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보입니다. 약 3년 만에 다시 모습을 밝힌 키티갱이 서울 지하철 13호선 쪽에서 총살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인데요.”
윤여주
— 키티갱이네···.
학원을 마치고 집에 가려고 길을 걷던 중 필터역 스퀘어 초대형 전광판부터 시작해 휴대폰, TV 전부에 뉴스 속보가 퍼졌다. 키티갱이라 하면 그 핑크 머리? 정말 3년 만에 다시 나와서 세상을 들썩이는구나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내가 지나쳐야 할 곳이 지하철 13호선인데 제발 지금쯤 다른 곳으로 가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지하철로 향했다.
“꺄아악-”
설마 했지만, 아직 키티갱이 이 지하철 안에 있는 것 같다. 내가 아직 미자긴 하지만, 겁이 별로 많지가 않은데 총기 소리가 들리니 약간 겁에 질린 상태로 지하철로 발을 디뎠다. 집은 가야 하니까···.
그런데 막상 내려가니 키티갱은 보이지 않았고, 물론 사람들도 다 도망을 갔는지 몇 명 정도밖에 보이지 않았다. 금세 평화가 찾아온 듯했지만, 평화라고 생각한 내가 정말 바보이다. 화장실 쪽으로 향하던 난 눈이 마주쳤다. 그 핑크 머리 키티갱과.
키티갱
— 자기야, 곧 경찰들이 올 거야. 나 못 봤다고 해. 알겠지.
윤여주
— ㄴ, 네···?
키티갱
— 그렇게 해주면 자기는 살려줄게.
윤여주
— 그, 그렇게 할게요.

키티갱
— 고마워, 자기.
한 손에 핑크색으로 덮여진 총을 들고 있어서 나는 살려주겠다는데 못할 게 뭐 있나. 내가 하겠다고 하자 고맙단 말과 함께 그 키티갱은 화장실로 들어갔다. 키티갱 말대로 곧 경찰들이 내 쪽으로 오기 시작했다. 나에게 꼭 할 말이 있는 사람처럼 급하게 말이다.
경찰
— 저기 학생 혹시 키티갱 못 봤어요?
윤여주
— 아··· 못 봤는데.
경찰
— 야 반대쪽으로 가. 고마워요, 학생. 얼른 집에 들어가요. 여기 위험하니까.
윤여주
— 네···.

키티갱
— 고마워 자기야.
윤여주
— 아저씨가 정말 키티갱이에요?
키티갱
— 그럼 내가 키티지 누가 키티야?
윤여주
— 아···. 저 그런데 이제 집 가야 하는데···.
키티갱
— 내가 빠져들게 만들고서는 그냥 그렇게 가려고?
윤여주
— 네?
키티갱
— 나랑 같이 살자.
윤여주
— 네?!!
키티갱
— 왜 이렇게 놀라.
왜 키티갱이 무서운 사람인지 총소리가 날 때보다 솔직히 심적으로는 더 놀랐다. 집 가려고 하던 중 키티갱을 만나 다짜고짜 같이 살자는 말을 듣다니. 지금 부모님이 여행을 가셔서 어차피 집에 혼자 있기는 한데 그래도 이건 아닌 거 같다. 게다가 총기도 갖고 있고 세상에 떠들썩한 키티갱이랑 어떻게 살아.
윤여주
— 당연히 놀라죠···.
키티갱
— 왜, 못 살겠어?
윤여주
— 네··· 네? 아니, 아니요.
키티갱
— 가자, 그럼.
윤여주
— 저 집에 부모님 계시는데.
키티갱
— 부모님 여행 가셨잖아.
그 말에 난 더 소름이 돋았다. 분명 난 이 키티갱을 오늘 처음 봤는데 나를 어떻게 알까. 게다가 우리 부모님이 여행 가신 거까지 모두 어떻게 알고 있는지 의아하고 소름이 돋으며 이젠 정말 무서워졌다.
윤여주
— 어떻게··· 알았어요?
키티갱
— 난 자기에 대해 다 알아. 언제 갈 거야. 나 여기 계속 있다가는 경찰한테 붙잡힐 거 같은데.
윤여주
— 내가 지금 경찰한테 가서 알리면요?
겁도 없이 지금 이 키티갱 앞에서 하면 안 될 말을 내뱉었다. 내가 그 말을 한 뒤로 키티갱의 웃음이 완벽히 사라지고 무표정의 얼굴로 나에게 한 발 한 발 다가왔다.
키티갱
— 여린 우리 자기가 겁이 없구나. 그렇게 자기가 자꾸 나 밀어내면 나는 더 당기고 싶어지는데.
계속 다가오는 키티갱 때문에 난 계속 뒷걸음질만 치다가 벽에 등이 닿았다. 이제는 더 도망칠 때도 없고 더 위험하게 굴었다간 여기서 죽을 거 같아서 방향을 돌렸다.
윤여주
— ㅇ, 안 할게요.
키티갱
— 자기 나 지금 싫어하는 거 같은데 곧 좋아서 안달이 날걸.
윤여주
— 제가요?
키티갱
— 이제 좀 나가자. 이렇게 있다간 너까지 위험해진다? 공범으로.
윤여주
— 네?!
키티갱
— 소리 좀 낮추고.
윤여주
— ···가요, 빨리.
키티갱
— 잠깐만, 나 모자 좀 빌려줘.
윤여주
— 가지가지 하네요···. 여기요.

