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 amerò, tantissimo.
Episodio 170 ˚ Era bello, ma poi è finito



달칵, 빨리빨리 씻는 게 습관이 된 여주가 욕실 문을 열고 나오며_ 이미 세팅된 테이블과 그 앞에 앉아있는 태형을 봤다.


정여주
언제 이런 걸 다 준비했어-.

피식, 이제는 이런 이벤트에 제법 진심인 태형이가 내심 기분 좋기도 하면서 대단하다는 마음이 앞서고.



김태형
여보 오는 것만 기다렸어.

얼른 여기 와서 앉아. 제 옆자리 두어번 툭툭 친 태형은 맑게 웃으며 여주를 향해 손짓했다.

여주가 자리에 앉으면, 일시 정지되어 있던 화면이 다시금 재생되기 시작했고… 태형은 램프 불빛 하나만 두고 거실 전등은 끄고서 다시 자리에 앉았다.


잠시 동안의 암전 화면, 그리고 여주 품에 안겨지는 작은 병아리 인형. 서림이가 베고 자는 인형이라- 어느새 베여있는 서림이 로션 냄새에 여주가 미소를 지었다.

영화가 시작되길 기다리며 테이블에 놓인 얼음물 한 잔 마시고.

TV 화면이 점차 밝아지면, 자연스레 여주에게로 시선을 돌리는 태형이었다. 여주 반응이 어떨까- 보는 맛에.


정여주
…뭐야_ 왜 보는데-ㅎ


김태형
아니야, 그냥-.

여주가 한 마디 거들면, 그제서야 시선을 TV로 두는 그. 여보 이 영화 진짜 보고 싶어 했잖아.


정여주
그치... 진짜 보고 싶었지

내가 전부터 꾸준히 말했, 어 시작한다. 말을 하다 말고 주인공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태형의 옷소매 꾹 잡고 화면 응시하는 여주.

그런 여주 반응이 마냥 귀여웠던 태형은 픽, 웃으며 제 팔을 소파 등받이에 걸쳤다. 역시나 여주의 시선을 따라 영화를 보며.



11:53 PM

영화가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을 때 즈음, 여자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의 감정선이 드러나는 장면.

주변 사람들이 반대하는 상황과 여자 주인공이 불치병으로 아픔에도 불구하고 남자 주인공은 어떻게든 여자를 놓고 싶지 않아 하는.

두 사람이 다른 의미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서서 눈물을 흘리는 도중에, 복잡한 감정을 담은 표정으로 여자에게 다가가는 남자.

아무 말 없이 여자에게 키스하는데…


매번 드라마나 영화에서 애정 신이 나올 때마다 대신 부끄러움을 느끼는 태형은, 이번에도 고개를 살짝 돌려 여주를 바라봤다.


정여주
…….

아니나 다를까, 여주는 몰래 눈물을 훔치던 중이었고.

이럴 때는 모른 척해 줘야, 그나마 여주가 덜 민망하다는 걸 아는 태형은 천천히 다시 고개를 돌렸다.

점점 진해지는 농도에, 시선을 어디 둬야 할지 모르는 것처럼 눈알만 데구루루 굴리던 태형.


갑작스레 제 어깨에 닿는 무게감에, 황급히 시선을 그곳으로 돌리자- 고개를 기대고 있는 여주가 보이고.

언제 가져왔는지 모를 티슈로 눈가를 슥슥 닦고 있는 여주에, 습관처럼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주는 태형이었다.

낯익은 손길에 자기도 놀란 모양인지, 태형을 향해 고개를 든 여주의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고.


정여주
조오금... 슬프다, 자기야...

푸우- 입술 내미는 여주에, 그런 여주 한참 바라보다가 그대로 뽀뽀해버리는 태형.

왜 슬펐어_ 아기 달래주듯이 나긋나긋하게 묻자, 여주는 남은 눈물마저 닦아내며 말했다.


정여주
그냥 슬퍼...

저 설정 자체가 너무 이입돼... 그 와중에 콧물 나왔는지, 흥하며 코 풀면- 여러 번 그랬는지 루돌프마냥 빨개져있는 코가 그저 귀엽다.

그렇게 어쩌다 두 사람 시선이 공중에서 맞닿았는데_


무언가 공기 흐름이 달라지는 순간을 느꼈달까.

울먹이던 여주도 태형이 보더니 이내 미소 짓게 되고… 태형도 마찬가지로 의미 모를 웃음 짓고.

서로가 묘한 분위기를 감지한 후에는, 여주가 먼저 그 자세에서 그대로 태형에게 입 맞췄다.

동시에 자연스레 눈 감은 두 사람. 마침 영화는 엔딩 크레딧 부분. 태형은 여주의 허리춤을 감싸 안으며, 자세 불편할까 봐 그냥 소파에 눕히려는데…


"으우으아아아아아아앙!!!..."

방에서 들려오는 서림의 울음소리에, 짜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급히 동시에 멀어진 태형과 여주였다.

서로 눈 한 번 마주치고, 방문으로 시선 한 번 돌리고 난 후에 서서히 팔을 풀어주는 태형. 여주는 이 상황이 그저 웃기다는 듯이 함박웃음 지으며 일어났다. 자기야, 이따가.

태형의 볼에 한 번 입맞춤해주더니, 종종걸음으로 뛰어가는 여주를 뒤따라 방 안으로 들어가는 그였고.



방 안에 들어서자마자, 암흑뿐인데도 바로 서림이 찾아내서 안아든 여주. 혹여나 옆에서 자고 있던 서우가 깰까 봐 급히 방을 나섰다. 아아~ 서림이 배고팠어요?

한 편, 여주 따라 나가려다 이 방에 남게 된 태형이는 침대에 걸터앉아, 곤히 잠든 서우 바라보는 중.

서림이 울음소리에 잠깐 뒤척이는 듯했으나… 그래도 잠을 잘 자기는, 무슨. 잠 다 달아난 서우가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김태형
서우 깼어?


김서우
…무야. 아빠 왜 여깃써.


김태형
서우 보러 왔지.


김서우
거짓말!


김서우
서리미가 울어가지구 왔자나.


김태형
…어떻게 알았지?


김서우
서우가 바봉가- 그런 것뚜 모르게.

덜 떠진 눈을 비비던 서우. 이내 다시 상체를 뒤로 기울이더니 이불을 어깨까지 덮고서 누웠다.


김태형
서우 여기서 자면 안 무서워?


김서우
웅.


김서우
써우 이제 서리미 지켜조야 해서 별로 안 무서워!

오- 정말? 서우 다 컸네 이제-. 칭찬 세례 전해주면 그제서야 막 쑥스러운 듯이 웃기 시작했다.


김서우
근데에 서리미는?


김태형
엄마가 서림이 데리고 나갔어, 서림이 배고프다고 울어서-.


김서우
서리미 배고프대?


김태형
응- 배고프대.


김서우
써우도 배고파...

문질문질, 뽀얀 제 배를 가리킨 서우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김태형
배고픈 우리 서우- 뭐라도 먹을까?


김서우
힉... 마싯는 거 있어?


김태형
맛있는 거라….

나가서 한 번 볼까? 밖을 가리킨 태형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움직인 서우는 적극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태형이 홀로 생각했지.

아, 오늘 잠자긴 글렀구나.

그 어느 때보다도 혹독한 육아의 밤이 예상되는 날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