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 amo tristemente.

6, amanti in superficie

여주가 휴식을 취하던 참이었을까, 문 앞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원우 image

원우

아니.. 그러니까, 왜 들어가시려 하는겁니까?

승철 image

승철

내 여인인데, 어찌 침소 하나 쉽게 드나들지 못하는 건가?

승철 image

승철

참 빡빡하게 굴어, 무사 주제에.

두 사람은 작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듯 했다.

살짝 문이 벌어져 틈 사이로 보인 모습은, 승철이 매서운 눈으로 원우에게 말을 쏘아댔고, 원우는 눈동자가 매우 사납게 흔들렸다.

둘의 신경전 끝에 원우가 패배한것인지, 여주의 방 문이 천천히 열렸다. 원우는 이쪽을 보지 않은 채 옅은 한숨을 내쉬었고, 승철은 싱긋 미소지으며 여주에게로 다가갔다.

여주에게 다가가며 승철은 고개를 돌려 원우에게 말했다.

승철 image

승철

부부가 한 방에 있는데, 눈치없이 그리도 방 문을 지키고 싶은 겐가?

원우 image

원우

....

원우는 인상을 팍 쓰며 방 문을 닫곤 걸음을 옮겼다.

그제서야 승철은 만족스러운 듯 생긋 웃었다.

여주 image

여주

.. 무슨 용무십니까?

승철 image

승철

딱히 용무가 있어야 하나? 내가 내 여인 보러 오겠다는데.

승철의 여주의 볼을 옅게 쓸어내렸다.

여주는 결코 웃을 수 없었다.

여주가 승철을 바라보는 그 눈빛은, 불편함이라기보다 경멸에 가까웠다.

혐오심, 증오, 불안, 모든 악이 담겨있었다.

여주는 문득 첫 만남때의 승철의 말이 떠올랐다.

승철 image

승철

비밀을 발설하지 말라.

여주는 다시금 몸서리쳤다.

그 비밀은, 아무도 몰라야 했다.

더불어 본인도 몰랐으면 했다.

- 수 개월 전, 여주가 쫓겨나고 얼마 뒤. -

아직 정한의 숨이 세상에 머물러있을 밤이였다.

여주는 몰래 인사차 정한을 만나러 궁에 들렸을 때였다. 졸고있는 문지기를 지나 안으로 한 발짝 들어서 정한의 방 쪽으로 향했을 때, 여주는 금방 본인이 한 짓을 후회하게 되었다.

금방 정한의 방 안에서 나온 것이, 제 눈이 잘못된 것 이기를 간절히 빌었다.

정한의 방 안에서 찬찬히 걸어나온 건,

승철 image

승철

....

승철이었다.

그저 평소의 행색이었다면 모를까. 승철의 한 볼과 옷엔 피가 흥건하게 적셔져있었던 데다가, 오른 손엔 칼이 들려있었다.

혈흔의 흔적은 누군지, 굳이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여주는 그 자리에서 무너져내렸다.

승철은 그런 여주를 반 강제적으로 일으켜 눈을 마주하게 했다.

승철 image

승철

듣던 대로.

승철 image

승철

예쁘네.

분명, 다른 때에 봤으면 아름답게 일그러지던 승철의 표정이었는데. 지금 상황에선 소름돋기 그지없었다.

여주 image

여주

...왜, 이런 짓을 벌인거예요?

여주는 내심 승철이 부정하길 바랐다.

승철 image

승철

.. 흠, 굳이 말하자면. 복수야.

승철은 부정하지 않았다.

여주 image

여주

복수...?

승철 image

승철

.. 그래, 선대. 아니지, 선선대라 해야 맞을까.

승철은 웃음섞인 투로 말했다. 승철이 몇번이고 정한의 죽음을 본인의 입으로 내뱉는것이, 여주는 심장이 터지는 것만 같았다. 승철이 쥔 칼로 몇번이고 찔리는 것만 같이 아파왔다.

승철 image

승철

정한의 아버지가, 내 부모님을 죽였다고 해야 좋겠네.

승철 image

승철

나는 그 수년간, 기어코 오늘의 결실을 맺어온거야.

승철이 뭐라 말하는지, 여주는 잘 들리지 않았다.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승철 image

승철

.. 당신은 불쌍하게 됐네.

승철이 피 묻은 손으로 여주의 볼을 어루만졌다.

여주의 볼엔 피가 묻어나 삭막하게 말라갔다.

정한의 혈흔이, 끔찍하게 제 볼에서 말라가고 있었다.

승철 image

승철

아가씨, 또 만납시다.

승철은 여주를 지나쳐 어딘가로 향했다.

여주는 주저앉았다. 죽고만 싶었다. 누군가 심장을 수십번씩 찔러대는 것만 같았다. 정한의 얼굴이 자꾸만 눈 앞에서 아른거렸다.

제 앞에서 웃던 얼굴, 예쁘게 휘어지던 눈, 상냥하게 내뱉던 말 한마디가 죽음으로 인해 저 멀리로 흩어지고야 말았다.

여주는 사실 정한과 함께 있다보면 온 세상이 멈추는 것만 같았다. 지저귀며 하늘 위를 항해하는 새들도, 하루 종일 떠들썩한 시장통도, 저기 부정부패를 행하고 있는 사또의 거친 숨도, 모두 멈추는 것만 같았는데,

정한은 이제 없다. 시간을 멈출 수 없다. 다시 시간이 잔인하게 흘러가기 시작했고, 여주는 정한 없이 세상에 내뱉고 삼키는 숨이, 꼭 폐를 태우는 것만 같았다.

정한이 없는 세상은, 여주의 호흡이 아팠다.