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여주
— 엇···? 야, 이거 무슨 냄새지?
G
— 포뱅트 향수 냄새인데?
이여주
— 그렇지!
G
— 그러네. 이거 네가 좋아하는 향이잖아.
이여주
— 누가 뿌렸지?
그때 어떤 남자가 내 옆을 스쳐 지나갔고 그 향기는 내 코를 다시 자극했다. 포뱅트는 내가 좋아하는 향인데 이걸 쓰는 사람은 정말로 거의 없다. 나만 알고 싶은 향수랄까. 그런데 오랜만에 이 향을 다른 사람에게서 맡으니 나를 자극시킬 수밖에 없었다.
이여주
— 야, 잠시만.
G
— 야! 어디가!!
.
이여주
— 저기···.
후에 일어날 일들은 생각하지 않고 재빠르게 그 남자에게 다가가 주저 없이 말을 걸었다. 그 남자는 뒤를 돌고 있어서 얼굴은 못 보고 등을 톡톡 치니 뒤를 돌았다. 진짜 내가 향만 맡고 이러는 거 보면 미친놈 취급하겠지.
?
— 저요?
이여주
— 엇··· 네!
잘생겼다. 미치도록 잘생겼다. 얼굴도 잘생겼는데 향수까지 내가 좋아하는 향을 쓰다니 내게 완벽하고도 남았다.

전정국
— 저··· 아세요?
이여주
— 포뱅트 향수 맞죠?
전정국
— 네?
이여주
— 그쪽이 뿌린 향수, 포뱅트 맞죠?
전정국
— 네···. 맞는데 왜 그러세요?
이여주
— 저도 포뱅트 향수 뿌렸는데 이 향 쓰는 사람 별로 없잖아요!
전정국
— 무슨 말이 하고 싶으신지···. 아, 혹시 포뱅트 향수 사려고요? 그런데 저를 어떻게 아셨지···.
이여주
— 네···?
전정국
— 제가 지금 급히 가봐야 할 곳이 있어서요. 이쪽으로 연락해 주세요. 죄송해요.
이여주
— 아, 네···!
그러고는 그 남자는 나에게 명함 하나를 주고는 급히 가던 길을 갔다. 그 남자가 가고는 명함을 보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람? 포뱅트 향수 회사 CEO? 이거 진짜야?
우연히 향으로 만난 남자가 포뱅트 향수 회사 CEO이다. 이보다 놀랄 일은 없다. 그 회사는 자세히 명함을 보니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있는 것 같다. 이 기회는 놓치면 안 된다.
G
— 야! 어떻게 됐어?
이여주
— 야, 나 어디 좀 가야 할 것 같아.
G
— 어디를.
이여주
— 포뱅트 향수 회사.
G
— 뭔 소리야, 갑자기.
이여주
— 내가 아까 말한 그 포뱅트 향수 뿌린 남자 있잖아. 그 남자가 이 회사 CEO래.
G
— 말도 안 되는 소리 말고 너 집이나 가라. 나 가야 해.
이여주
— 가. 난 여기 갈래.
G
— 의심부터 좀 하고 살아. 막말로 그 사람이 진짜 CEO인지 어떻게 알아.
이여주
— 명함 있잖아.
G
— 명함이라고 다 믿지 말라고.
이여주
— 넌 그럼 대체 뭘 믿냐.
G
— 됐다. 집이나 곱게 들어가.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이여주
— 후회 안 해.
G
— 어휴···. 몰라, 알아서 해. 난 간다.
이여주
— 가라.
누가 가짜 명함을 그렇게 들고 다니겠어. 하여간 의심이 너무 많아도 문제야. 난 이 명함을 보고 바로 진짜라는 생각이 들어 명함에 적혀있는 주소를 보고 곧바로 움직였다.

이여주
— 와··· 포뱅트 향수 회사가 이렇게나 커···?
내가 본 광경은 다름 아닌 큰 회사였다. 무슨 향수 회사가 이렇게 큰지 모르겠다. 그분이 돈이 많으신가···. 순간 조금 쫄았다. 생각보다 너무 큰 회사여서.
여기 회사를 들어오자 포뱅트 냄새가 내 코를 엄청 자극했다. 여기 회사 사람들은 전부 포뱅트를 쓰나···.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향이 계속 맴돌아서.
이여주
— 저기··· 혹시 이분 어디 계세요?
직원
— 아 전정국 대표님이요?
‘아 이름이 전정국이구나···.’
정신없이 CEO랑 주소만 보는 바람에 이름은 이제서야 알았다. 가만 보니 이 대표라는 사람 얼굴도 잘생겼는데 이름까지 잘생기고 가질 거 다 가진 이 사람 완전 내 이상형이었다.
직원
— 약속은 하고 오셨나요?
이여주
— 아··· 그 대표님이 저에게 이 명함을 주시고 연락 달라고 했는데 제가 여기로 바로 찾아와 버렸네요.
직원
— 잠시만요.
.
직원
— 네, 대표님. 어떤 여자분이 명함을 들고 대표님을 찾아오셨는데.
이여주
— 아까 길거리 포뱅트 향수라고 하시면 아실 거예요···!
직원
— 아까 길거리 포뱅트 향수라고 하시면 아실 거라고···. 네. 네, 알겠습니다.
.
직원
— 대표님께서 올라오시라네요.
이여주
— 네?!
직원
— 네?
이여주
— 아, 네···. 혹시 몇 층이에요?
직원
— 13층으로 올라가시면 되세요.
이여주
— 네, 감사합니다···.
난 다짜고짜 이렇게 회사를 찾아와서 뭐 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이미 저질러 버린 거 그냥 질러보고 집에 가자 하는 생각에 13층으로 향했다.
이여주
— 와··· 13층을 혼자 다 쓰는 거야?

