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55화. 훈지 조련사


나는 문을 잠그면서 다시 한 번 물었다.





"훈지 씨.

 뭘 갖고 그렇게 얘기하는 건데요?"





그는 대답 대신 의자에 앉았다.





"내가 모두에게 친절한 게

 싫다는 의미에요?"





순간,

좀 전에 나간 우진 씨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훈지 씨.

 오늘 훈지 씨가 좋아할 만한

 원두가 들어왔어요.

 아까 맛보는 순간

 이건 딱 훈지 씨 취향이다 싶었거든요.

 마셔 볼래요?"





그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1/3은 풀어진거야.'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훈지 씨."




나는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





"좀 전에 우진 씨라는 손님이

 다녀갔는데요.

 스페인에 주재원으로 다시 간다고 하더라구요."






"...스페인이요?"






"네."






"언제 가는데요?"






"다음 주에 가는 건가?

 오늘 마지막 인사 온거라고 했으니까.

 그 때 우리 테루엘로 여행갔던 거

 생각나죠?"





그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좀 더 풀어졌어!'


나는 확신했다.






"그 때 훈지 씨가 말한 대로

 테루엘로 가기 정말 잘했어요.

 거기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어요.

 참, 그 때 스페인에서 선물로 줬던

 그 목걸이 오늘 하고 왔는데..."





나는 훈지 씨가 볼 수 있도록

펜던트를 들어 보였다.





"어! 진짜네!"





"손님들이 오늘 하루 종일

 그 목걸이 어디서 산 거냐고 물어봤어요.

 내가 남친이 스페인에서 사 준 거라고 하니까

 너무 부러워하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정말요?"





"참...나...

 아무나 이런 남친 가질 수 있는 건가."





훈지 씨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가 뭐 도와줄 거 없어요?"





"그럼 거기 있는 잔 두 개 갖다 줄래요?"

"참, 아까 말했던 그 손님이

 마지막 인사를 하러 온 거에요.

 일부러 인사까지 하러 와 준 게

 너무 고맙더라구요."





"아... 그랬었구나..."





"스페인 가서 혼자 있으면

 얼마나 또 외롭겠어요.

 나야 훈지 씨가 와서

 너무 멋진 추억 많이 만들었지만..."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짠한 생각이 들어서

 내가 쿨하게 등 한 번 두들겨 줬어요.

 잘 했죠?"





"음... 그래서..."





"그래서 뭐요?"





"아니에요."




나는 그에게 새로 내린 커피를 내밀었다.





"향이 정말 좋다."




훈지 씨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딱 내 취향!!"




나는 속으로 웃었다.





"내 말이 맞죠?

 이 원두는 아껴뒀다가

 훈지 씨한테만 내려줘야겠다."





"아이... 그럴 거 까지는 없어요."





"훈지 씨가 좋아하는 건데

 그럼... 이 사람 저 사람 다 주라구요?"





그가 슬며시 웃고 있었다.



'이제 다 풀어졌네...'


나는 안심의 미소가 새어 나왔다.






"훈지 씨. 그런데 아까

 모두 다한테 친절하지 말라는 말은 뭐에요?"





"아니... 아까 내가 밖에서 보니까

 우진 씨를 안아 주는 거 같길래

 잘못 보면 오해할 수도 있잖아요.

 좀 조심하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역시 그거였구나.'






"음... 그럴 수도 있겠다.

 앞으로 조심할게요!!"


"그런데 우진 씨한테 작별 인사를 해 준거니까.

 보이는 게 다는 아니잖아요.

 그래도 난 남친 있는 몸이니까

 훈지 씨 말대로 조심해야겠다!"





내 말에 훈지 씨는 아무 말 없이

내 맞은편에 앉았다.





나는 그의 컵를 가리켰다.




"이 컵, 내가 훈지 씨 전용으로

 따로 사 둔 거에요. 예쁘죠?"





"진짜? 내 전용 컵이에요?"





"맞아요!"





"우와... 무슨 와인 킵 해놓는 것처럼...

 특별하다!!"





"훈지 씨는...

 나한테 가장 특별한 사람이니까요."





나는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훈지 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귀가 조금 빨개져 있었다.





"사람 마음이 정말 간사하죠?" <56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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