태워다 준다는 것도 아니고..ㅎ'






엉뚱한 그의 메시지에 웃음이 나왔다.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고,

호텔을 나섰다.






긴장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여러가지 감정들로

잠시 동안은 훈지씨 생각이 나지 않기도 했다.





'그래, 새로운 곳에서 정신 없이 살다 보면

 잊어버리고 또 내 시간을 살게 될꺼야..'





공항에 도착하고 보니

주차장 위치가 찍혀 있는 메시지가 와 있었다.





메시지를 확인하고 나서,

휴대폰에 걸려 있던 스트랩 장식을 뺏다.


이 메시지를 끝으로 휴대폰도 곧 정지된다.

이제 모든 끈이 끊어진다.

그의 번호가 저장된 이 휴대폰까지...




'홀가분하다...'




주차장으로 가서

그의 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을 찾았다.

그곳에는 커다란 벤이 주차되어 있었다.





"자기가 연예인인가...

 왜 저런 차를 끌고 왔어..ㅎ"




그 차를 발견하자,

운전석에서 누군가가 내리는 것이 보였다.


훈지씨의 매니저였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매니저님?

 여기 어쩐 일이세요?"





"대표님이 훈지씨 좀 데려다 주라고 하셔서요.

 차 안에 있어요. 말씀 나누세요. 그럼.."




그는 인사를 하고, 자리를 피해 주었다.






'아..이래서 주차장으로 오라고 한 거였구나.'





나와 훈지씨를 위한

김대표의 마지막 배려라는 생각이 들었다.

 


훈지씨를 향한 미안함과 서운함,

그리움으로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천천히 차 문을 열었다.






그가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우리의 첫 수업 날,

연습실에 있던 그를 처음으로 본 모습이 떠올랐다.





"잘 지냈어요? 훈지씨.

 못 본 사이 더 멋있어 졌어요."





"왜 이렇게 수척해졌어요.

 아프더니 얼굴이 너무 안 돼 보여요."





"이제 괜찮아요."





"대표님이 정아씨 병원에 데리고 간 날...

 새벽에 잠깐 병원에 갔었어요...

 얼굴만 잠깐 보고 나왔어요."







'아...그 때 내가 헛것을 본 게 아니었구나..

 진짜 훈지씨였구나..'




"그때 정말 훈지씨였구나...

 난 내가 착각한 줄 알았어요."






"사실은...많이 망설이다가 집에도 갔었는데..

 벌써 이사를 갔다고..."





"호텔에 좀 있었어요."





훈지씨는 복잡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별 보러 간 날... 내가 말을 너무 심하게 했어요.

 미안해요...진심은 아니었어요.."





"알아요.. 화 나서 한 거라는 거..."




"그 날 편지를 주려고 가져 갔는데

 화만 내는 바람에 주지도 못 하고...

 다시 돌아가서 주려고 했을 때...

 당신이 울고 있는 소리를 들었어요.

 너무 마음이 아파서 차마 벨을 누를 수가 없었어요"






그의 말을 듣는 순간,

가슴 한쪽이 먹먹해졌다.





"훈지씨..나는 괜찮을 거에요.

 그리고, 훈지씨도 괜찮아질 거에요.

 작품도 많이 하고,

 앞으로 더 멋있는 배우가 되길 항상 응원할께요.
 
 말한 적이 없었는데...

 나 훈지씨 수업하기 전부터..
 
 팬이었어요."





나는 나오려는 눈물을 가까스로 참고 말을 이었다.





 "나도 새로운 곳에서 잘 지낼께요.

  책도 많이 읽고, 산책하면서 음악도 듣고,

  여행도 다니고...

  일도 하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그렇게 잘 지낼께요."





그가 고개를 숙였다.





"훈지씨...

 작품하다가 느낌이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

 사랑하고, 연애도 하고,

 훈지씨가 원할 때 결혼도 하고 그래요."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며 말했다.




"나는....당신 기다릴거에요.

 몇 년이 되든, 당신이 포기할 때까지 기다릴 거에요.

 내 선택까지 뭐라 하지 말아요..."
 




나는 헤어지면서 하는 약속은 믿지 않는다.

그의 마지막 약속 역시,

그 당시 자신의 감정에 빠져 하는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떠나는 사람에게 정말 위안이 되는 말이네요.

 따뜻한 작별 인사라고 생각할께요. 고마워요.

 건강하게 잘 지내요. 훈지씨.."





나는 그만 일어나려고 몸을 돌렸다.

그런 나를 그가 붙잡았다.





"한 번만 안아봐도 돼요?"





"아니요. 그냥 갈께요.

 눈물 흘리면서 비행기 타고 싶지 않아요."






"알겠어요... 아프지 말아요..."





나는 차마 뒤돌아 보지 못 하고,
 
차에서 내렸다.





주차장을 빠져 나가는 내내

한 번도 뒤돌아 보지 않았다.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눈물을 참기 위해

얼마나 입술을 깨물었는지 모른다.





드디어, 비행기를 타기 전.

여권과 보딩 패스를 찾기 위해

가방을 뒤적였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작은 카드 봉투.




'이게 뭐지?'




내가 넣어 둔 것이 아닌데 작은 카드 봉투가

가방 안에 들어 있었다.





잠깐 의자를 찾아 앉았다.




봉투를 열자 반지 하나가 들어 있었고,

이렇게 적힌 카드가 있었다.




[캠핑 갔던 그 날밤,

 당신이 나한테 이렇게 얘기해줬어요.

 우리가 나중에 힘들어지면

 당신이 꼭 나를 먼저 찾겠다고...

 약속할께요..내가 당신을 꼭 찾을께요.

 어디에 있든...]





"올라~!!" <59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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