전정국
— 그런데요.
이여주
— 아, 깜짝아···!
전정국
— 놀랐다면 미안해요. 연락하라고 했더니 직접 찾아오셨네요.
이여주
— 아··· 죄송해요.
전정국
— 죄송하라고 말한 건 아니었는데···. 그래서 아까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거예요?
이여주
— 지금도 바쁘신 건 아니죠?
전정국
— 지금은 괜찮아요.
이여주
— 좋아해요···!!

전정국
— ···네?
이여주
— 아··· 향수··· 향수요! 향수 좋아한다고요.
전정국
— 아 하하···. 그러고 보니 아까 포뱅트 향 되게 좋아하시는 거 같던데.
이여주
— 전 향수 이거밖에 안 쓰거든요. 이거 만들어 주셔서 진짜 감사합니다.
전정국
— 아 그래서 말인데 잠시만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이여주
— 네? 네···.
그러고는 그 대표는 본인 사무실로 들어가고 1분 후 무엇을 들고 바로 나왔다. 그러고는 본인 손에 든 포뱅트 로고가 붙어있는 조그마한 포장 박스를 내게 건넸다.
이여주
— 이게 뭐예요?
전정국
— 열어봐요.
나는 열어보라는 말에 주저 없이 포장 박스를 열어보았다. 하마터면 너무 놀라 떨어뜨릴 뻔했다. 그 안에 든 것은 포뱅트 향수 한정판이었다. 너무 비싸서 그냥 구경만 했던 그 향수가 내 눈앞에 그것도 선물을 받아서 되게 얼떨결했다.
이여주
— 이··· 이거 왜 저한테 주시는 거예요?
전정국
— 포뱅트 향수 좋아하시잖아요. 이렇게 좋아해 주신 고객분은 그쪽이 처음이라 저도 고마움의 표시랄까.
이여주
— 고마움의 표시라기엔 너무 큰 거 아니에요? 이걸 받아도 될지···.
전정국
— 정 그러면 이거 받고 나중에 밥 한 번 사요.
이여주
— 네···?!
‘지금 나한테 또 만나자고 한 거지, 그렇지? 와··· 오길 진짜 잘했다.’
이여주
— 아, 당연하죠. 당연히 밥 살게요!
비서
— 대표님. 아··· 손님 계셨구나.
전정국
— 아, 금방 갈게.
비서
— 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여주
— 아, 바쁘신 거 같은데 가보세요.
전정국
— 네···. 제가 조금 있으면 회의가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할 것 같네요.
이여주
— 얼른 가보세요···! 이거 향수는 진짜 너무너무 잘 쓸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전정국
— 그래요, 잘 들어가요. 아, 이름이 뭐예요?
이여주
— 제 이름이요···?
전정국
— 네. 그쪽 이름.
이여주
— 이여주예요.
그러고 그 대표는 나에게 본인 핸드폰을 나에게 건넸다. 키패드 창이 열려 있는 것을 보아 이건 번호를 달라는 뜻이었다.
전정국
— 번호 찍어줘요. 연락할게요.
이여주
— ㅇ, 아··· ㄴ, 네!
전정국
— 왜 이렇게 떨어요.
이여주
— 네?! 아··· 휴···. 저도 모르겠어요. 이런 게 처음이라 좀 떨리요···. 여기요.

전정국
— 고마워요. 조심히 들어가요, 여주 씨.
이여주
— ㄴ, 네···.
그렇게 나를 향해 방긋 웃어 보이고는 갔다. 이 몇 분 동안에 나는 순간 떨림을 받았다. 어떻게 보면 처음 보는 사람인데 그 처음 보는 사람이 포뱅트 향수를 뿌렸고 내가 그걸 알아보고 좋아서 달려든 거고, 그래서 여기까지 왔는데 그 남자에게 한정판 선물까지 받고. 이런 순간이 또 어디 있을까.
그의 향기에 취해 지금의 난 떨림 현재 진행형, 아니 미래 진행형도 될 것 같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