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unque, non sono io quello che è andato
D'ora in poi, dimmelo tu per primo


여주가 말을 마치자, 동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커피잔을 든 손만 그대로 멈춰 있었다.


한동민
“…그래서, 그날 병원에 있었는데도, 연락도 안 됐고, 그 새끼는 생일 파티 갔던 거야?”

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힘없는 웃음까지 덧붙이며


최여주
“몰랐다고 하더라. 정신 없었다고도 했고. 폰 꺼져 있었대. 그리고 술..마셨나보더라”


한동민
“…그 말만 하면 다냐?”


한동민
“그리고 미자가 술…?”


한동민
“내가 양아치 같다고 하도 욕하니까 진짜 양아치가 됐네.”

동민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여주는 잠깐 멈칫했지만, 애써 넘겼다.


최여주
“괜찮아. 뭐… 나도 이제는 그럴 줄 알았던 건지도 모르겠고.”

그 말에 동민이 천천히 고개를 떨구더니, 잔을 탁, 테이블에 내려놨다.


한동민
“…진짜 웃기네, 그 새끼.”

여주가 놀란 듯 동민을 봤다.


최여주
“야…”


한동민
“아니, 미안.근데 이건 진짜… 말이 안 되잖아.”

동민의 입술이 삐뚤어졌다. 감정을 꾹 참고 있다는 듯, 손등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한동민
“네가 그 정도로 아픈데, 그날 아예 연락도 없고, 다음 날 돼서야 ‘몰랐다’고?“


한동민
“그딴 말 하면 끝나는 줄 아나?”

여주가 작게 웃으며 말했다.


최여주
“됐어. 나도 뭐…그 한마디 듣고 끝낸 거야.”


한동민
“됐긴 뭐가 돼.”

동민의 말투가 짧아졌다.


한동민
“지 새끼 술 먹고 사진 찍은 건 올리면서, 너 아픈 거엔 아무 반응도 없고.심지어 네가 ‘힘들다’고 먼저 말까지 했는데?”


최여주
“…….”


한동민
“그럼 친구 생일이면 사람 죽을 수도 있다는 것도 모른 척 해도 되는 거야?그게 걘 거야? 그게 다야?”

여주는 말없이 손에 쥔 머그잔만 만지작거렸다.

동민은 한숨을 깊게 내쉰 뒤, 손으로 머리를 헝클이고는 조용히 말했다.


한동민
“…네가 나한텐 그런 말 절대 안 했을 걸 알거든. 근데 그 사람한테는 했잖아.도움 청한 거잖아.”

그 말에 여주의 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동민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다가, 작게 중얼거렸다.


한동민
“진짜 내가 그새끼였으면, 그날 어떻게든 기어서라도 너 옆에 갔다.”


최여주
“한동민…”


한동민
“아니, 너 그날 죽을 수도 있었잖아. 근데 그 인간은 술 먹고 있었잖아.그게 참—”

동민은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입을 꾹 다물고, 한참 동안 말없이 숨만 길게 내뱉었다.

조금 뒤, 동민은 말투를 누그러뜨려 조용히 말했다.


한동민
“…미안. 흥분했네. 그냥, 듣는 내가 다 속 터져서 그랬어.”

여주는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그 눈엔 약간의 물기가 고였다.


최여주
“아니야. 이제라도 누군가가 이렇게 화내줘서… 좀 이상하게 위로돼.”

동민은 고개를 들지 않고, 조용히 말했다.


한동민
“…앞으론, 그런 거 생기면 제일 먼저 나한테 말해. 누굴 만나든, 날 피하지 말고.”

여주는 눈을 감았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후 8:38
카페를 나서자, 밖은 해가 완전히 져 있었다.

동민은 괜히 가방끈을 한 번 더 당기며 말했다.


한동민
“데려다줄게”

여주는 살짝 놀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최여주
“괜찮아. 이제는 버스도 많고,…가깝잖아.”


한동민
“알아. 그래도 걷다 보면 기분 조금 나아질 수도 있고.”

동민은 여주를 쳐다보지 않고 말했다.

그 말투가 오히려 조심스러웠다.

여주는 잠시 멈칫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최여주
“그래…같이 걷자.”

두 사람은 천천히 나란히 걸었다. 말없이 걷는 거리,발걸음만 사각사각 바닥을 긁었다.

여주의 손이 아까부터 살짝 떨리고 있다는 걸 동민은 눈치챘다.

그는 모른 척, 자연스럽게 가방 쪽으로 손을 옮겨 그 떨리는 손을 가리듯 함께 걸었다.


한동민
“내가 말했었나?”

동민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한동민
“작년 고1 때, 너 아플 때 병문안 갔던 거… 그때 병실 문 앞에서 30분 서 있었거든.”

여주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최여주
“…그때 나 기억 못 했는데?”


한동민
“그러니까 말 안 했지.”

동민이 씁쓸하게 웃었다.


한동민
“다른 애들이랑 같이 갔다가, 너 자는 거 보고 그냥 돌아왔어.”


최여주
“…왜 말 안 했어?”

동민은 어깨를 으쓱했다.


한동민
“그냥…그때도, 지금도 괜히 신경 쓰이게 하기 싫었어.”

여주는 조용히 고개를 떨궜다.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는데, 한동민 얘는 그냥 늘 그랬던 거다.

알게 모르게, 옆에 있었다는 걸 느꼈다.


최여주
(최여주의 생각) 세상 차갑게 생겨서는 다 챙겨주고 있었네…

골목 어귀에 다다랐을 무렵, 여주가 조용히 말했다.


최여주
“..야 한동민.”


한동민
“응.“


최여주
“…나 진짜 바보지.”

동민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한 마디를 꺼냈다.


한동민
“바보는…그 사람이 바보 만든 거지.“

“넌, 그 사람한텐 과분했어.”

여주는 그 말을 듣고 조금 멈춰 서듯 걸음을 느리게 했다.


최여주
“…네가 그 얘기해주니까 좀 위로돼. 지금도 아직 멍하긴 한데.”


한동민
“괜찮아. 천천히 와도 돼. 나는 계속 여기 있을 거니까.”

그 말에 여주가 고개를 돌려 동민을 바라봤다.

동민은 여전히 앞만 보며, 담담하게 걷고 있었다.

집 앞에 다다랐을 때, 여주는 조용히 말했다.


최여주
“오늘,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

동민은 잠시 말이 없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한동민
“내가, 이제 너 혼자 아프게 안 둘게.”

여주는 눈을 피하며 작게 웃었다.


최여주
“그럼… 오늘까지만 그런 말 허락.”

동민도 부힛부힛 웃었다.


한동민
“…오늘만이 아니라 매일 해도 되는데.”

그 말은 농담 같았지만 결국 둘 다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고요한 밤. 그러다 여주가 먼저 말했다.


최여주
“들어갈게. 잘 자.”


한동민
“응. 문 꼭 잠그고.”


최여주
“…알았어.”

여주는 뒤돌아서 문 앞에 서고, 한 번 더 돌아봤다.

동민은 그 자리에 여전히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