키티갱
— 모자 벗으니까 더 예쁘네.
어차피 부모님도 여행가셔서 모를 테고 어차피 잠깐 있는 것일 텐데 여기서 시간 끌어봤자 키티갱 말대로 나까지 엮여서 골치 아파질까 봐 그냥 가자고 말했다. 도망치는 순간에도 온 세상 사람들이 키티갱 얼굴을 다 아니까 나에게서 모자도 빌렸다. 그러고는 내가 모자를 벗어주니까 예쁘다고 그러고 대체 어떤 사람일까 싶었다. 키티갱은 모자를 눌러쓰고는 내 손을 잡고 걸었다.
키티갱
— 뛰면 더 수상하니까 최대한 자연스럽게 커플인 것처럼.
윤여주
— 나도 그 정도는 알거든요. 그리고 무슨 자연스럽게 커플로 이어져요?
키티갱
— 자기 은근 당돌하네. 그러니까 더 끌리잖아.
윤여주
— 참···. 저에 대해 아까 다 안다고 했으면 제가 미자인 것도 알겠네요.
키티갱
— 그럼~
윤여주
— 미자랑 이러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키티갱
— 안 될 게 뭐 있어?
윤여주
— 미X···.

키티갱
— 응? 자기야ㅋㅋㅋ 지금 욕한 거야?
윤여주
— 아니, 어! 잠깐 빨리! 아, 몰라 아 씨···.
우리가 너무 시끄러웠던 건지 경찰들이 오는 것이 내 눈에 띄었다. 나도 생각이란 게 있어서 지금 이렇게 도망쳐버리면 더 눈에 띌 게 분명해 순간 너무 다급해서 무작정 키티갱에게 입을 맞추고 말았다. 나도 정말 무슨 생각으로 이런 건지 모르겠다.
키티갱
— ······.
경찰들은 우리를 봤지만, 키티갱은 모자까지 쓰고 있었고, 경찰들에겐 키티갱이 아닌, 그냥 입을 맞추고 있는 커플로만 보였을 터이다. 다행히 경찰들도 보고는 그냥 지나쳤지만, 이후에 키티갱이 어떻게 반응할지 벌써 무섭다. 이 키티갱은 어떤 것이든 다 할 사람이니까. 경찰들이 가자, 난 입을 떼고 너무 어색해서 먼 산만 계속 바라봤다.
키티갱
— 자기야.
윤여주
— ······.

키티갱
— 윤여주.
처음으로 키티갱이 내 이름을 불러줬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자기’라며 계속 부르다가 갑자기 이름을 부르니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윤여주
— 왜요···.
키티갱
— 내 입술 훔쳐 가 놓고 딴짓하기야?
윤여주
— 아니, 그건 아저씨 살리려고 그런 거잖아요.
키티갱
— 나 걱정한 거야?
윤여주
— 저 걱정한 거거든요? 저까지 붙잡힐까 봐.
키티갱
— 집 가자, 얼른. 귀여워서 미치겠네.
윤여주
— 차는 있고요? 이러고 버스 타면 안 될 텐데.
키티갱
— 밖에 오토바이 있어.
윤여주
— 저 오토바이 한 번도 안 타봤는데.
키티갱
— 누가 타래?
윤여주
— 에···?
키티갱
— 아 그런 표정 금지. 귀여워서 나 죽을 거 같아.
윤여주
— 미X. 왜 그래요.
키티갱
— 자기야, 욕 점점 늘어난다. 그만해.
윤여주
— 내 맘인데요. 아저씨나 자기라고 그만 해요. 진짜 자기도 아니면서.

키티갱
— 진짜 내 자기잖아, 너.
***
앞으로 이 작품은 반응 연재합니다.
조회수, 평점, 댓글 통틀어서 반응 좋으면 그때 연재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